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위 「강아지 일곱」 전문

음짓말 황씨네 황금과수원 강아지들은 모두 말상을 하였다.
한배 새끼가 일곱이다.
종일 외통수 길을 막고 논다. 요즘엔 조금 커 과수원에서 우리집 닭장까지 놀러온다.
고추 말뚝이나 전봇대에 차례로 쉬를 한다.
늬들 닭 잡아먹고 싶어 그러냐? 내가 작대기로 어여 을렀더니떼로 앙앙 물겠다고 덤빈다.

옛날 우리 할머니가 봉당에서 내 강아지 에고 내 강아지 하시던 소리가 예서 들린다. 이제는 다 늙은 우리 집 일곱 강아지.

─ 윤석위 「강아지 일곱」 전문(인터넷 Daum 카페 ‘2월시’에서)

그림=박경수

 

똑같이 말상을 한 일곱 마리 강아지가 꼭 함께 몰려다니지요. 우리 집 닭장도 기웃거리고, 고추 말뚝이나 전봇대에 차례로 쉬도합니다. 이 녀석들 오뉴월 하루 볕이 어디냐고, 서열도 반듯하게 지킵니다. 저항세력을 만나면 틀림없이 떼로 몰려와 앙앙거리고 대들고요. 그러고 보니 우애 깊기로 소문 난 윤 시인네 일곱 남매 클 때와 비슷하네요. 할머니께서 ‘요 내 강아지, 에고 내 강아지’ 하시던 말씀이 영락없이 시인의 가족 얘기입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봐도 이런 아름다운 풍경의 날들은 다시 오지 않을듯합니다. 이미 사회구조가 서구화 되어버린 현실에서 형제들이 강아지처럼 얼기설기 포개지고 엎어져서 한 식구로 생활하던 시절은 전설이 되고 말았지요. 우리 겨레가 지닌 미적 덕성 중에 으뜸이었던, 저 백석 시인이 노래한 ‘흥성스러운 여우난골족’ 풍경은 안타까운 옛 이야기일 뿐입니다.

평소 하이쿠처럼 짧은 자연시를 즐겨 쓰는 시인은 참 반듯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문화운동, 시민운동, 환경운동에도 열중하면서, 시 쓰고 마음수행하는 일에 추호도 게을리 한 적이 없습니다. 과묵하게 자기가 뜻하는일을 수행하고 자기가 책임질 일에서 비켜서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늘소탈하고 겸손하지요.

‘자신의 목소리를 스스로 믿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목소리가 이끄는곳으로 곧장 나가라.’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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