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정진수 충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정진수 충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과학 칼럼이 생긴 것을 환영한다”는 제목으로 올 초에 이 칼럼을 시작했다. 아직 할 말이 많은데 벌써 마지막이다. 원래 두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하려 했던 내용을 할 수 없이 압축해야 해서, 제목을 좀 선정적으로 급히 바꾸었다. 하지만, 적절한 제목은 ‘내 아이의 문제해결능력 길러주기’ 정도일 것이다.

이제까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직업 세계가 급변할 것이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소양, 수학적 소양, 컴퓨팅 사고력이 필요할 것이라 이야기 했다. 이 모든 소양은 ‘미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량을 겨냥하고 있다. ‘미지’라고 굳이 강조한 이유는 현재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들은 전혀 상상도 못하는 문제를 우리 아이들은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해결해야 하는 미래의 상황을 한 번 살펴보자. 지면이 부족해서 검색어만 알려드릴 수밖에 없다. 구글에서 “autonomous intersection”, “micro air vehicle us air force”란 단어를 검색하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공상과학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Elon Musk를 검색하면 그가 꿈꾸는 더욱 진보된 미래도 엿볼 수 있다. 휘발유 자동차를 이기는 전기자동차 테슬라(Tesla), 서울과 뉴욕을 2시간에 주파하는 하이퍼루프(hyperloop), 화성에 인간을 거주시키겠다는 스페이스엑스(SpaceX) 등.

많은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보면, “에이, 이런 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하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다, 현실에서 가능하다. 과학기술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 왔다. 약 30년이면 충분하다. 30년 전에 한 만화가가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구글에서 ‘이정문 미래’를 검색해 보시라. 그가 상상한 많은 것이 이미 우리 현실에 들어와 있다.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을 이루기는 어려울걸!”이라고 생각한다면, 미치오 카쿠의 ‘미래의 물리학’을 읽어 보시라. 우리가 상상하는 거의 모든 것을 실현시킬 기술은 이미 우리 옆에 다가와 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 세대가 경험한 것 보다 빠른 문명의 변화를 경험할 것이고, 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살아남는다. 학원가에서는 ‘영재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은 이런 능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어떻게 키워야 할지는 제시하지는 못한다. 이 글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해결능력’을 다룬다. 과학적 문제해결능력은 무엇이고, 어떻게 길러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증거가 충분히 있다. 이 글에서는 일반 교육학 연구 결과의 두 가지, 과학 교육학 연구 결과의 두 가지만 소개한다.

교육학 연구 결과가 밝힌 내용 중 주목할 만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교육을 한다고 학생들의 태도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르친다고 학생이 모두 배우지는 않는다. 가르치는 사람이 의도한 바와 다르게 학생들은 아예 틀렸거나 뒤죽박죽으로 뒤엉킨 형태로 학습내용을 받아들인다. 따라서 교수자는 가장 중요한 개념과 기능만을 선택해야 하고, 많은 양의 지식보다는 핵심적인 내용을 이해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둘째는,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내용을 학생들이 자기가 가진 기존의 지식체계 틀에 맞추어 자기들 멋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이를 흔히 교육학에서는 구성주의 학습이라 한다. 예를 들어, 어려서부터 부모를 따라 교회에 다닌 아동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진화론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교육학 연구의 학습이론에 의하면 이런 학생들의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단순히 외울 것을 반복시키는 훈장 노릇은 이제는 버려야 한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학생들이 새로운 개념을 습득하도록 하려면, 구체적인 것을 제시하고 나중에 추상적인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학생들이 처음으로 접하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 보는 연습을 해보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이 이 경험을 잘 극복하면 칭찬도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너는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결국은 “잘 할 거야”라는 부모의 기대 심리도 큰 역할을 한다.

최근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전임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나라 교육을 본 받으려 노력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부모의 교육열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내 아이의 미래를 우리나라의 미래와 연결시켜 고민해 준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도 밝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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