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인곡자애병원 오요한 씨

(음성타임즈) 지난 23일 꽃동네인곡자애병원(병원장 신상현 수사) 5층 호스피스 병동을 찾았다.

중증 장애를 가진 환자들을 돌보는 예수의꽃동네형제자매회 수도자,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오요한(33) 씨가 예의 밝은 미소로 기자들을 반겼다.

오요한 씨는 29년 전 부모로부터 버림받았고 중증뇌성마비로 고통 받고 있다. 목의 관을 통해 수시로 가래를 뽑아내야 한다.

12년 전부터는 입으로 식사하지 못하고 배에 삽입한 튜브로 영양분을 공급받고 있다. 몇 년째 요한 씨의 손과 발이 되어 주고 있는 김명심 수녀의 안내를 받으며 그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선천적으로 사람을 즐겁게 하는 재주를 타고 났다. 오요한 씨와의 인터뷰를 가능한 그대로 옮기기로 했다.

그의 마법 같은 ‘단답 대화술’을 풀어 쓸 재주가 기자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꽃동네인곡자애병원 5층 호스피스 병동에서 (왼쪽부터) 신상현 수사, 오요한 씨, 김명심 수녀가 활짝 웃고 있다

기자 꽃동네학교에서 공부를 했었죠? 어떤 과목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김명심 수녀 학교는 3년 밖에 다니지 못했어요. 그러다 아프게 되가지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3년 다니고 못 다니게 되었죠. (오요한 씨에게)어떤 과목이 제일 좋았는지 물어 보시네.
오요한 수학
기자의 우문이 이어졌다. “어떤 과목이 힘들었어요?”
오요한 국어
본사 편집국장 국어가 제일 힘들었구나...
김명심 수녀 제일 배우고 싶어 하는 게 한글이에요.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거든요.
그래서 신상현 수사님이 항상 물어 봐요. 학교 다닐 때 한글을 못 깨우친 게 ‘네 탓이냐?’, ‘선생님 탓이냐’? 라고.
편집국장 선생님 탓이네요, 뭐.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요한 씨가 강력한 몸짓으로 반박했다. “내 탓”
김명심 수녀 내 탓이래요.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우문현답에 멀쑥해 진 국장이 급히 말을 돌렸다.
편집국장 그럼 수학 중에서는 어떤?
김명심 수녀 덧셈 뺄셈을 좋아해요. 머리가 굉장히 스마트해요.
요한이가 아주 어렸을 때 오웅진 신부님을 만나자 “저 학교 다니고 싶어요. 공부하고 싶다고요”라고 딱 말한 거에요.
기자 그게 몇 살 때죠?
김명심 수녀 아주 어릴 때죠. 세 살 네 살 어릴 적에는 지금보다 훨씬 말도 잘하고 했는데. 어쨌든 열 일곱 살에 학교를 가게 된 거죠.
처음에는 재택학급이라고 해서 선생님들이 오셔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구조였는데 요한이가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이 오웅진 신부님을 움직인 것 같아요.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도 배우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그래서 만들어진 게 특수학교인 꽃동네학교에요.
편집국장 그러면 꽃동네학교가 만들어 진 계기가 요한 씨네요. 큰 일 했네요. 학교를 설립한 셈이니.
김명심 수녀 그런데 3년 동안 다니다가 병이 악화되면서 그만 두게 된 거죠. 그게 가장 안타깝죠.
기자 그러면 지금은 공부를 그만 둔 건가요?
김명심 수녀 개인교습을 해주시는 분이 계세요. 신상소 선생님이라고, 신상현 수사님의 형님이세요. 여생을 꽃동네 봉사에 바치시는 분이시죠. 연세도 많으시지만 오셔서 늘 성심성의껏 도와주세요. 요한이 개인비서라고 보시면 되요. (웃음)
요한이가 색종이가 필요하다고 하면 사오시고, 한글도 가르치고, 옆에서 모든 일을 도와 주시는 은인이시죠. 최근 백내장 수술을 하셔서 오늘은 자리를 함께 할 수 없었네요.
요한이가 요새는 TV 박사에요.
편집국장  TV를 보면서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예요?
오요한  태연.
편집국장 소녀시대 멤버 태연? 태연씨 팬이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꽃동네 방문 당시 오요한 씨를 만나 위로하는 모습

