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수련원 직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고소 논란
편법 사용 도의원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조사 필요

지난 연말 김병우 교육감의 공식사과로 마무리됐던 제주수련원 특혜사용 논란이 새해들어 일부 도의원의 검찰 고발로 재점화됐다. 도의회 자유한국당 이종욱, 정영수 의원과 무소속 박봉순 의원은 4일 도교육청 산하 제주수련원 관계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청주지검에 고소했다. 자신들의 제주수련원 편법이용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정보유출자를 찾아 처벌해 달라는 요구였다. 결국 교육감 특혜사용 의혹을 제기했던 당사자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편법사용 사실까지 드러나자 공식 사과는 커녕 공식 수사를 의뢰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에서는 ‘똥묻은 도의원이 재묻은 교육감을 탓한다’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검찰 고발까지 이른 과정에 대해 정리해본다.
 

2014년 충북도교육청 제주수련원 개원식 모습.

지난해 11월말 도의회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종욱 의원은 김병우 교육감이 여름 휴가중 제주수련원 업무용 객실을 무료사용했다고 폭로했다. 출장 등 업무상 목적이 아닐 경우 교육감도 사용료를 내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제주수련원에 일반 객실보다 2배 가까이 넓고 집기류부터 크게 다른 비공개 객실이 2곳 있다. 교육감과 부교육감, 그리고 최측근들을 위한 ‘펜트하우스’로 사용한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작년 여름 휴가기간 동안 7박8일 간 비공개 객실을 사용하고 사용료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취재진의 확인결과 제주수련원 업무용 객실 2개는 이기용 교육감이 2014년 개관할 당시부터 비공개 공간으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객실보다 넓은 24평 규모에 실내 마감재는 같았고 집기도 개관 당시와 별차이가 없었다. 누가봐도 ‘VIP용 펜트하우스’라 부르기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김 교육감은 7박 8일 사용기간 중 3일간은 제주도 업무와 관련된 공무상 목적이었고 나머지 기간이 휴가였다.

이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김 교육감 이외의 특혜사용 의혹을 제기하며 숙박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동시에 언론에서도 제주수련원에 대한 부당한 외부 사용 사례를 탐문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지난해 11월 22일 <뉴스1>이 ‘내로남불’이란 제목으로 제주수련원 의혹을 폭로한 도의원이 편법사용한 사실이 있다고 첫 보도했다. 또한 연수원측 관계자의 말을 빌어 지난해 도의원 4명이 제주연수원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김병우 교육감의 괴산 쌍곡교직원휴양소 이용 실태를 지적하는 이종욱 도의원.

다음날엔 <연합뉴스>가 2014년 3명(이하 중복 포함), 2015년 6명, 2016년 4명, 2017년 4명 등 도의원들의 사용내역을 구체적으로 확인보도했다. 또한 A의원은 8회에 걸쳐 연수원을 이용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어 <충북인뉴스>는 추가 취재를 통해 최다 8회 사용한 A의원이 바로 ‘물난리 속 외유’로 자유한국당에서 제명된 박봉순 의원이란 사실을 보도했다. 행정감사에서 최초 폭로한 이종욱 의원은 6회로 두번째로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검찰에 고발장을 낸 3명의 도의원 가운데 2명이 제주수련원 편법사용 1,2위 당사자인 셈이다.

해당 도의원들은 “사용 조례를 보면 ‘기관 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시설·설비 일부를 교직원·기관·단체 및 지역주민에게 사용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도의회는 이 조례가 규정한 ‘기관’이어서 제주수련원 이용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임의규정’으로 해당 직속기관장이 사용을 허가할 수도, 안할 수도 있다. 시설의 특수성을 감안해 사용대상 제한에 대해 시설장에게 권한을 맡긴 것이다. 실제로 충북교육청 대천해양수련원은 이용대상에 ‘학부모’도 포함했지만 제주수련원은 ‘교직원’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사용신청을 받고 있는 홈페이지에도 ‘제주수련원은 교직원만 이용 가능’으로 명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당수의 도의원들은 자신의 명의가 아닌 도의회 전문위원실 직원을 통해 사용신청한 것으로 꾸미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도교육청 감사관실에서는 더 이상의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교육감과 교직원들의 이용실태에 한해 감사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육감 또한 사과 담화문에서 “위계에 의한 요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사전에 갖추지 못해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언급해 일부 도의원들의 편법 사용 사실을 인정했다.

특히 선출직 공인인 도의원들이 공공시설의 편법이용 실태를 확인하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응답한 공무원을 처벌해달라고 고소한 자체가 넌센스라는 주장이다. 공인도 사적 영역은 보호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도의원의 단순한 공공시설 사용내역이 과연 외부에 알려서는 안될 개인정보라고 할 수 있을까?

지역 법조계 W씨는 “공인일 경우 국민의 알권리가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우선할 수 있다. 보도적 가치, 교육적 가치, 계몽적 가치가 있는 사실은 공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언론에서 도의원들의 공공시설 이용실태를 보도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해당 시설 공무원이 사용 내역을 외부에 유출했을 경우인데…, 사용내역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외부 유출한 것이 아니고 공인에 대한 정당한 취재에 응한 것이라면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대법원장 겨냥 비밀침해죄 고발
‘판사 블랙리스트’ 관련 판사 사무실 컴퓨터 조사 반발

최근 자유한국당이 대법원장을 비밀침해죄로 검찰에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가 들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판사 사무실 컴퓨터를 조사하자 사적인 비밀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컴퓨터의 소유권은 공무원 개인이 아닌 ‘국가’이며, 공무원의 컴퓨터는 본래 사적 용도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7일 경향신문이 인용보도한 서울 소재 사립대 법학 교수는 “판사도 결국 공무원이다. 공무용 컴퓨터를 반드시 당사자 동의가 있어야만 조사할 수 있다는 일부 고위 법관들과 한국당의 논리는 결국 공무원의 공무수행을 상급자가 감독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고 반박했다.

실제 이와 유사한 사례로 공무원이 사용하는 관용 휴대전화는 소속 관청이 사용자 동의 없이 통화 내역을 조회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당시 법원은 “휴대전화가 업무용으로 지급됐던 점, 업무에 관해 소속기관이 지시·감독할 권한을 항시 가지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위법한 방법에 의해 수집된 증거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불법탈법 의혹의 대상이 된 공인에 대해 공적물품 사용내역을 조사하는 것은 합법적이라는 것이 법원 판례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도의원들의 제주수련원 부당 사용 내역에 관한 언론의 공식적인 취재에 대해 관계 공무원이 사실관계를 확인해 준 것은 정당하다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법조계 W씨는 “만약 언론이 도의원들의 행적이나 동행한 인물 등에 대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이 조력했다면 당연히 개인정보 유출행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공공시설에 대한 공인의 사용 횟수, 기간만을 취재하는 것이라면 답변해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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