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송재봉 충북NGO센터장

송재봉 충북NGO센터장

우리지역의 크고 작은 시민단체들의 후원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최근 들어서만 인권연대 숨, 유스투게더, 충북청주경실련, 청주노동인권센터,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징검다리, 충북시민재단 기부콘서트와 아름다운하루 등의 기부행사 초대장을 받았다. 모두가 지역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는 단체이고, 모금 목표를 달성했으면 하는 기대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시민단체의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활동가들의 마음은 여유롭지가 못하다. 권력에 비판적인 공익단체에 대한 사회적 기부문화가 미약하고, 서민의 체감경기는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국회 입법 조사처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기부수준은 세계 100여개 국가 중 45위에 그치고 있으며, 자원봉사 활동시간은 OECD국가 중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부·자원봉사 및 이웃돕기 참여율을 통합한 ‘나눔지수’는 세계 153개국 중 57위라고 한다. 아직 나눔의 문화가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자선형 기부에 비해 권익 주창형 시민단체의 회원이 되거나 기부금을 내는 시민은 더디게 증가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사회적 지원 인프라는 부족한 시민단체들은 늦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한해 살림살이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모금 행사를 거의 동시에 진행하게 된다. 충북NGO센터가 실시한 2017년 충북비영리단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연간 재정규모 5,000만원 미만단체가 47%에 이르고, 500명 이하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단체가 60%일 정도로 시민단체의 자립역량은 취약하다.

또 5년 미만의 상근활동가가 58.7%에 이를 정도로 낮은 급여는 높은 이직률로 연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시민단체 활동가와 임원들은 공동으로 상근활동가들의 최저생계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사회정의와 노동자들의 인간적인 생활을 위해 최저생계비 인상을 앞장서서 주장하는 단체들이 스스로는 최저생계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보조금 비중이 선진국은 평균 40%인데 비해 한국은 23.6%로 낮고, 재정 중 회비 비중이 69.4%로 높고, 사적 기부금은 6.8%로 낮기 때문이다. 현상적으로 회비비중이 높으면 조직의 건강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은 정부지원의 무관심, 다양한 기부문화의 부족으로 재정 규모가 작고 영세하여 인적 물적 자원동원이 어려운 여건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민사회의 장기 발전비전 형성, 상근활동가 재생산과 충원, 규모화를 통한 영향력 확보, 전문성의 개선, 자원동원 확대 실패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시민단체의 자립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1시민 1NGO 가입하기, 시민공익활동 중간지원 조직 확대, 시민사회 발전 기본계획 수립에 기초한 공간, 인력양성, 세제혜택, 거버넌스 형성 등 지원과 협력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건강한 지역사회는 정부, 시장, 시민사회가 힘의 균형에 기초한 협력적 파트너십이 유지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시장에 비해 기울어진 시민사회를 지지하고 육성하는 광역 및 기초 지방정부의 전략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강한 시민사회가 있어야 풀뿌리 민주주의, 반부패, 인권이 개선되는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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