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학교 46% 신청, 충북은 18%
인식·환경조성 부족으로 효과 미비

자유학기제 및 자유학년제가 충북지역에서는 인식 및 환경조성 부족으로 당초 생각했던 기대만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혁신학교와 더불어 공교육 문제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이제는 바꿔보자’는 ‘반성’에서 시작된 자유학기제 및 자유학년제가 실제 충북지역 교육현장에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자유학기제 및 자유학년제는 인성교육 강화, 과정중심 평가, 학생참여형 수업, 심도있는 진로설계로 미래사회에 걸맞는 역량있는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지금껏 우리나라 학생들의 대부분은 입시에 지쳐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라고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자유학기제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시험걱정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다. 학생들의 관심을 ‘단순한 성적향상’에서 ‘꿈’으로 바꿀 수 있는 틀인 셈이다.

자유학기제 기간동안 옥천여중 학생들이 드론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학생들은 교과와 연계된 △주제선택 △예술체육 △동아리 △진로탐색 등 4개 영역의 활동을 하며 각 활동별로 관심있는 분야의 프로그램을 선택해 참여할 수 있다. 교사는 형성평가, 수행평가, 성장·발달에 중점을 둔 과정중심의 평가를 통해 궁극적으로 학교혁신, 수업혁신을 이룰 수 있다.

교사는 ‘3D 업종’, 학생은 ‘노잼’, 학부모 ‘공부걱정’

목표 자체로만 보자면 자유학기제와 자유학년제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리 없다.

하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 자유학기제 및 자유학년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교사들은 자유학기제 담당은 ‘3D 업종’이라 칭하고, 학생들은 자유학기 활동을 ‘노잼’이라고 말하며 학부모들은 ‘우리아이만 공부가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며 사교육기관에 눈을 돌린다.

실제 지난 12일 대전 선샤인호텔에서 열린 ‘2018학년도 자유학년 및 연계학기 운영학교 권역별 연수’에 참석한 충북지역 교사들은 자유학기 담당은 ‘3D 업종’이라며 자조 섞인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연수에 참여한 한 교사는 “아이들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교사에게는 사실 너무 힘든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가야할 길이 맞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전히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고군분투’했던 교사들 덕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학교도 일부 있으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외형적인 수치상으로만 봐도 충북지역의 호응도는 다른 시도에 비해 지극히 저조한 편이다.

자유학기제를 한 학기 더 연장해 1년 동안 자유로운 교육과정을 운영, 자유학기제의 질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자유학년제 참여도는 전국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국 중학교 자유학년제 참여도가 46%(전국 3213개 중학교 중 1470개교 신청)인 반면 충북은 18%(충북 131개 중학교 중 24개교)만이 자유학년제를 신청했다.

자유학기와 일반학기를 연계하는 연계학기 운영을 신청한 8개교를 제외한 99개교는 기존의 자유학기제를 그대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학생 수가 많고 도심권에 위치한 청주지역 중학교들의 참여도가 저조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올해부터 광주·경기·강원 지역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년제를 운영하겠다고 나선 것과 비교해 지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원활한 자유학기제 정착 위한 환경조성 시급

그렇다면 충북에서는 왜 자유학기제와 자유학년제가 인기가 없을까?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비효율적인 학교조직, 프로그램의 부재, 예산분배의 불합리성, 여전한 입시 부담감, 생활지도의 어려움 등 다양한 이유로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정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목표는 좋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다.

A중학교의 한 교사는 “지난해 자유학기 기간 동안 굉장히 힘들었다. 자유학기 담당교사가 진행부터 평가까지 모든 업무를 맡다보니 과부하가 걸렸다. 예를 들어 자유학기 기간 동안 진행되는 학생들의 평가는 문장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수시로 또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교과도 진행하면서 병행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원활한 자유학기제 운영을 위해서는 조직의 재구성과 교원들의 업무분담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교사는 자유학기제 문제점으로 프로그램의 부재를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B중학교는 50%가 넘는 시간을 체험학습으로 운영, ‘무분별한 체험학습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합리적인 예산분배도 개선사항으로 논의되고 있다. 일례로 1학년이 2명인 제천 수산중학교는 지난해 자유학기제 예산으로 500만원을, 240명이 재학하고 있는 청주 주성중학교는 3500만원을 지원받았다. 금액으로는 7배가 차이나지만 학생 수로는 무려 120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는 학생 수가 많은 큰 학교에서 자유학년제 신청을 주저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수산중학교에서는 학생 2명이 500만원을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주성중학교에서는 240명이 3500만원을 나눠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충북교육청의 김성은 장학사는 “올해부터 예산분배를 개선했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는 지난해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낮췄고 대신 학생이 많은 학교에 좀 더 많은 예산이 지원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자유학기제 정착 걸림돌로 학부모들의 인식도 지적되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 기간동안 학력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학원가에서는 무시험으로 학력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을 강조,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청주시 복대동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지 않아서인지 수강생들이 크게 줄었다. 예전에 비해 수강생도 줄었고 학력도 낮아졌다. 예전에는 수강생들 수준이 항아리 모양처럼 중간수준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호리병 모양으로 중간수준이 많지 않고 굉장히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지도 또한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청주 봉명중학교 오경아 교사는 12일 ‘2018학년도 자유학년 및 연계학기 운영학교 권역별 연수’에서 ‘자유학기-일반학기 연계 운영사례(대규모학교)발표’에서 “주제선택 프로그램이 교과연계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학생들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충북교육청 김성은 장학사는 “아직은 과도기이고 이론과 실제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목표인 것은 분명하다”며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좀더 주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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