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흥덕경찰서 유치장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살인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들이 유치장에서 범행 은폐를 위해 쪽지를 주고받았지만, 제지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7일 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월 26일 살인 혐의로 구속돼 경찰서 유치장에 있던 A씨(21)는 사식으로 들어온 과자 박스에 몰래 쪽지를 숨겼다. A씨는 이 쪽지에 `배신하지 말라'고 적었다.

그는 경찰에게 “남자친구와 과자를 나눠 먹고 싶다”며 전달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경찰은 과자 박스를 별다른 의심 없이 공범인 남자친구 B씨(32)에게 건넸다.

당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A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쪽지를 써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실은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해당 쪽지를 증거로 채택하면서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B씨가 보관하고 있던 쪽지를 확보했다.

반면 경찰은 A씨와 B씨가 서로 쪽지를 주고받은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지난 10월 검찰로부터 통보를 받은 뒤에서야 부랴부랴 사실 확인 작업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0월 검찰에서 연락이 와 확인한 사항”이라며 “그전까진 사실상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볼 때 딱히 할 말이 없다”며 “유치장 관리 교양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덧붙였다.

A씨와 B씨는 지난 9월 19일 오전 0시53분쯤 옥산면 장남천 인근 한 둑길에서 평소 알고지내던 C씨(22·여)를 둔기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유치장에서 쪽지를 건넨 A씨는 “범행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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