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보령의료봉사상 大賞 음성인곡자애병원 신상현 원장

(음성타임즈) '자신보다는 가난한 이들을 먼저 돌보라'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의료 봉사의 길을 걸은 지 29년. 환자들에게 그는 자신의 이름보다 '꽃동네 슈바이처'라는 별명으로 더 친숙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월 20일 음성꽃동네 인곡자애병원 신상현(62·야고보 수사, 사진) 원장에게 '제33회 보령의료봉사상' 대상을 수여했다.

보령의료봉사상은 1985년 대한의사협회와 보령제약이 국내외 의료 취약 지역에서 헌신적 인술로 참다운 사랑을 베풀고 있는 의료인과 의료단체를 발굴하고 그 숨은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대상을 수상한 신 원장은 1988년 가톨릭대 의대에서 내과 전문의 자격을 얻자마자 음성 꽃동네로 갔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정부 장학금을 받았고 나중에 사회복지시설에서 의료 봉사를 하는 조건이었다.

처음에는 2년 정도 의료 봉사를 한 뒤 다른 곳으로 떠날 생각이었지만 열악한 환경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당시 꽃동네에는 1000명이 넘는 환자가 있었지만 변변한 병원도,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도 없었다.

그는 예수의꽃동네형제회에 입회해 평생 독신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수사(修士)가 됐다.

지금까지 신 원장의 도움을 받은 음성꽃동네 가족은 5000명이 넘는다.

그는 "꽃동네에서의 삶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며 "여생은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돌보며 마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음성꽃동네 예방복지사업, 교육 및 사랑사업과 우간다·인도·방글라데시 등 가난하고 소외된 해외 11개국에 꽃동네의 사랑을 전파하고 있다.

이날 대상을 수상한 신상현 원장은 소감에 앞서 내빈들과 함께 꽃동네 트레이드마크 인사인 '하트'를 그릴 것을 제안했다.

신 원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려지고 있다. 빵의 결핍 때문이 아니라 사랑의 결핍 때문"이라며 "누군가가 그 결핍된 사랑을 대신 채워줘야 한다. 가장 가난한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은혜를 받은 것은 제게는 가장 큰 특전이요 영예이며 기쁨"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야말로 제 삶의 커다란 의미가 됐고, 그 분들은 가난함을 통해 저를 영적인 부자로 만들어 줬으며 저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게 했다. 가난한 이웃은 제가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되돌려 주었다. 그 분들이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상을 1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께 바치고 싶다고 했다.

신 수사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가장 낮은 '종의 모습'으로 평생을 사셨다. 눈물겨운 희생을 하셨음에도 공치사 한 번 안 하신 어머님께서 받으셔야 할 상"이라며 "꽃동네가 꿈꾸는 세상은 한 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하느님처럼 우러름을 받는 세상,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세상이다. 이를 위해 미력이나마 제 생명을 다 바쳐 사랑 하겠다"고 했다.

신 원장에게는 상패와 순금 10돈 메달, 상금 3000만원이 수여됐다.

보령의료봉사대상은 故 이태석 신부를 비롯해 케냐의 어머니 유루시아 수녀, 27년간 무의탁자와 노숙인을 치료하고 있는 성가복지병원 박용건 과장 등이 수상한 바 있다.

지난 32회 대상은 1997년부터 전진상의원에서 호스피스 담당의사로 근무하며 어려운 이웃과 말기 암환자 등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 준 故 정미경 의사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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