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면 주민자치와 옥천순환경제공동체 활동 널리 소개돼 ‘감사’
농촌지원책 아직도 ‘언 발에 오줌누기’, 생계 꾸리기 어려운 게 현실

<정순영의 일하며 생각하며>
정순영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사무국장

이제와 하는 이야기이지만 처음 격주로 충청리뷰에 글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는 어떻게든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도 8년이 넘는 시간을 글쓰기를 업으로 하고 살았음에도 누군가에게 읽혀질 글을 쓴다는 것의 부담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매번 원고 마감시간을 넘겨가며 근근이 글 하나를 보내고 나서도 밀려드는 감정이란, 후련함이 아닌 부끄러움...그런데, 이토록 힘겹게 연재를 했음에도 막상 연말이 다가오니 그 아쉬움은 또 어인 일인지. 사람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옥천풀뿌리대안정책기획단 주민의힘 구성 및 출범식.

어쨌든 처음 글을 써보겠다 마음을 먹게 된 이유를 다시금 떠올려 보니, 나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옥천의 이야기를, 또 안남과 같은 면 지역의 이야기를, 그리고 농촌과 농업의 이야기를 충청리뷰에서 읽기가 쉽지 않겠구나란 생각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여러 현실적 여건으로 충청리뷰 기사 대부분이 충청북도를 포함한 청주권의 행정과 정치계 소식만을 다루는 것이 항상 아쉬웠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옥천의 이야기를 2주에 한 번이라도 전하는 것에 나름의 사명감을 가졌다고나 할까?

비슷한 의지를 가지고 올해는 거의 청주에서 열리는, 앞에 ‘충북’ 자가 붙은 각종 회의나 행사에 열심히 참여해보려 노력했다. 옥천에서 나 한 사람 참석하는 것이 ‘함께 하는 충북’의 구색 맞추기에 다름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외면하는 것보다는 참석해서 옥천의 이야기를, 농촌에서 살아가는 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에서였던 것 같다.

결론적으론 뭐 엄청난 역할을 해낸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충청리뷰에 게재된 내 글을 읽고 안남면의 여러 주민자치활동이 궁금하다며 문의를 해온 분도 계셨고 옥천순환경제공동체의 활동이 더 널리 소개돼 이런 저런 좋은 일들도 있고 했으니 부족한 글이나마 한 해 동안 지면을 내주신 충청리뷰에 정말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전해야 할 것 같다.
 

옥천풀뿌리마을학교 개최

하루하루 버텨가는 농촌을 바라보며

지난해 면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느낀 가장 큰 행복 중 하나는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을 온 몸으로 느끼며 산책을 나가는 일이다. 내가 사는 옥천군 안남면 도덕2리 덕실마을은 실제 거주 인구가 40명이 채 안 되는 마을로, 옥천에서도 인구가 가장 적은 마을 중 한 곳이다. 그리고 3명의 어린이와 1명의 청소년을 빼곤 37살의 내가 우리 마을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마을 어르신들도 마을의 막내인 나를 친딸, 친손녀처럼 예뻐해주신다. 올 가을엔 그런 어르신들 뵙기가 죄송해서 산책 나가려던 발걸음을 주저하곤 했다. 산책을 나가면 마을 곳곳에서 들일에 바쁘신 어르신들을 뵙게 되는데 고되게 일 하고 계신 옆으로 ‘하릴없이 산책이나 다니는’ 내가 스스로도 ‘참 개념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들 고생스레 농사를 지으시지만 사실 요즘 돈 되는 농사가 어디 있나. 잔뜩 굽은 허리 한번 못 펴가며 농사라고 지어봐야 자기 식구 먹일 것 빼고 생산비 몫으로 들어간 것 제하고 나면 그야말로 빚이나 지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 대다수 농촌마을, 고령농들의 현실이다. 어쨌든 평생을 이리 고생스럽게 땅을 일구고 사셨다면 생의 끝자락이라도 좀 행복하고 편안하게 보내셨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다. 있는 것 없는 것 도시의 자식들에게 다 퍼주고 본인은 김치 한 쪼가리로 끼니를 해결하며 겨울철에도 난방비 무서워 불 한 번 제대로 때지 못하는 모습들을 볼 때면, ‘이 나라가 이분들에게 진짜 이러면 안 되지 않나’라는 생각에 괜히 울컥해지곤 했다.

농촌에서 살아가는 삶의 고단함은 젊은 사람들이라고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정부나 언론에선 농촌에 살고자 하는 귀농ㆍ귀촌, 청년 농업인들을 위한 지원정책이 굉장히 많은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대다수 지원책이 여전히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든든한 농업기반이 있거나 정말 특출난 재능으로 ‘대박 농산물’을 길러내지 않고선 상당수 귀농·귀촌, 청년 농업인들은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이상, 생계의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투입되는 생산비와 노동력 대비 국내 농산물 가격 사이의 불균형이 너무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충북시민재단 시민공익사업 지원을 받아 개최된 옥천푸드직거래장터&벼룩시장

언젠가는 농촌에 변화가 올 것

안남면의 경우 그나마 젊은 4,50대 농업인 부부 상당수가 눈만 뜨면 하우스에 나가 깻잎을 따고 있다. 휴일도 없이 일주일 내내 깻잎 수확에 매달려야 그나마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고, 그 돈이 있어야만 자식도 기르고 부모님도 부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농촌의 삶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접근 없이, 무엇이 진짜 농촌을 살아나게 하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 없이 각종 지원정책을 쏟아내 봐야 무슨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도리어 ‘농업농촌 개발하라고 수십, 수 백 억을 지원했는데 다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비난의 목소리만 부메랑이 되어 농촌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얼마 전 이런 고민을 가까운 어른께 털어 놓으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으니 “백약이 무효다”라는 의외의 말씀이 돌아왔다. 그리고 뒤 이어 “그렇다고 무작정 우리 농업 살려내라고 구호만 외치고 싸움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작은 것이라도 내 주변에서부터 할 수 있는 것을 해봐야 또 그런 걸 하는 힘으로 버티지요”라고 말씀하셨다.

그 분 말씀처럼 농촌에서 살아보겠다고 벌이는 온갖 시도들이 결국 언젠가는 ‘근본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 희망하며, 일단은 지금 당장 버텨 낼 힘을 얻기 위해 하는 일들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최대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물속에 들어가 조금씩 숨을 내뱉으며 버티는 잠수와 같다고 한다면 농촌의 삶을 너무 비극적으로 묘사한 것일까?

어쨌든 평균 수명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최소 50년 이상은 농촌에서 살아가야 할 나로선, 잠수 상태로 이 시간을 버티기엔 너무도 힘이 들 것 같다. 그래서 그 ‘근본적 변화’를 하루라도 빨리 가져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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