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태생의 민족적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

   
영화 <프리다>는 그녀의 처연하고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차분히 담아내고 있다.

사실 그녀는 살아 생전(1905~1954)까지는 그리 화단의 주목을 받는 작가는 아니었다.
칼로는 한때 파리에서 열린 <멕시코전>을 통해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피카소나 칸딘스키등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그녀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는 70년대에 접어들어 페미니즘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부터이다. 열성적인 사회주의자로서뿐만이 아니라, 양성애자이며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강하게 담아내며 본연의 자신을 초현실적으로 깊게 성찰해 나가는 칼로의 시선과 그 화폭은 페미니즘 연구자들에 의해 주목받기 충분했다.

어린시절부터 사물과 세상에 대한 탐구심과 매력에 흠씬 빠져 있던 칼로는 18살 사춘기 시절 큰 교통사고를 겪게 되면서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게된다. 수십여차례 계속되는 수술과 그로 인한 고통은 그녀의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까지도 지독한 고립감에 빠뜨리고 만다.

그녀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부모님이 달아주신 그녀 침대위의 커다란 거울을 통해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온 몸에 깁스를 한 체 그림을 시작한다.

자신속에 있는 열정과 욕구, 사랑을 담아내기에 그녀의 몸은 한없이 유한했고, 칼로는 자신의 화폭에 무한의 욕구와 환상을 그려나간다. 칼로는 이미 당시의 유명화가였던 디에고에게 자신의 그림을 평가받고자 찾아가게 되고, 디에고는 칼로의 당당한 성격과 독특한 화풍에 매료되어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디에고는 희대의 바람둥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로는 그러한 그를 인정하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결혼생활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칼로는 디에고와 정치적, 예술적 동료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작업을 지속해나간다.

그러나 그녀의 외로움과 지독한 육체적 고통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런 그녀의 심경은 초현실주의적인 그녀의 그림으로 표출된다. 결혼 후에도 계속된 남편의 외도를 묵인하던 칼로였지만, 그와 자신의 여동생과의 불륜을 목격하는 순간 그녀는 슬픔과 분노를 감출 길이 없다.

극중 절망적인 심경으로 자신의 머리칼을 잘라내고 비탄에 빠져있는 칼로 앞에 나타나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는 노파가 있다. 바로 차벨라 바르가스이다. 영화는 그녀의 고단한 삶을 멕시코의 에스닉컬한 색채감을 지닌 음악과 함께 녹여내고 있다.

차벨라 바르가스.
실제 바르가스는 디에고의 연인이었기도 했으며 칼로와 돈독한 우정을 쌓기도 한 인물이다.  칼로와 마찬가지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멕시코의 전설적인 가수였던 그녀가 직접 출연해서 이때 부르는 'La Llorona'(요로나)는 절규에 가까운 노래다. 흐느끼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는 단순한 비장미뿐만이 아니라 멕시코의 민족적 감흥을 눈부시게 뿜어내는 강렬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흡사 재즈사에서 손꼽히고 있는 빌리 홀리데이의 흐느끼는듯한 음색과 비슷한 감흥을 받게 된다. 굴곡의 삶을 살았던 그녀들의 통렬한 목소리는 유사한 울림으로 우리의 심장을 뚫고 지나가 버리는 듯 하다.

전 영화를 통해 흐르는 멕시코 전통음악은 그녀의 초현실적 그림을 표현한 몽환적인 영상과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아쉬운 점은 프리다 칼로 그리고 디에고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언급은 영화속에서 매우 간결히 표현됐다는 점이다. 영화의 내용이 칼로의 화폭에 담긴 그녀의 개인적 심리성향에 주안점을 두고 진행되는 깊이감의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우리의 눈과 귀를 흡족한 감흥에 젖게 만든다.

멕시코 음악의 다양한 맥을 짚어볼 수 있게 하는 것과 더불어 간간히 보여지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들은 우리를 새로운 예술세계에 관심갖게 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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