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치적 이용 막고 이범석 권한대행 매듭지어야

올해가 KTX 오송역 명칭이 정해진 지 8년째다. 2010년 7월 한국철도공사가 '오송역'을 확정한 직후부터 부정적인 여론이 대두됐다. 우려했던 대로 8년이 지난 지금도 '오송'이란 지명을 생소하게 여기는 승객들이 많다. 당시 한국철도공사가 역명칭을 정해야 할 경부고속철도 중간역은 4곳이었다. 경주-울산-김천-청주 지역인데 최종적으로 경주는 신경주역, 울산은 울산역(통도사), 김천은 김천구미역으로 정했다. 청주만 과거 면 단위(청원군 오송면) 명칭을 역 이름으로 채택했다. 전국 KTX역 이름 가운데 면 명칭을 딴 곳은 오송밖에 없다.

대체, 어떤 경위로 이런 역명칭이 결정된 것일까? 한국철도공사는 지방선거를 2개월 앞둔 2010년 5월 4개 지자체에 신설되는 경부고속전철 중간역 명칭에 대한 의견조회 공문을 보냈다. 다른 3개 지자체는 명칭 공모, 지역 자문위원회 구성, 여론조사 등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충북도 어떤 공론화 과정도 없이 방치하다 선거가 끝난 7월에야 청주시 청원군와 협의을 시작했다. 결국 지방선거에서 시군통합 선거공약을 내걸었던 민주당 소속 이시종 지사-한범덕 시장-이종윤 군수는 은근슬쩍 '오송역'에 합의했다. 청주-청원지역간 의견대립이 뻔하다보니 잡음없이 지나가자는 심산이었다. 3개 단체장의 적극적 의지만 있었다면 양 지자체 절충안인 ‘청주오송역’이 관철될 가능성도 높았다.

당시 '충청리뷰'에서 일했던 필자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청주청원 주민을 대상으로 긴급 ARS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청주·청원 지역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오송역, 청주오송역, 세종역 3가지 명칭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50.8%가 ‘청주오송역’을 지지했고 19.8%가 ‘오송역’ 14.6%가 ‘세종역’을 지지했다. 청원지역 응답자만 보더라도 37%가 ‘오송역’을, 34.5%가 ‘청주오송역’을 지지해 차이가 미미했다. 두 지자체가 주민여론을 설득할 여지가 충분한 근거자료였지만 묵살해 버렸다.

'오송역' 명칭이 다시 도마위에 오른 것은 2014년 7월 통합청주시 출범이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명칭을 바꾸면서 KTX역 명칭도 거론됐지만 이승훈 시장의 소극적인 태도로 유보됐다. 이듬해인 2015년엔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개통을 앞두고 지역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KTX 오송역 개명 지금이 골든타임'이란 제목으로 언론이 지역 여론을 선도하고자 했다. 하지만 오송 지역구 시의원이 반대의견을 내세우자 이승훈 시장은 “오송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어 역명칭 변경을 추진할 것”이라며 또 물러섰다. 지방선거에서 옛 청원군 지역 득표 우위로 당선된 이 시장의 한계라는 뒷말이 나돌았다.

결국 경부고속철 중간역 신설때나 호남고속철 분기역 설치 때나 자치단체장들은 표밭관리를 위해 '정치적 고려' 를 우선한 셈이다. 오송의 적극 반대여론 때문에 청주의 미지근한 찬성여론을 비껴간 것이다. 임기내내 오송역을 '뜨거운 감자'로 여기던 이 시장은 지난해 11월 대법원 유죄 확정으로 현직을 박탈당했다. 오송역 탄생의 주역이었던 한범덕 시장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고 오송역 유지에 급급하던 이승훈 시장은 퇴출된 것이다. 비로소 오송역이 정치적 굴레를 벗어날 절호의 기회가 왔다.

이범석 청주시장 권한대행은 지난달 12일 ‘KTX오송역 명칭개정 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오송 주민 대표를 포함한 15명의 위원들이 명칭개정 종료 시까지 활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오송 주민 인터넷 커뮤니티 반대여론 92%" 란 제목을 뽑아 명칭 변경에 찬물을 끼얹었다. 위원회 내부에서 시기를 놓고 이견이 있어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얘기도 들린다. 정치색이 없는 시장 권한대행이 나서자 바깥에서 '바람잡이'들이 등장한 셈이다. '오송역'은 더이상 정치적 이용물이 될 수 없고 지체할 어떤 명분도 없다.

오송 주민들도 향토애를 넘어선 지역 이기주의는 자제해야 한다. 만약 호남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만나는 청주 톨게이트 명칭을 ‘오송 톨게이트’로 하자면 납득할 일인가? '오송역'에서 '청주오송역'으로 바뀐다고 해서 지역 주민들에게 더 해가 될 일이 무엇이겠는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은 8년전 자체 여론조사에서 14.6%의 지지를 얻은 ‘세종역'을 살려 '청주세종역'으로 했으면 싶다. 그래서 KTX 세종역 신설을 막을 수 있다면 그게 더 오송에 실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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