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방자치포럼 성안길 거리홍보전 시작
1월 후보 공모,기초의원 대선거구 8곳 출마 계획

청주에서 ‘듣도 보도 못한 정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시민들이 뽑은 시민후보의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선거에 등장한 시민후보는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추천한 경우였다. 하지만 청주에서 추진하는 시민후보는 시민경선인단을 통한 모바일 투표를 통해 후보를 결정한다. 기존 시민단체가 개입하지 않고 촛불혁명을 통한 참여민주주의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 청주에서 싹트고 있는 ‘시민후보론’의 배경과 실체를 알아본다.
 

충북지방자치포럼 회원들이 16일 시민후보 경선인단 모집을 위해 성안길 홍보전을 벌였다.

지난 16일 청주 성안길 롯데시네마 앞에서 40대 이상의 중년 사내 6명이 오가는 시민들에게 홍보 전단지를 나눠줬다. 어깨에는 ‘충북지방자치포럼’ 띠를 둘렀고 손에는 시민후보 경선인단 참여를 홍보하는 전단지를 들었다. 시민경선인단 모집은 과거 어느 선거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생소한 장면이다.

우선 충북지방자치포럼(이하 자치포럼)은 어떤 단체일까? 2015년 발족된 자치포럼은 충북NGO센터 ‘충북생활자치 아카데미’ 출신이 주축이 된 66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충북NGO센터는 지방자치를 정당정치가 아닌 생활자치로 바라보고 시민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충북생활자치 아카데미’ 강좌를 개설했다. 행정, 문화,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지방자치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빙해 10강좌 내외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강좌가 끝난 후에도 수료생들은 사적 교류를 지속했고 1기생인 우성석 대표(56)가 주도해 2년전 ‘충북지방자치포럼’을 구성했다. 우 대표는 “생활자치 아카데미 학습을 통해 지방자치의 위기라는 현실을 깨우치게 됐고 시민참여로 개선시켜야 한다는 의지도 갖게 됐다. 이같은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자치포럼을 발족하게 됐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끈 시민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시민참여를 시민후보 진출로 확장하자는 의견이 나오게 됐다. 주변에서 최초의 실험이라고 하지만 시민사회 진영에서 진작에 시도했어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자치포럼은 지난해 4월 총선 국면에서 ‘나의 삶을 바꾸는 정치, 이제는 참여다’를 주제로 제1회 청주 커피파티(Coffee Party)를 열었다. ‘커피 파티’를 직역하면 커피당으로 2010년 미국에서 시작된 진보적 온라인 시민정치운동이다. 미국 사회가 인종문제, 의료개혁 문제 등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정부가 권력과 돈 있는 사람, 기업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창립됐다.

이날 청주 ‘커피 파티’에는 20여명이 참석해 5개조로 나눠 분임토의식으로 진행됐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원내교섭단체 인원 줄이기(소수당 발언권 강화) 내부고발자 보호정책제 등 정치분야 5개와 국민 기본권 보호법안, 법인세 올리기, 청년 배당금 지원 등 생활법안 14개항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올 들어 2월과 9월에는 자치포럼 회원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 시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2월에는 697명의 시민을 만나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71%가 “촛불집회 이후 한국 사회가 변화될 것”이라고 답했고 그 이유로 ‘직접참여를 통한 시민의식 성숙과 민주주의 발전’을 꼽았다.

9월에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후보 입후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426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385명) 및 대면조사(1041명)를 벌였다. 시민후보에 대한 인지도는 낮았지만(32.6%) 시민후보 정의에 동의하고 ‘선택하겠다’(56.4%)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이같은 설문 결과를 토대로 자치포럼은 시민경선인단 1만명 모집을 목표로 범시민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촛불집회 이후 도내 진보시민단체 진영에서 시민후보론이 논의됐고 시장 출마의사를 내비친 인사도 있었다. 하지만 앞서 다른 지역의 실패 사례가 많다보니 일부에선 여당과의 선거연대론을 제시했다. 특히 시민단체 조직 상층에서는 독자출마론 보다 정당 연대론에 무게가 쏠렸다. 시민후보 당위론이 당선 가능성과 선거 비용 마련 등 현실적 과제 앞에서 좌절된 셈이다. 결국 논의를 관망하던 시민단체 사무국 실무자 3~4명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고 현재 당원 늘리기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에대해 시민단체 실무자 A씨는 “과거 보수정권때도 지방선거 때마다 시민후보 출마론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정치지형 자체가 진보 시민후보의 생존 가능성이 낮다보니 본격적인 논의까지 가진 못했다. 따라서 촛불 탄핵국면에서 제기된 2018년 지방선거 시민후보론은 그 어느때보다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방향과 방법을 잡아줄 선배원로들 가운데 시민후보론을 적극 옹호한 분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개별적으로 하나둘 민주당과 손잡았고 송재봉센터장의 도지사 소통특보 내정이 정점이 된 셈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들의 선택을 손가락질하고 싶진 않다. 원내 진출해서 해묵은 지방의원 자질론을 탈피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충북지방자치포럼은 12월중 경선인단 모집 홍보와 함께 사단법인화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내년 1월 시민 경선인단(1만명 목표)을 구성하고 후보 공모를 받는다. 자치포럼측은 청주지역 13개 시의원 선거구 가운데 아파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7~8개 선거구에서 시민후보 출마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의당 등 소수정당이 주장하는 대선거구제(선거구별 3인이상 선출)는 자차포럼에서도 적극 지지하고 있다. 거대 양당 후보에 대한 ‘묻지마 식’ 투표 성향을 감안하면 3인 이상 선출제가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에는 서울연구원(전 서울시정연구원)의 풀뿌리연구네트워크에 참여해 워크샵에 참가하기도 했다. 자치포펌은 워크샵에서 시민경선 후보론에 기반한 ‘인적혁신안’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더 나은 민주주의 위한 시민의 유쾌한 실험
인터넷 기반 정치 스타트업 ‘와글’ 충북지방자치포럼 사례 주목
 

시민후보 경선인단 참여 안내 전단지.

2015년 8월 ‘와글와글한 군중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실험’을 한다는 취지로 정치 스타트업 ‘와글’(www.wagl.net)이 설립됐다. 희망제작소,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 활동가인 이진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와글’은 2015년 9월부터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으로 해외의 다양한 인터넷기반 직접민주주의 사례를 소개했다. 10회 연재 내용을 토대로 출간한 책이 ‘듣도 보도 못한 정치’. 지난 4월 이 대표의 청주강연을 접한 충북지방자치포럼 회원들이 큰 감명을 받았다는 것. ‘다수결에 의한 대의민주주의’는 그 시효가 다했으며, 시민의 직접참여에 의한 풀뿌리정치 시스템이 그 대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시대에 발맞춰 정치는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때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밥먹듯이’ 하는 일상적 삶의 한 부분임을 강조했다.

자치포럼 회원들은 지난 12월초 서울에서 이 대표를 만나 시민후보를 통한 지방의회 진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당시 이 대표는 ‘시민단체 개입없이 시민 스스로 후보를 뽑는 방식은 첫 사례’라며 관심을 표명했다고. 또한 ‘와글 정치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자치포럼의 시민후보 경선모델을 지원하기로 상호 협약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공약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시민후보의 봉급 상한액도 정할 수 있다.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유쾌한 정치 실험, 역시 시민참여 여부가 성패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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