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리 「愛蘭-姬蘭」 전문

그미는
그리움 같다
상큼하고 싱그럽고 은근하고 정스럽고 은은한.

그니는
바람만 같다
조금은 쓸쓸하고 담담한 청솔가지 바늘잎 사이.

그녀는
안개만 같다
그믐달 비어 있는 자리마다 차오르는 슬픈.

그네는
첫눈만 같다
소슬하고 설레이고 황홀하고 숫스럽고 빛나는.

─ 홍해리 「愛蘭-姬蘭」 전문(시집 『애란』에서)

 

그림=박경수

 

싱그럽고 은은한 그리움 같은, 청솔 사이를 지나는 바람 같은, 차오르는 슬픈 안개 같은, 숫스럽게 빛나는 첫눈 같은 여인, ‘난蘭’. 40년 난 마니아로, 난과 더불어 온갖 사유와 희로애락을 함께 한 시인에게 난은 말 그대로 도요 선이며 생명이요 인식입니다. 또한 철학이요 예술이며 인격이요 정신입니다. 얼마 전에 상재한 시집 『애란』에는 난에게바치는 헌시 85편이 수록되어있습니다. ‘너는 평화 / 너는 안정 / 너는 이상 / 너는 휴식 / 너는 사랑// 영혼의 사리 같은 보석 // 무슨 말이 필요하랴 / 가슴 여미고 / 두 손 모두어 / 네 앞에 서면 // 오 / 영롱한 / 초록빛/꿈.’(「애란-낮은 자리」 부분) 평생 시와 난이 삶의 절대가치였던 시인은 시에대해서도 이렇게 정의하고 있지요. ‘시는 기다림이요, 그리움이다, 사랑이다. 늘 차지 않아 안타까운 빈 잔이다’, ‘시는 언어의 사리이다. 자신을태워 만드는 스스로의 사리이다.’ 지란을 기르듯 명징한 정신으로 오래몰두한 노고의 결과가 빚은 높은 말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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