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셀로도서관, 청소년들이 놀기 좋은 공간
음악·게임·만화·영화감상이 중심, 교육분야는 조금

윤송현의 세계도서관기행
(21)북유럽 편

청주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윤성희라는 분이 있다. 여행사를 하면서 교사들의 핀란드 연수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였는데, 그럴 때면 늘 직접 교사들을 안내해서 핀란드 교육현장을 누볐다. 덕분에 이 분은 핀란드의 교육현장을 수시로 드나들게 되었는데, 교육현장을 방문해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현지인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에 참여하였다.

그렇게 보고 들은 것들을 정리해서 얼마 전에 책을 한 권 펴냈다. 책 제목이 이렇다. ‘노는 것부터 가르치는 이상한 나라’. 노는 것부터 가르치고도 세계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는 늘 세계 최고 수준을 지키는 나라 핀란드. 그 현장의 이야기들을 꼼꼼하게 정리해서 엮어놓은 현장보고서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핀란드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이 도서관 운영과 닮아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셀로도서관 전경. 핀란드어, 스웨덴어, 영어, 러시아어로 ‘도서관’이라고 크게 써 붙였다.

도서관은 ‘게임의 집’ 놀라워

핀란드의 도서관들이 얼마나 청소년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지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소개해보고 싶다. 헬싱키역에서 에스포행 기차를 타고 10여분쯤 가면 셀로에 도착한다. 행정적으로는 위성도시인 에스보에 속하는데, 헬싱키의 베드타운역할을 하는 곳이다. 셀로역에서 내리면 대형 쇼핑몰이 자리잡고 있고, 쇼핑몰 한쪽에 셀로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은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표방한다. 2003년 대형 쇼핑센터 개장에 맞춰 개관하였다. 처음부터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시설을 하였고, 사서들도 청소년들에게 맞는 젊은 사람들로 구성하였다. 도서관이라기보다는 거실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음악, 게임, 만화, 영화감상 등을 중점에 두었다. 교육에 관한 것은 조금만 넣었다고 강조한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정말 거실같은 공간이 나타난다. 소파가 있고, 테이블에는 체스판이 놓여 있었다. 소파에는 청년이 기타를 뜯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청년도 도서관의 스텝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실내축구게임기가 있고 음악관련 시설, 만화가 꽂혀있는 서가가 보였다.

“도서관은 게임의 집(The library is the home of gaming)” 이 도서관이 내세우는 홍보카피이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 도서관에서는 게임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있고, 게임대회가 매우 빈번하게 열린다. 게임주간도 있다. 이 때는 도서관이 토너먼트 게임을 조직하고, 게임에 관한 다양한 토론도 만든다.

보통 보드게임은 게임테이블이 커야 하기 때문에 도서관에 있는 게임테이블을 찾는 사람이 많다. 도서관에서는 게임이 매일같이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게임은 인터넷을 통해 책처럼 예약할 수도 있다. 도서관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얼마나 반응이 좋은지 게임하는 프로그램은 이제는 핀란드 전역의 도서관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음악활동과 관련된 공간도 특화되어 있고, 첨단 IT장비들과 함께 연결되어 있다. 음악과 관련된 공간은 ‘파야(Paja)'라고 불린다. 파야에는 충전장소, 3D 프린터, 코팅기, 체스판, 재봉틀, 다림질 공간, 포스터 프린터기, 사진 스캐너기 등 음악, 영상 관련 첨단 장비들이 다 갖춰져 있다. 장비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장비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장비 사용은 무료인데,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다. 3D프린터는 한 사람당 가이드 한명이 1시간씩 할당해서 예약을 받는다.
 

거실 같은 도서관. 셀로도서관을 방문한 청주 작은도서관 관계자들.
컴퓨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뛰어난 IT 장비

셀로에서는 언제나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그야말로 하늘만큼 다양하다고 자랑한다.(only heaven is the limit) 토론에는 주제가 한정되어 있지 않고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만한 공연, 영화, 전시가 계속 이어진다. 한쪽에서는 파룬궁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IT장비도 뛰어나다. 일단 인터넷을 통해 E-book을 대출해서 읽을 수 있는데, 장서도 상당하다. 도서관에는 IT장비 사용을 위한 환경을 잘 갖추고 있어서 직접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작업할 수 있는 공간도 많고,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도 많다. 컴퓨터로 작업한 결과물들을 프린트하거나 회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물론 이 모든 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은 책이다. 책은 곳곳에 자연스럽게, 필요한 만큼 진열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관련 서적을 찾아볼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게임을 하든, 음악을 하든, 재봉틀을 하든, 3D프린터를 사용하든 막히면 책을 찾아보라는 뜻이다. 그저 책을 읽으라고 권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필요에 의해서, 늘 언제나 막히는 곳에서 책을 찾아보라는 뜻이고, 그렇게 책과 가까이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도서관은 학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셀로도서관 주변에는 12개의 학교가 있다. 1년에 두 번은 의무적으로 도서관 교육을 한다고 한다. 학교나 도서관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시험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자발성에 기초한 창의적인 학습문화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파야에서 활동이 이루어지는 모습. / 사진=셀로도서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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