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장 「딱새」 전문

우체통에 딱새가 들어와 집을 지었다
단지 그대의 얇은 편지 한 장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인데
어쩌면 딱새가 그대가 보낸 편지일 수도 있겠지
우편번호가 있어야할 자리에 까만 눈동자 반짝이며
주소가 적혀야할 자리에 갈색 목을 두르고
그는 열심히 나뭇가지와 지푸라기를 가져와
나에게 읽어보라며 문자를 만들고 있다
함부로 다가가면 두려움에 떨며 날아가 버릴 편지
잡거나 뜯어보지는 말고 깊은 밤
살며시 후래시 불로 비춰보다가
떠나보내라는 편지
알을 품고 새끼를 위해 먹이를 물어오는 동안 멀리서 바라보며
삶의 언어를 모두 읽어보라는 편지

딱새가 날아가 버린 어느 오후
딱새의 집에 손을 넣었더니 물컹,
한 무더기 똥이 나의 손을 잡는다

겨드랑이에 서늘히 번져오는 그대 냄새

─ 김성장 「딱새」 전문(옥천문학회 문학동인지 14 『독』에서)
 

그림=박경수

딱새가 물어온 자연의 마음으로 지은 집에서 아침마다 듣는 맑고 깨끗한 새소리는 바로 청산이 소리쳐 일깨우는 삶의 지혜지요. 빨간 우체통을 세우고 그리움으로 눈물 반짝이며 그대에게 받고 싶었던 편지 한 장, 그것은 필경 딱새가 물어다 준 삶의 언어였지요. 사랑이며 동경처럼, 슬픈 이별도 기쁜 해후도 그 모든 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이란 함부로 다가가면 날아가 버리는 법, 그러니 충동적으로 마구 잡거나 뜯어보지 말고 가만가만 부는 바람처럼 스스로 흘러가게 두는 것이라는 귀한 말씀이 담긴 편지였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시의 백미는‘ 물컹한 똥’이 주는 서늘한 결구지요. 딱새가 남기고 간 배설물은 또 다른 생의 소중한 거름이 되듯이, 우리도 가치 있는 삶을 향한 열정을 통해 타인에게 귀감이 되라는‘ 그대’의 부탁이지요. 딱새가 깃을 칠 우체통처럼 내가 놓이고 싶어지는 시입니다. 이렇듯 좋은 언어는 사물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하고, 또한 타인의 마음에 깃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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