기자 요즘 기도를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의 기도를 하죠?
김명심 수녀 지난 2014년 교황님께서 꽃동네 방문하셨을 때 요한이에게 특별히 부탁을 하셨어요.  “교황을 위해서 기도를 해 달라”고. 그래서 매일 마음속으로 기도를 해요.
오요한 한 번도 안 빠지고 했어요.
기자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도 있나요?
오요한 조금.
기자 자신을 위해서는 조금하고 모두 다 남들을 위해서 기도를 한다는 거네요.
아프리카 우간다와 인연이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김명심 수녀 방문객들이 오셔서 용돈 하라고 천원, 이천원 씩 주셨는데 그걸 모아서 우간다 아이들에게 성탄절에 계란을 먹을 수 있도록 4차례에 걸쳐 백만 원을 보냈어요.
에이즈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기자 꽃동네학교에 대한 요한 씨의 애정이 지극한 것 같습니다.
김명심 수녀 용돈이 모이면 병원 직원들, 봉사자들 그리고 꽃동네 학교에 가서 아이들 아이스크림도 사 주곤 하죠. 스승의 날에는 꽃동네학교에 꼭 가서 선생님들에게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선물해요.
그런데 지난번 스승의 날 때 선생님들 드시라고 캔커피를 사 갖고 갔는데 못 드렸어요. 요한이가 엄청 서운해 한 적이 있죠.
오요한 속상했어요.
기자 무슨 문제라도?
김명심 수녀 김영란법 때문에 그것도 안되나 봐요.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편집국장 (웃으며) 법이 잘 못 됐네. 그죠 ?
오요한 (파안대소)
기자 제일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오요한 친구가 없어요.
김명심 수녀 방문객들이나 봉사자가 오면 많이 좋아해요. 특히 학생들이랑.
그래서 항상 봉사 많이 오라고, 다음에 또 오라고 하죠. 심심한 걸 굉장히 힘들어해요.
기자 그렇군요. 끝으로 수녀님이 본 요한 씨는?
김명심 수녀 먼저 요한이는 굉장히 활달합니다. 그리고 꽃동네 영성인 사랑을 베풀 줄 압니다.
장애를 가진 몸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나눠 주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킵니다.
특히 학생들에게 요한이의 한마디는 어떤 강의보다 특별하게 다가갑니다. 우리가 아무리 강의를 해도 잘 듣지 않아요. 핸드폰만 보고 그러는데 요한이가 가서 한마디 해요. “공부 열심히 해” 그러면 아이들이 고개를 들고 집중해요. 많은 사람들을 반성시키고 감화시키는 귀한 존재라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요한이는 건강한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 냅니다. 많은 영혼을 구원하는 거죠.
요한이가 이야기 하면 힘이 있어요.

에필로그 / 인터뷰를 정리하던 중 문득 짧은 독백이 꼬리를 문다.
‘천사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들 곁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몸은 병상에 있지만 그의 영혼은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롭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옮겨 준 (왼쪽부터) 신준혁, 이동규 예수의꽃동네형제회 수련수사가 ‘사랑합니다’를 그려 보이고 있다

 

“약하고 아픈 생명도 귀하다”  

‘2017 생명대행진 코리아’ 행사에 참석한 오요한 씨가 참가자들에게 낙태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가톨릭 신문)

“낙태에 관해 주변 사람들과 논쟁한 적이 있다.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 당연히 낙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때 기자를 가장 당혹하게 했던 질문은 “만약 강간으로 인한 임신이나 태아에게 장애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그 질문에 “당연히 낳아서 길러야지”라는 답변을 내어놓으면서도 마음 한쪽에 불편함이 남았다. 그 상황에 부닥쳤을 때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가톨릭신문 신동헌 기자의 ‘하느님께 의탁합니다’ 칼럼 中

신동헌 기자는 이 해답을 지난 6월 17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2017 생명대행진 코리아’에서 찾았다고 술회했다.

가장 비참한 상황에 부닥친 것처럼 보이는 오요한 씨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다.

요한 씨는 ‘엄마를 용서했고, 기도할 수 있어서, 남을 도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이날 신 기자는 신상현 수사가 소개한 꽃동네 가족 오요한 씨를 통해 그동안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칼럼에 오요한 씨는 어떤 상황에서 잉태됐고 어떤 환경에서 있다 하더라도 태어나지 말아야 할 생명은 없다는 것을 자신의 존재로 증명했다고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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