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회사 SSM 진출 점입가경
기존 영세업체 잇단 폐점, 출혈경쟁 예상

청주지역 대형할인마트가 포화상태인 가운데 대형할인마트와 동네슈퍼의 틈새를 노리고 들어 선 중형마트(SSM) 또한 포화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판매량이 현저히 떨어진데다 대형할인마트에 밀려 고객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대형유통회사의 SSM진출이 늘고 있어 출혈경쟁이 예상된다.

SSM(super supermarket)은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할인마트와 동네슈퍼의 중간크기로 300평~700평 규모의 매장을 의미한다. SSM은 지리적 근접성과 유통품목 다변화, 지역밀착형 영업전략으로 틈새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SM은 할인점에 비해 공산품은 약간 비싼 반면 먹을거리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싸다. 기존엔 대부분 중소업체에 의해 운영되던 SSM이 최근 들어 대형유통회사의 진출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E마트 SSM브랜드 every day 곧 출점
청주지역에는 이미 인구에 비해 많은 대형할인마트가 진출해 있다. 업계에서도 청주지역의 대형할인마트가 이미 포화상태인 것으로 분석하고 나름대로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SSM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형할인마트가 커버할 수 없는 지역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대형유통회사가 SSM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롯데쇼핑 슈퍼사업부는 한화유통을 인수하면서 빠르게 SSM시장을 흡수하고 있다. 기존의 SSM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던 LG슈퍼와의 격차를 빠르게 줄여가고 있다. 여기에 E마트의 every day등도 곧 출점할 것으로 보여 SSM시장에 대형유통회사의 진출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SM시장도 이미 포화상태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청주지역의 SSM은 중소업체를 포함 20개 업체에 달한다. 그 가운데 상당수의 점포들이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해 수입이 30%이상 떨어진데다 그나마 주말고객들은 대형할인매장을 이용해 오히려 주말 수입이 더 적게 나오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물건만 소량으로 구입하고 주말을 이용해 대형할인마트를 찾아가기 때문이다. 대형할인매장에 인접한 SSM들은 더더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형할인마트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호황을 누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동네슈퍼 정도로 전락해버렸다”고 말했다.

율량동 인근지역 7개 업체 몰려
청주지역에서도 상대적으로 대형할인마트가 인접하지 않은 율량동 부근지역에 SSM이 밀집해 있다. 롯데슈퍼, D마트, 그린마트, 미도파, 윌마트, 홈페밀리, 참사랑 등 7개 업체가 모여 있다. 율량동 일대의 세대수를 고려했을 때 포화상태에 이른 수치다. 이 지역에 위치한 SSM들은 고객유치를 위해 출혈을 감수하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에서 벌이는 각종행사들은 대형할인마트 수준을 넘어선다. 미도파마트의 추병아 점장은 “마일리지 혜택이나 사은품증정 등의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판매액의 0.5%를 지역주민들에게 환원하는 봉사활동도 계획 중이다”라고 말한다. 기부금 등을 통해 마트가 지역과 함께한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대형할인마트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익률을 극소화해 가격 차이를 좁히고 영업시간도 야간시간대까지 연장하고 있다. 이렇듯 출혈경쟁이 이루어지다보니 실질적인 수익은 많지 않다.

일부업체에서는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전기료 등 지출을 줄여 손해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에는 에스커레이터 작동을 중단하고 쇼핑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명까지도 조절한다. 관계자는 “장사가 잘되면 이렇게까지 하겠냐? 경기불황에 경쟁업체까지 늘어 수입은 바닥이고 개선을 위해서는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율량동 지역을 가장 먼저 선점한 한 업체의 관계자는 “독점으로 운영하던 4년 전에는 평균일일매출이 5500만원을 기록하던 것이 현재는 3500만원선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된 시장을 나눠먹다 보니 매출의 하락은 당연한 결과다. 거기에 경기침체로 인해 충동구매가 줄어든 것도 한 몫 한다. 그나마 이곳은 형편이 나은 경우다. 한 업체는 3년 사이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영세업체가 운영하는 SSM은 대형유통회사가 운영하는 곳에 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구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형유통업체 진출 성공할까
대형유통회사의 SSM시장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업체의 계산과는 달리 현장에서 느끼는 반응은 차이가 있다. 한화마트의 폐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물류체계의 문제점을 꼽는다. 지역업체들은 상품을 개별적으로 지역 대리점을 통해 공급받지만 대형유통회사의 직영점들은 자체 물류창고에서 상품을 공급받는다.

이러한 복잡한 업무체계로 인해 ‘기회로스’가 생긴다는 것이다. “품절이 됐을 때 중소업체들은 SSM자체에서 상품을 채워놓을 수 있지만 직영점의 경우 오더가 떨어져야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어 손님이 원하는 때에 적절하게 상품을 구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업체 관계자는 말했다. 또한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지역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에 반해 중소업체의 SSM의 경우 고객들의 동향에 따라 즉각적인 대처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자금력이 있는 일부 업체의 경우는 선전을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대형할인마트와 명칭의 혼란 때문에 ‘슈퍼’라는 명칭을 쓰는 것도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평이다. “마트는 느낌이 고급스럽지만 슈퍼라고 하면 괜히 싸구려 물건을 쓴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주부 김인숙 씨는 말했다.

SSM이 포화상태에서 더 이상 들어설 곳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형유통회사의 SSM진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대형유통회사들이 포화상태인 SSM진출을 위해 신규점을 개점하기보다는 일부 영세한 중소업체를 매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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