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직원들 이어 경감급에 추천 여부 묻는 전자우편 발송

박재진 충북지방경찰청장이 또 한 번 `인사 혁신'카드를 꺼냈다. 지방청장의 가장 큰 인사권이라 할 수 있는 총경 승진 대상자(경정급)에 대한 지휘관 추천을 과감히 내려놨다. 대신 소속 직원과 경감급 중간 간부들에게 그 판단을 맡겼다. 취임 후 4대 혁신을 강조했던 박 청장이 이번 총경 승진 추천을 통해 `혁신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라는 긍정적 해석이 비등하다.

박 청장은 지난 3일 오전 도내 270여명에 달하는 경감급 간부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조만간 이뤄질 총경급 승진인사를 앞두고 대상자에 대한 추천을 묻는 내용이다.

박 청장은 경감급 270여명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낸 편지에서 “그동안 모든 승진의 평가는 윗사람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하지만 내가 부임했을 때 `아랫사람들에게 어떻게 했는가?'를 기준으로 승진 대상자를 결정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상자들이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승진대상자로의 추천 여부와 구체적 사안에 대한 평가를 부탁해 회신받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청장은 승진 대상자의 소속 직원들에게도 편지를 보내 추천 여부와 근거를 물은 바 있다.

박 청장은 “경감 여러분에게 추천 사항을 다시 물어 보완하고자 한다”면서 “곤란하면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경찰의 미래를 바르게 잡아갈 큰 기회로 봐 달라”고 덧붙였다.

박 청장은 승진 대상자 8명의 명단과 함께 `존경하므로 추천', `일반 추천'칸이 게재된 추천 여부 평가표를 첨부했다. 박 청장은 5일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이 평가표를 자신의 전자우편으로 회신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청장의 인사 혁신을 호평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우선 직원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박 청장이 지휘관으로서의 특권인 추천권을 포기하고 직원들의 판단을 반영하겠다는 점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경찰관은 “청장이 인사권을 모두 쥐고 흔들었던 과거와 달리 일선 직원들의 목소리를 통해 판단하고, 그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인사방식”이라고 전했다.

다른 경관은 “어찌 보면 그동안의 지휘관 추천은 어떤 기준으로 이뤄졌는지 알 수 없었다. 밀실 행정에 가까웠다”며 “이번에 청장이 직원들의 평가를 반영한다면 공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반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 `깜냥'안 되는 대상자들이 지휘관과의 스킨십을 등에 업고 무임승차하는 탓에 역량 있는 간부들이 낙방하는 부조리를 털어낼 수 있다는 과감한 목소리도 있다.

반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 수 있는 데다 이번 경감급 추천이 자칫 인기투표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한 경관은 “박 청장 스타일의 인사 혁신이 후임 청장 때까지 연속될 수 있느냐는 물음표를 던지고 싶다”고 전했다.

다른 직원은 “대상자의 능력과 인성을 떠나 경감급들과의 친소관계, 학연 등에 따라 추천이 이뤄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결국 인기투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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