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획사와 선거캠프 인사 갈등 1억2700만원 추가정산 문제돼

대법원이 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승훈 청주시장(62)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따라 이날 선고가 끝난 오전 10시 10분부터 직위가 상실돼 이승훈 전 시장이 됐다. 

선거비용을 축소신고한 선거법 위반과 선거기획사로부터 용역비를 감액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2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청주지법 1심 재판부는 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400만원, 정치자금 증빙서류 미제출 혐의는 벌금 100만원으로 각각 선고했다. 다만 선거용역비를 감액받아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당선무효형인 선거법상 벌금 100만원을 넘어서긴 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한쪽 짐을 덜게 돼 항소심에 기대를 걸 만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선거용역비 감액도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기부 받은 것으로 판단해 징역형을 내린 것이다. 더군다나  함께 기소된 이 시장의 선거캠프 회계책임자 류모(39)씨와 선거기획사 대표 박모(38)씨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예상밖으로 징역형을 선고하자 이 전 시장은 법정에서 잠시 눈물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시장의 눈물'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당시 재판정에 함께 있었던 측근 인사는 취재진에게 "'회한' 보다는 '억울함'의 심정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정책적 오류나 축재 비리가 아닌 선거 캠프 내부자간 갈등이 현직 박탈의 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은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경선 승리조차 불투명했었다. 이미 전직 경력을 가진 한대수·남상우 전 시장이 일찍부터 출마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주에 학연이 전혀없는 이 전 시장이 한발 늦게 꾸린 선거 캠프는 소수 정예화에 문제를 안고 있었다. 선거 비용조차 준비하지 못해 선거 기획사 대표에게 2억원이란 큰돈을 꾸는 상황이 벌어졌다. 선거 최측근 인사는 기획사로부터 급여 형식의 금전적 지원을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여곡절 끝에 6.4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통합 청주시장에 당선됐다. 선거기획사로 부터 빌린 2억원도 갚고 청구받은 선거용역비 3억1000만원 중 7500만원을 감액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것. 캠프 측근인사는 시 산하단체로 가고 선거기획사는 본업으로 돌아가 모든 것이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청주시가 주관하는 전국 규모의 문화행사 대행사 선정을 놓고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선거기획사측은 당연한 기대감(?)을 갖고 공모에 나섰지만 결과는 번번이 빈손이었다.  

선거기획사측은 캠프 측근인사에게 어필했지만 오히려 금전문제로 이견이 생겨 두 사람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는 것. 이 과정에서 캠프 측근인사에게 지급된 급여성 비용과 선거당시 제공한 차량, 사무실 임대료 등을 포함한 2억여원의 비용 청구서가 이 시장에게 전달 됐다. 선거과정의 각종 정보를 알고 있는 선거기획사측의 비용 청구에 심적부담을 느낀 이 시장이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1억2700만원을 지급했다는 것. 이렇게 2차 정산까지 마치면서 선거기획사와 갈등도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대검찰청 금융정보분석원의 주요 공직자 자금추적 자료를 통해 이 전 시장이 선거대행사 대표에게 뭉칫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청주지검이 자료를 받아 2014년 8월 2억원, 8월~12월 사이에 1억2700만원이 나눠 입급된 경위에 대해 수사를 시작해 이 전 시장을 2가지 혐의로 기소하게 됐다. 
 
청주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회계보고에 누락된 비용이 8700여만원으로 적지 않고 실제 지출한 선거비용이 약 3억8000만원에 달해 선거비용제한액을 초과한다. 그 범위 내에서 선거비용을 지출한 것처럼 보이려고 허위 회계보고를 했고 누락된 선거비용 등을 회계보고 후에 정치자금 계좌를 통하지 않고 지출해 위법행위를 은폐했다"고 판시했다.

결국 말많고 탈많은 선거비용을 선거기획사로부터 차입한 것이 화근이 된 셈이다. 이승훈 전 시장은 2015년 공직자재산 신고액이 23억8708만원으로 도내 시장·군수 중 가장 많았다. 또한 일부 지역 인사들이 후견인으로 선거를 도와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선거기획사 대표에게 사채를 빌려쓴 것이 불행의 씨앗이 된 것이다.
 
이 전 시장과 가까운 모씨는 "이 시장은 당 공천 자체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출발했다. 남상우, 한대수 전직 시장보다 여론에서 밀렸지만 당원 선거에서 압승해 4표차로 공천을 받았다. 당시 당원관리를 맡았던 일등공신들이 이번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측근 사람들이다. 조직도 자금도 부족했던 이 시장이 이들을 절대 신임하고 맡겼는데, 당선이후 측근들이 제각각 이해관계를 내세워 서로 발톱을 세웠다. 최종적으로 상처는 이 시장만 입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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