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 자치행정부장

“아니, 이원종 도지사와 한대수 시장은 왜 안보입니까?”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회기중이라는 이유로 한 명도 안 나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충북도와 청주시 산하 관변단체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또 뭐 하는 겁니까?” 지난 9일 중앙공원에서 신행정수도사수 충북비상시국회의가 주최한 ‘헌재규탄 신행정수도사수 충북도민대회’ 현장에 나온 시민들은 모두 한마디씩 불만을 토로했다.

이 날 모인 사람들은 중앙공원에 나와 가을햇빛을 쬐는 어르신들까지 합쳐 300여명으로 추산됐다. 그것도 아주 후하게 쳐서 300여명이다. 그 중에는 소일거리로 공원을 찾은 어르신들이 100명 정도는 족히 돼 보여 이 대회에 온 사람은 200명 안팎이라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이 날 자리를 지킨 사람들은 지역 국회의원과 보좌관, 비상시국회의 소속 단체장, 청주JC 회원, 일부 의원과 일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전부였다.

자치단체장 중에는 오효진 청원군수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이원종 지사와 한대수 청주시장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신행정수도 위헌결정이 난 뒤 어떤 집회에도 얼굴을 내민 적이 없다. 모씨는 “충남 천안군에서 하는 집회에 갔더니 각 시장, 군수, 의회의장, 의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참석해 헌재 결정을 규탄했다”고 말했다.

이런 것에 비해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은 한나라당이라는 당적 때문인지, 아니면 신행정수도는 이미 끝났다고 보기 때문인지 전혀 ‘흥분’하는 기색이 없다.

이지사와 한시장에 대한 도민들의 서운함은 비단 이 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때문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21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이 한 방에 날아가던 날 이후 보인 태도 전반에 대한 것을 문제삼는 것이다. 도대체 이지사와 한시장은 무엇을 하는 것이냐는 말은 신행정수도사수와 관련한 모임, 회의, 기자회견장에서 심심찮게 쏟아져 나왔다. 이 날 집회에 앞서 비상시국회의 단체장들은 충북도와 청주시를 찾아가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해 줄 것을 요청하고 공문까지 접수시켰으나 보기좋게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의회 의원들의 태도도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9일 집회에 충북도의회 의원들은 회기중이라며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고, 청주시의회는 유기영 의장과 일부 의원들의 얼굴이 보였다. 다만 청원군의회 의원 11명이 참석하여 무대에 올라가 신행정수도 사수의 뜻을 밝힌 점이 눈에 띄었다. 결국 시내행진을 마친 비상시국회의 관계자들은 한나라당이 다수인 도의회 의원들의 모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도의회에 찾아가 항의하는 것으로 폭발했다. 그러나 정보를 입수한 의원들은 모두 자리를 비우고 모 의원만 붙잡혀 야단을 맞았다는 후문이다. 권영관 의장도 물론 자리에 없었다.

충북도는 신행정수도건설만이 충청권 발전을 앞당기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수없이 이야기 해왔다. 실제 그렇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매달렸는가. 하지만 지금 충북의 모습은 ‘안되면 말지…’ 식이다. 집회에 참석했던 모씨는 “이런 분위기로 가다가는 정부에서 준다는 공공기관 유치도 힘들고 호남고속철도오송분기역도 뺏기고 말 것”이라고 분개했다. 연설자로 나섰던 충남 연기군의 한 인사는 “500만 충청도민이 핫바지 소리를 듣지 않도록 가열차게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최근 충북은 핫바지 소리를 듣기 딱 좋은 모습이다. 영호남 같으면 이렇게 당하고도 가만히 있겠느냐는 말은 이제 그만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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