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승 환 (충북대 교수)

   
세상에는 해도 되는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자는 망할 수밖에 없다. 이번 충청일보 청산(淸算)의 망상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무모하게 벌인 모리배들의 작란(作亂)이다. 어찌 세상이 그런 술수를 모를 것이며 왜 서슬 퍼런 응징이 없을 것인가!

오랜 동안 소유지배구조의 모순에 견디다 못한 충청일보 직원들이 2004년 봄, 세 번째로 노조를 결성했다. 사측의 비정한 태도 때문에 노사협상은 결렬되었다. 벼랑에 몰린 노조는 어쩔 수 없이 신문제작의 민주성을 확보하고 노동조건의 열악함을 극복하고자 파업을 결정했고 이에 대해 경영자들은 직장폐쇄라는 황당한 패악을 저질렀다. 그에 더하여 11월 10일(화), 청산이라는 법적 절차에 착수하겠다는데 이르렀다.

이것은 보복이다. 자본과 주주에 대항하는 노동자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멸시키겠다는 충청일보 경영진의 포악한 오기다. 그리고 이것은 토목적 발상이다. 신문제작을 도로건설과 건물증축처럼 대하고 있는 이 발상법은 구시대적 악습이다. 언론은 그 자체로 생명을 가진 공공기구이다. 상법(商法)상 소유주나 주주가 있다고 하지만 사회적 공기인 언론을 토목건설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그런 망상(妄想)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천명(闡明)한다.

그렇다면 이 일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충청일보의 대주주는 서울대학교 총동창회장이자 임광토건의 회장인 임광수씨다. 성공한 기업가로써 그는 나름대로 좋은 면도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는 신문을 자신의 명예 선양과 사업의 방패로 간주하고 이윤창출의 간접적 지렛대로 사용했다는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와 그의 추종자들은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 타협과 양보가 없는 무자비한 자세로 일관하여 의도된 파탄(破綻)을 유도했다.

현재 충청일보는 다른 지역신문과 마찬가지로 부채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언론사주라면 언론에 대한 철저한 자세와 의지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언론을 통하여 자본을 사회로 환원하면서 사회적 공공성을 유지하겠다는 최소한의 철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주에게는 그런 언론관이 부재한다. 경영진 역시 그렇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충북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민중단체들은 충청일보 노조와 연대하여 투쟁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겠다는 노조의 눈물겨운 개혁을 지지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사죄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전제하에서 시민사회단체는 노조와 연대하고 결합하기로 했다.

여하간 이제 싸움은 극소수 경영자들과 충청인들과의 대결로 비화되었다. 이 상황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패악자들은 실패할 것이고 사회변혁운동의 일환인 언론개혁은 앞당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충청일보가 민족언론사에 빛나는 참언론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확신한다. 만에 하나, 경영자들이 노조를 와해시키고 <충청일보>를 재창간하여 장악하려 한다면 그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라.

마지막으로 한마디, 충청일보의 주인은 충북인들이다. 지난 오십육 년 간 우여곡절과 산전수전을 다 겪은 충청일보는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다. 그러므로 함부로 폐간이나 폐쇄를 해서는 안 된다. 엄중히 경고한다. 청산은 없다. 충청일보 경영자들은 그간의 포악을 무릎 꿇고 백배사죄하는 동시에 신문을 충청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충청일보를 패권과 자본의 논리로 대하는 사주와, 그 괴뢰(傀儡) 노릇을 하는 모사꾼들의 미래는 비참할 것이니 경거망동하지 말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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