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위드마크 측정 불신 무죄 판결 잇따라

음주단속을 피하려고 편의점에서 소주를 마신 운전자가 위드마크 방식의 혈중알콜농도 측정으로 행정처분을 모면하자 위드마크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단속 경찰은 위드마크 방식을 통해 음주사범 적발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측정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1일 새벽 4시30분께 A(39)씨는 술을 마신 상태로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운전하다 음주단속 중인 경찰을 발견했다. 차를 세운 A씨는 인근 편의점에 들어가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 반병을 마셨다. 음주단속 경찰관이 뒤쫓아가 연행한 뒤 10여분 뒤인 음주측정을 한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2%로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하지만 차를 정차하고 마신 술이 있기 때문에 운전 당시의 알콜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했다. 그 결과 0.05% 이하로 나와 행정처분을 면하게 됐다.

위드마크 공식은 스웨덴 생리학자 위드마크가 만든 것으로, 통상 시간당 알코올 분해도가 0.008~0.030%라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으로 추산하는 방식이다. 위반시점을 기준으로 일정시간이 경과하여 알콜농도 측정이 어려운 경우 단속(적발)시점을 기준으로 운전자에게 가장 유리한 수치(0.008%)를 적용해 계산하는 방식이다. A씨의 경우 편의점에서 마신 소주량을 감안해 경과시간 10여분에 최저치 0.008%를 계산해보니 음주측정기 수치보다 크게 떨어진 것이다.

현직 경찰관도 추가음주로 처벌 모면

취재진이 유사사건을 검색해 본 결과 대구의 현직 경찰관이 음주단속 처분을 빠져나간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13년 4월 11일 0시 30분쯤 대구 수성경찰서 옆길에서 이 경찰서 소속 B경사가 술에 취해 차를 몰고 가다 주차 중인 승용차를 들이받고 달아났다. 하지만 B경사는 목격자의 신고로 이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음주 측정을 받게 됐고 결과는 혈중알코올 농도 0.03%이었다. 경찰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 결과 농도는 0.08%로 상승해 면허정지 처분 대상이었다.

하지만 B경사는 “귀가한 후 집에서 캔맥주 500ml 2캔을 마셨다”고 주장하면서 위드마크 공식을 다시 적용하자 혈중알코올 농도가 0.04%로 낮아져 무혐의 처분되고 말았다. 앞서 청주 편의점 소주 운전자처럼 사고 또는 적발시점 이후 마신 술을 포함해서 측정치를 낮춘 결과다. 당시 대구 경찰의 이같은 처분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란 논란이 일었다.

위드마크 공식에 의한 측정치가 이같은 헛점을 갖고 있다보니 법원에서도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6년 전국적 이슈가 됐던 청주 '크림빵 아빠' 교통사고 사망사건이 그러한 경우다. 당시 20대 뺑소니범의 경우 법원이 음주운전 혐의를 무죄선고해 논란이 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지만 1심 재판때부터 논란이 됐던 범인 H씨의 음주운전 혐의는 끝내 인정되지 않았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범인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고 있다.

크림빵 뺑소니범 음주운전 무죄 이유는?

범인인 H씨는 도주 19일만에 자수했고 경찰에서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직장 동료도 함께 술을 마신 사실을 증언해 검찰은 뺑소니에 음주운전 혐의를 추가했다. 사고 당시 H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확인할 길이 없었던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 범인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0.26%로 추정, 공소장에 넣었다. 하지만 그 상태로는 깨어 있기조차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위드마크 공식을 다른 식으로 적용해 0.162%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에대해 법원 재판부는 "H씨가 섭취한 알코올의 양, 음주 종료시각, 체중 등 전제 사실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 음주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혈중 알코올 농도가 처벌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어렵다"며 음주운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

연예인 이창명 뺑소니사건 음주운전도 무죄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연예인 이창명씨의 심야 뺑소니 사건에서 음주운전 무죄 확정 판결을 내린 것이 주목된다. 이씨는 2016년 4월 한밤중에 자신이 운전하던 차로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저질렀다. 하지만 이씨는 잠적한 뒤 20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했고 채혈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으로 나왔다. 경찰은 이씨에게 음주 정황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여 알코올 농도를 0.164%로 적용했다가 병원 진료기록에 소주 2병을 마셨다는 진술이 나오자 0.148%로 추정했다.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은 이창명씨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위드마크 공식을 따라 추산된 혈중알콜농도는 '추정치'일뿐, 이를 바탕으로 형사사고에 대한 판결을 내릴 수 는 없다"고 판시했다. 당시 판사는 검사를 향해 '만약 이창명이 시간 차이를 두고 술을 마셨다면 알코올이 체내 흡수분해되는 과정에서 그 농도가 감소했을 가능성', '개인 별 흡수 분해력의 차이' 등을 물으며 위드마크 공식에 대한 의문을 나타냈다는 것.

경찰의 음주운전 위드마크 측정에 대해 지역 법조계 Q씨는 "소문으로만 들었던 사례를 청주에서 목격하고 보니 음주단속 위드마크 측정의 한계를 실감하게 됐다. 단속 경찰이 보는 앞에서 술을 마시고 위드마크 측정을 역이용해 빠져나간다면 누가 법치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법원에서도 판례를 통해 측정방식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만큼 집행기관인 경찰에서 근본적인 개선책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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