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발병한 진천군 이월면 지역은 고요한 정적 속에 소독약 냄새와 백색 석회 가루만이 휘날렸다.
기자가 찾은 6일 한창 바쁜 농사철임에도 불구하고 농촌 들녁에는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모두가 바깥 출입을 자제하며 구제역 방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 곳곳에 설치된 방제 초소에는 방역복을 입은 공무원과 군인, 경찰들이 지나는 차량에 소독약을 뿌리며 방역에 나서고 있었다.
초소가 있는 도로에는 뿌린 생석회의 긴 자국이 몇일 째 계속되고 있는 구제역과의 전쟁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구제역이 발생한 이월면 사곡리 이모씨(41) 농장 주변 500m 이내 지역은 외부인의 출입이 완전 봉쇄되었고 반경 3km 지역은 위험지역으로 설정되어 철저한 통제를 받아야 했다.
진천군에 따르면 구제역 발생지역 500m 내에는 공무원 84명, 경찰 24명, 군인 101명 등 209명이 동원되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군내에 21개소의 방역 초소가 설치되어 통행 차량에 대한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주민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읍·면 별로 28개 자율 방역단을 구성하여 해당 마을과 축사를 소독하고 석회를 뿌리고 있다. 초평면 용산리와 문백면 도하리 등 3개 지역은 주민 자율 방역 초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향토 사단인 육군 37사단은 7일부터 17일까지 계획된 진천·음성지역 예비군 훈련을 다음달로 연기하고 7일-11일 화랑훈련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각급 기관 단체의 단체활동 뿐만 아니라 각종 모임도 자제해 줄 것을 방역 당국은 요청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제역과의 싸움은 지역 사회의 분위기와 개인의 사생활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속 신고 및 대응, 확산 막아

구제역 증상이 처음 보고 된 것은 지난 3일 오후 6시 30분. 진천 유전자원으로부터 새끼 돼지를 들여와 위탁 사육하는 이월면 사곡리 이모씨는 4월30일 돼지 2마리에서 다리가 떨리고 일어나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데 이어 5월2일에도 추가로 2마리가 같은 증상을 보이자 3일 수의사의 정밀 검사를 받게된다. 이들 증상이 구제역이라고 판단한 (주)선진브릿지랩의 수의사 김현섭씨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신고하고 농장 출입통제, 축사소독 등의 응급조치를 신속하게 취함으로써 확산 방지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씨는 이런 신속한 신고와 조치를 평가받아 4일 농림부 장관의 표창을 받았다.
그 이후 방역 당국과 진천군의 신속한 대응도 확산 방지에 기여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정밀 조사에 의한 구제역 판단이 나오기 이전부터 구제역 발생지역에 대한 통제와 함께 발생지역 돼지 1천여마리의 살처분을 준비함으로써 검역원의 구제역 판명과 동시에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한 것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진천 구제역이 신고된 것은 3일 오후 6시 30분. 검역원의 구제역 판정이 난 시간은 다음날 오전 11시 50분. 이날 오후 2시부터 구제역이 발생한 이씨 농장의 돼지 1050마리와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최모씨 농장 돼지 300마리, 김모씨의 염소 한 마리 등 우제류 1351마리에 대한 살처분에 돌입해 다음날 새벽 8시까지 이어졌다.
진천군 공무원은 물론 군 병력이 대거 동원된 하룻밤의 소개 작전이었다. 포크레인고 페루다 등 중장비도 대거 지원됐다. 김경회군수는 “1천여마리의 살처분을 위해서는 공무원 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어 37사단장에게 지원요청을 했더니 즉각 응해줬다”며 “37사단이 은인이다. 지난해 설해, 한해 등 자연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재해 극복에 큰 힘이 돼주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진천군은 이어 6일 구제역 바이러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군내 모든 축산 폐수의 수집·운반을 전면 중단했으며 위험지역(발생지역 3km이내)에 있는 젖소의 원유를 수거해 이월면 사곡리 인근에 매립했다.진천군의 이러한 신속한 대응은 지난 2000년에 안성 지역에 발생한 구제역에 대한 방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안성 지역 구제역 발생은 진천 지역이 위험지역 내지 경계지역에 포함되게 되어 이때 방제 장비 구입 및 인력 운용의 경험을 축적하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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