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기업 기부행위 선거홍보 이용해선 안돼"
충북도 "해당 기업 자문요청에 응한것 뿐"

충북도 투자유치과가 대기업 청주 사업장의 기부물품 배분에 개입, 도지사가 참석한 물품 전달식을 잇따라 열자 정치권 일부에서 사전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시종 지사는 3일 도청 집무실에서 청주 S사가 충북적십자사에 제천 화재 희생자 유가족을 위한 성금 1억원(온누리상품권)을 전달하는 기탁식을 열고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S사는 지난해 12월에도 도내 불우이웃돕기 성금 1억원을 충북적십자사에 전달한 바 있다. 당시에는 S사 청주사업장 대표가 충북적십자사를 방문해 적십자 충북회장과 기탁식을 가졌다.

이 지사는 지난해 12월 21일 청주 L사가 지역 소외계층과 유관 기관에 전달하는 5억원 생활용품 기탁식을 열고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했다. 기탁처는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충북적십자사, 증평 37사단, 증평 13공수여단, 충북지방경찰청, 대한민국 재향소방동우회 등이다. L사는 지난해 6월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8억원 상당 화장품 및 생활용품을 별도의 기탁식 없이 기부하기도 했다. 

해마다 정기적으로 기부금품 모집기관에 성금품을 기탁해 온 S,L사가 도지사와 함께 기탁식을 갖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같은 합동기탁식을 기획한 곳은 충북도 투자유치과로 지난해 12월 L사의 5억원 상당 생활용품을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2억원, 충북적십자사 1억원, 증평 37사단 7천만원, 증평 13공수여단 3천만원, 충북지방경찰청 5천만원, 대한민국 재향소방동우회 5천만원씩 배분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투자유치과측은 "연말을 앞두고 L사에서 먼저 생활용품 기부처에 대해 상의를 해왔다. 올해는 중부권 폭우 피해 당시 자원봉사 역할을 해준 유관기관 종사자들의 노고가 컸기에 그 기관들을 추천했을 뿐이다. 기관협조 차원에서 우리가 중간 역할을 했을 뿐이며 기부물품은 우리를 거치지 않고 L사가 해당 단체, 기관으로 직접 전달한다. S사도 제천 화재 희생자 유가족을 돕는 것이 의미있겠다 싶어서 자문해 준 것이다. 관련 기관이 다양하다 보니 지사 집무실에서 간단한 기탁식을 가진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 일부에서는 "과거에는 기업에서 직접 기부금품모집기관에 전달했는데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충북도가 지사를 내세워 기탁식 세레모니를 열고 언론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더구나 사회복지 부서도 아닌 투자유치과에서 관내 기업을 상대로 성금품 배부처와 배분량까지 정리해준 것은 기부금품모집법에 저촉될 소지도 있다. 자치단체장이 기업의 순수한 기부행위를 선거홍보에 역이용하는 나쁜 선례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부금품모집법상 지자체는 후원자를 발굴하거나 직접 모집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예외적으로 기탁받을 경우에는 자체 기부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수해 복구현장에 동원된 의무경찰대원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재향소방동우회는 의용 소방대원을 대상으로 L사의 생활용품을 배포할 예정이다. 부정청탁금지법상 현직 공무원은 외부 선물을 받는데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도내 기부금품모집기관 관계자 R씨는 "지자체가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간접지원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과도한 개입으로 모집기관이 '들러리'처럼 보인다면 문제가 있다. 기부금품모집법상 지자체는 단순히 기부금품을 접수하여 모집자에게 전달하는 역할로 제한하고 있다. 충북도의 사례를 보고 다른 시장·군수들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똑같은 행태를 보이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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