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난민정책으로 유입된 이주민 2세에 의한 테러 빈번
국민들 “난민정책 옹호하지만 방법과 속도가 문제” 여론

사회통합 현장을 가다(3) -독일 방문기-
최승호 충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작년에 안식년을 맞아 몇 개월간 독일에 머물렀다. 독일 유학시절 추억의 자리에 다시 가보기도 하고, 미처 가보지 못했던 곳도 방문했다. 20~30년의 세월이 흘러 여러 가지 변화도 느껴졌지만 사회시스템이나 질서는 여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당시 독일을 비롯하여 유럽전역은 테러와 난민정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 독일 바이에른 주의 뷔르츠부르크와 뮌헨 등에서 연이어 테러가 터졌고 세계정세도 터키의 쿠데타, 영국의 브렉시트, 광대나 선동꾼같은 미국 트럼프의 정치적 언행이 국제질서를 혼란스럽게 흔들고 있었다.
 

독일 연방의회당

테러와 이유 없는 살육, 기존 체제에 대한 반동, 무차별적인 폭력 등 어느 누구에게나 닥칠 듯한 공포와 두려움이 세계 시민사회에 엄습해오는 분위기였다. 사회질서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민주주의와 정치적 이상은 한낱 조롱거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난민과 이주민 청소년의 문화적 괴리와 정체성의 혼돈, 지역 공동번영에 반기를 드는 분리주의와 국가주의, 민주주의를 조롱이나 하는 듯한 선동적이고 극단적인 정치꾼 등 작년 여름 밤 독일 도시의 광장에서 좋아하는 밀맥주(Hefeweisen)를 마시며 생각한 주제들이었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테러

독일의 테러를 보면 7월 18일, 바이에른 주 뷔르츠부르크 통근열차에서 17세 아프가니스탄 난민 청년의 도끼 난동으로 5명이 부상당했고 22일 바이에른 주 뮌헨 도심 쇼핑센터에서 18세 이란계 독일인의 총기난사로 9명이 사망했다. 또 20여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24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로이롤링겐 도심에서는 21세 시리아 난민 청년의 흉기난동에 임산부가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한다. 24일 바이에른 주 안스바흐에서는 27세 시리아 난민의 자살폭발테러로 1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한다.

그동안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테러안전국으로 보였던 독일이 테러공격에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독일사회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이슬람 극단주의와 연계된 테러가 아닌 난민정책으로 유입된 이주민 2세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메르켈 총리의 난민수용정책에도 딜레마를 안겨주었다.

메르켈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12월 20일 저녁, 24세 튀니지 난민 출신 청년이 사람들이 붐비는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에 컨테이너 트럭으로 돌진하여 12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부상당하는 참사를 저지르고 도주하는 사건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2월 31일, 쾰른의 새해맞이 축제(Silvestertag)에서도 이민자들로 보이는 남성들의 집단 성폭력으로 여론은 난민포용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시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시리아 내전과 중동지역,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불안정한 치안, 그리고 북아프리카 지역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난민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EU 국경을 지키고 불법적인 밀입국을 근절하고 난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난민발생국 및 난민수용소의 운영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하여 난민 상황을 크게 개선시켰다. 난민통과국인 터키에는 EU-터키 난민협정을 통해 터키의 EU 가입협상 개시, EU국가에 비자면제협정까지 체결해 주었다. 그러나 곤혹스러운 것은 터키의 쿠데타 진압과 언론 및 인권탄압으로 양국을 비롯한 주변국 관계가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베를린 중앙역 광장에 설치된 ‘늑대가 돌아왔는가’ 입간판 포스트.
베를린 중앙역 광장에 설치된 극우 반대 조형물.

어려운 과제, 이주민의 사회통합

메르켈의 난민정책에 대해 일반 독일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회가 될 때마다 수시로 질문해보았다. 이들의 답변을 종합하자면 이렇다. “난민포용정책의 방향은 맞다. 그러나 속도의 문제 아니겠는가? 대거 밀려오는 난민들이 독일 정부의 물적 지원만으로 적응이나 통합이 쉽지는 않다. 먼저 입국한 가장이 난민 발생국에 남겨둔 아이들과 가족을 데려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기간을 거친다. 가족을 데려와서도 난민 이주자 이슬람 2세대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는 괴리감은 극복이 쉽지 않다. 인도주의 입장에서 난민을 수용하여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생활비와 언어학습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학교나 사회에서 겪는 문화적 소외감이나 괴리감도 만만치 않다”는 등의 입장이었다.

독일에서는 히잡을 쓴 여성을 가정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이슬람의 문화도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난민정책은 옹호하지만 방법과 속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2016년 당시, 2017년 총선에서 과연 메르켈이 4선에 성공할 것인지 궁금했는데 본인이 확인한 독일 시민들의 전반적인 반응은 이러한 난민정책으로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켈은 난민에 대한 반감과 불안감을 안정시키고 사회적, 문화적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강한 믿음으로 정책을 밀어붙여 올해 9월 4선에 성공하였다. 다만 난민정책에 반대하는 극우 대안정당(AfD)의 선전으로 이러한 난민정책에 빨간불이 켜진 건 사실이다.

특히 이 정당에 대한 옛 동독 지역의 많은 득표는 옛 동독 지역민이 느끼는 차별과 괴리감이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현재진행형인 이주민의 사회통합 과제, 어렵지만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궁극적인 지향점을 두고 우리는 계속 머리를 맞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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