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공동체’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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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공동체’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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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3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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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反빈곤운동가 유아사 마코토의 <빈곤에 맞서다>가 준 교훈
옥천순환경제공동체도 ‘다메’, 주민들의 저수지 역할 하자는 것

<정순영의 일하며 생각하며>
정순영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사무국장

요즘도 종종 ‘옥천순환경제공동체가 도대체 뭘 하는 단체예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럼 최대한 아름다운 말로 공동체를 설명해보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뭔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싶다. 그리고는 농담처럼 ‘옥천이라는 지역 사회에 주민 스스로 ‘다메’를 만들고 있는 거예요’라는 이야기를 하며 대화를 이어나가곤 한다. 이 ‘다메’는 내가 책 <빈곤에 맞서다>(유아사 마코토 씀)를 읽으며 알게 된 개념이다.

책 <빈곤에 맞서다>를 쓴 유아사 마코토는 일본 反빈곤운동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운동가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본 사회가 그간 외면해왔던 ‘빈곤’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눈을 돌리도록 하는데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책을 통해 경제 대국이라 알려진 일본 사회의 이면에 얼마나 심각한 빈곤이 자리 잡고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이를 어떻게 외면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특히 유아사 마코토는 일본 사회가 빈곤을 막는 나름의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있는 나라임에도 왜 그것이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는가에 대한 원인을 아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일본이 말하는 3중 사회보장망인 고용안전망과 사회보험안전망, 공적부조안전망이 실제로는 구멍 숭숭 뚫린 부실한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충분히 자립할 수 있는 사람들도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는 지적이다.

“빈곤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사회는 아무리 대규모 군사력을 지니고 있고 높은 GDP를 과시하고 있어도 약한 나라이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인간이 인간답게 재생산되지 않는다. 인간을 재생산할 수 없는 사회에 지속 가능성은 없다. 우리들은 누구에 대해서도 인간다운 노동과 생활을 보장해 주는 강한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책 <빈곤에 맞서다> 중)

“빈곤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이 책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글쓴이가 그저 일본 사회의 빈곤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빈곤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분명 사회의 책임이 있고 우리는 그러한 사회가 낳은 빈곤에 맞서 연대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부분에서 바로 앞서 말한 ‘다메’라는 개념이 소개된다. ‘다메’는 일본말로 저수지를 가리키는 ‘다메이케’의 준말이라고 한다. 유아사 마코토는 “큰 저수지를 가지고 있는 지역은 가뭄이 와도 당황하지 않는다”며 “다메는 외부의 충격을 흡수해 주는 쿠션(완충재) 역할을 하는 동시에 에너지를 끌어들이는 모든 힘의 원천”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빈곤하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사람이 자신을 둘러 싼 여러 가지 ‘다메’를 모두 빼앗긴 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는 “빈곤한 사람들에게 자기 책임을 억지로 떠맡기는 것은 저수지가 없는 지역에서 가뭄이 계속되는데도 작물을 잘 길러보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 일침을 가한다. 그리고 일본 사회의 反빈곤 운동은 위에서 이야기한 부실한 사회보장망을 뜯어 고치고 빈곤 위기에 높인 사람들을 돕는 사회의 ‘다메’를 늘려 가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옥천순환경제공동체가 옥천 사람들의 힘을 모아 만들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다메’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보통 일본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자기 감정을 크게 드러내는 경우가 드물다는데 유아사 마코토가 이 ‘다메’를 이야기하며 ‘(일본) 정계와 재계가 빈곤의 사회적 책임을 부정하며 가난한 이들의 다메를 계속해서 빼앗는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사회 전체가 무너져 내려 당신들에게 돌아갈 것이다’라고 준엄하게 경고하는 부분에선 그의 진심어린 분노와 그런 현실을 바꾸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빈곤 해결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가

유아사 마코토는 책 <빈곤에 맞서다>에서 ‘빈곤은 개인의 책임인가?’란 물음에 대해 시종일관 ‘그렇지 않다’고 외치고 있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의 빈곤에 대해, “그러한 빈곤에 정말 행정과 사회의 책임은 없는 것인가? 본인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매일 새롭게 빈곤 상태로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일본 사회에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어떤 구조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라 되물으며 결국 건전한 사회는 무조건 빈곤을 개인의 문제로 떠맡기지 않고 자기 책임론의 적용 영역에 대해 선을 그을 수 있는 사회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도 유아사 마코토가 우리 옛말인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 한다’는 말을 들었다면 “그렇다면 가난을 구제하기 위해 당신 나라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였는가?”라고 되묻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나조차 ‘옥천의 힘으로 옥천을 이롭게’ 하겠다는 조직의 활동가로 일하면서도 내 이웃의 빈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방안을 마련하는데 많이 게을렀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또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한참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 유아사 마코토가 책 속에서 남긴 말을 다시금 되새겨 보는 이유이다.

“각자 행동하고, 동료를 모으고, 장소를 만들고, 소리 높여 말해야 한다. 깜짝 놀랄 만한 최단의 지름길은 없다. 각자가 하고 있는 일을 한 발짝 더 진전시키고 그 폭을 넓히는 것만이 反빈곤의 다음 전망을 가능케 하며 사회를 튼튼하게 할 것이다. 빈곤과 전쟁에 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들은 그 갈림길에 있다.” (책 <빈곤에 맞서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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