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쓰고보자’무분별한 소비행태속에 늘어만가는 카드빚
부모몰래 사채쓰고 학교휴학, 술집 접대부·호스트바 전전

청주시 흥덕구에 사는 최모(19·여)씨, 최씨는 최근 카드빚 때문에 학교를 휴학한 후 현재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있는 한 유흥주점에서 일하고 있다.
청주 ㅊ대학에 재학중이었던 최씨가 신용카드를 발급받게 된 것은 지난해인 2001년 초, 대학 1학년 이었던 최씨는 학교에서 과 친구들이 옷 등의 대금을 카드로 결재하는것을 보고 자신도 신용카드를 하나쯤 갖고 싶었다. 그러나 학생신분이었던 최씨는 신용카드를 발급 받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거리에서 카드발급을 나온 모 카드회사 직원으로 부터 ‘학생도 카드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 반 설레임 반으로 카드 발급을 신청했다. 물론 신청서에는 학생신분 대신 그곳에서 쓰라는 데로 모 업체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기재 했다. 카드회사 직원은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 카드사에서 전화가 오면 카드 발급사실 여부만 알려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발급한 카드. 최씨는 처음에 카드를 쓰지 않고 지갑에만 넣고 다녔다. 그러나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카드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친구들처럼 물건을 살때나 술을 먹고 돈이 떨어졌을 때 신용카드로 쓰기 시작했다.

카드 씀씀이 주체못해…

한달 후 30여만원의 카드대금이 날라왔다. 최씨는 집에다 책과 옷등을 산다는 핑계로 집에서 용돈을 타서 카드대금을 갚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부터였다. 친구가 지갑이나 시계 등 명품을 갖고 다니면 자신도 갖고 싶었고, 그러면서 점차 카드에 의지해 자신의 욕구를 채워나갔다. 카드를 쓰고나서 후회도 했지만 자신을 절제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2백여만원의 카드대금을 갚기위해 또다른 카드를 만들게 되었고, 점점 고민도 많아졌지만 카드를 쓰던 버릇은 어쩔 수 없었다. 카드를 쓰지 않으면 뭔가 허전했고, 기분도 우울했다. 또 주위사람들도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생각에 사로 잡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씨의 마음도 점점 ‘될대로 돼라’는 식으로 자포자기하기에 이르렀다.
1개였던 신용카드는 5개가 됐고 카드빚은 천여만원으로 늘었다. 결단을 해야만 했다. 늘 돈때문에 힘들었었던 집에는 도저히 알릴 용기가 나질 않았다. ‘신용불량자가로 등록되면 제도권 금융거래가 모두 불가능해 진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떻게든 카드빚만은 갚아야 했다. 여러 방안을 생각했다.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결단을 해야만 했다. 카드빚을 갚기위해 은행대출을 알아봤지만 학생신분이었고, 더욱이 카드연체로 인해 신용도가 떨어져있던 상황에서 대출자격은 주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사채를 쓰는 방법 이외에 다른 수가 없었다. 부모님께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신이 번 돈으로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핑계로 휴학을 했다.
월 20%이상의 초금리로 빌린 사채를 갚기위해 결국 최씨는 술집 접대부 노릇을 해야만 했다. 최씨는“접대부 생활을 한다는 것을 집에서 알게돼 가출한 상태다.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 뿐이다. 울면서 후회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해 사치를 부추긴 카드사도 잘못이 있지만 지금와서 그런생각이 무슨 소용이 있나. 절제있는 생활을 하지 못한 내 잘못도 크다고 생각한다. 카드 대금을 갚기위해 그 동안 샀던 시계와 목걸이 등을 전당포에 맡기고 산 금액의 절반도 되지않는 돈을 받고 나서 죽고싶을 정도로 허망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아니냐”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그녀는 또 “이곳에도 자신과 같은 처지로 일하는 언니가 몇명 있다”며 “다른 곳도 마찬가지로 카드빚으로 인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여기서 일을 하면서 이자와 약간의 원금을 갚아나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해야 모든 빚을 갚을수 있는지 정말 막막하다. 또 빚을 갚고 여기서 나온다 해도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카드빚, 폭리 사채로 이어져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1년 신용카드 사용액은 4백 45조원으로 2000년(2백 37조)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또 카드 전체이용액중 대출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57.6%에 달한다고 한다.
정부는 이에따라 ‘가계빚증가억제’와 ‘금융소비자(카드회원)보호강화”라는 명목아래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에 나섰다. 때문에 카드사들은 2년이내에 대출비중을 7%이상 낮춰야만 한다. 대출한도를 점차 줄여나간다는 것이다.
금융관계자는 “현금유통을 줄이고 신용사회를 정착시킨다는 목적으로 열닌 신용카드시대가 그러나 오히려 수 많은 신용불량자들을 양산 시켰고, 그런 조짐이 이미 초기부터 보였다. 신용카드사에 대한 감독이 처음부터 강화되었어야 했다”며 “미성년자나 소득이 없는 학생에 대해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통해 카드발급을 하고 거리에서의 카드발급을 금지하는 등 정부가 지금에서야 적극 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꼬집었다.
청주 서부서의 경찰 관계자는 “신용카드빚으로 인해 사채를 쓰고 빚을 갚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사채업자로 부터 폭행이나 협박등을 당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또 자체 조사결과 유흥업소 종사자의 상당수가 사채빚때문에 원치않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20-30대 젊은층의 무분별한 소비행태로 늘어가는 카드빚은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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