올해 3조이어 내년 6조∼7조원 매출 예상
내년 1∼2월 이전 …지역경제에 진공상태 우려

LG전자 청주사업장(옛 LG정보통신)의 최대핵심 생산라인인 GSM(유럽식 휴대폰) 단말기 사업부문이 내년 초 평택으로 이전하기 위한 계획과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지역 산업계의 위기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청주산업단지는 물론 충북 입주업체 가운데 최다 매출액과 최고 수출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LG전자 GSM 사업부문의 역외유출이 가져 올 공백사태가 지역경제계에 감당할 수 없는 충격파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북도와 청주시는 LG 전자의 GSM 사업부문 평택 집중전략이 공표된 이후 후속대책 마련은 커녕 이번 사태가 불러올 영향 등에 대한 분석이나 대응방안을 제대로 찾지 못한 채 지리멸렬한 모습이다. 충북도는 “이같은 결정은 기업 고유의 경영적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지방정부나 지자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떠나려는 기업의 발목을 무슨 근거와 완력으로 잡을 수 있겠느냐”는 반응만 보이고 있다. 청주시는 그나마 이 문제의 심각성조차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신경으로 일관하고 있다.

LG, 휴대폰 공장 평택으로 통합

LG전자는 올 8월 “서울 구로공단과 청주에 분산돼 있는 휴대폰 생산공장을 경기도 평택사업장으로 통합키로 했다”며 “평택을 세계 ‘빅3’ 휴대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당시 “휴대폰 생산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평택으로 옮기기로 최종 확정한 것”이라며 “연내에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마련한 뒤 내년 상반기 중 설비를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생산기지를 한 곳에 집중키로 한 데 대해 “각종 생산설비와 물류망, IT(정보기술) 시스템의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중복 소요되고 있는 제반 관리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 휴대폰 생산라인의 이전뿐 아니라 평택 사업장의 생산설비를 확충, 2006년까지 휴대폰 부문 ‘글로벌 톱3’로 올라설 계획”이라고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LG전자의 휴대폰 생산기지는 구로공단에 위치한 가산사업장과 청주사업장 등 두 곳으로, 가산사업장에선 연 2600만대의 CDMA 폰을 생산하고 있으며 청주사업장에선 연 1400만대의 GSM 폰과 3세대 휴대폰을 만들고 있다.

“효율성 확보 통해 세계 빅3로 성장”

LG전자가 평택을 휴대폰 단말기 생산의 통합거점으로 결정하게 된 데 대해 LG전자 청주사업장 관계자는 “청주와 서울로 생산기지가 이원화돼 있는 관계로 비효율이 극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GSM과 CDMA 핸드폰은 핸드폰 내부의 칩 일부만 다를 뿐 생산공정이나 방식이 거의 비슷한 데도 생산거점이 서로 다르다 보니 상당수 장비를 중복 구매해야 하고 나아가 물류망, IT시스템 등에서도 낭비 요소가 많았다”며 “비슷한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도 두 곳으로 나뉘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이에 앞서 지난 6월 정보통신사업본부 내에 CDMA사업부와 GSM사업부 등으로 나눠진 조직을 하나로 묶은 것도 이런 판단에 기초한 조치라는 거였다.

LG전자 청주사업장 관계자는 “평택공장으로 생산설비가 집중되면 연간 수백억원이 넘는 중복투자 비용과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CDMA폰과 GSM 폰을 일괄 생산하는 데 따른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 만큼 생산성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LG전자는 가산 및 청주사업장의 생산라인을 평택으로 옮기는 동시에 평택사업장에 휴대폰 생산라인을 증설, 연 휴대폰 생산량을 올해보다 1000만대 이상 늘어 난 5000만대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2006년 세계 3대 휴대폰 생산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선 전체 생산능력이 연 1억대 규모로 올라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국 멕시코 브라질 등 해외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동시에 평택 사업장의 생산능력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PC DVD플레이어 광스토리지 생산시설 등이 들어서 있는 평택사업장은 규모가 17만평에 이르기 때문에 시설만 재배치하면 추가적인 부지매입 없이도 휴대폰 라인을 늘릴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 LG전자는 100여 개 협력업체가 자리잡을 부지도 주변에 마련해줄 계획이다. LG전자는 또 가산사업장에 오는 10월 종합단말연구소가 준공되는 것을 감안, 이곳을 휴대폰 R&D(연구·개발)센터로 육성키로 했다.

결국 충북으로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휴대폰 단말기 사업 본거지를 통째로 잃게 된 것이다.

회사측 “충격방지 위해 청주에 시스템부문 옮겨올 것”
500명 가량 유입효과, 하지만 GSM부문과 비교도 안돼
시스템부문은 통신기지교환국 설비 등 만들어


LG전자는 “청주사업장에 대해선 평택에 있는 시스템 사업부문을 이전, GSM 단말기 사업부문이 차지해 온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전자 청주사업장은 “시스템 부문이 청주로 오면 500명 정도의 유입효과가 발생, 단말기 사업부문 이전에 따른 충격을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GSM 단말기 사업이 1∼2년 전부터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며 아찔할 만큼 수출과 매출이 급상승 커브를 그려나가고 있는 신성장 산업이라는 점에서 지역경제가 감당해야 할 손실은 치명적일 것이라는 우려는 전혀 가시지 않고 있다.

평택에 있는 시스템사업부문을 청주로 옮기는 대신 GSM 단말기 사업부문을 평택으로 옮기는 소위 LG전자의 ‘지역간 산업 빅딜 계획’은 청주로선 알짜는 빼가고 허드렛 사업부문만 받아들이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시스템 사업부문에서는 LG 텔레콤을 비롯해 KTF, 하나로통신, 데이콤 등 정보통신 업체들에게 네트워크 구축에 필수적인 기지국 등 필요설비를 제작, 납품하고 있다.

LG전자는 내년 2∼3월쯤 이전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청주사업장에서는 “당초 계획보다 한달가량 앞당겨진 1∼2월에 옮겨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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