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도서관, 책 아닌 정보의 공유에 맞춰 획기적 변신
혁신적인 ‘라이브러리 10’과 책 없는 ‘어반워크샵’ 부러워

윤송현의 세계도서관기행
(20)북유럽 편

이제 도서관이라는 명칭을 바꿔야할지도 모른다. 오래도록 정보를 담아 전달하는 매체 역할을 해온 것이 책이었고, 그 책을 공유하기 위한 곳이 도서관이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정보전달은 책이라는 형태에 국한되지 않는다. 더 많은 정보가 디지털이라는 형태로 바뀌었고, 더욱 확장되어가고 있다. 도서관의 본래적인 의미가 인류의 경험과 지혜, 상상, 감성을 나누는 것이 본질이라면 이제 디지털화 되어가는 시대의 흐름을 적극 반영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핀란드 도서관에 가면 어디나 음악 자료 코너가 있다. 도서관에서 LP, 카세트, CD 형태의 음악 자료를 빌려주는 것이다. 지금은 도서관을 이용해서 음악파일을 다운로드 받아서 이용할 수도 있다. 음악 자료를 빌려주는 뮤직 라이브러리를 처음 시도한 곳은 탐페레시립도서관이었다. 헬싱키에 있는 리카르딩카둔도서관에서는 회화 작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피르코 탐페레도서관 관장의 설명대로 “도서관은 책을 위한 곳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곳이다.”라는 인식이 일찍부터 자리잡은 것이다.
 

높은 이용률을 보여주는 ‘라이브러리 10’의 대출예약도서 코너

창의적인 시도 ‘라이브러리 10’

이렇게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핀란드의 창의적인 시도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라이브러리 10’이다. 유럽의 여느 도시들처럼 도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헬싱키중앙역. 2005년 그 광장 맞은편에 있던 우체국 건물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자 사람들은 그곳에 혁신적인 공간을 만들고, 이름을 ‘라이브러리 10’이라고 붙였다.

800㎡의 넓지 않은 공간. 사전 정보가 없이 이곳에 들어섰다면 라이브러리라는 타이틀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선, 이곳은 책 중심이 아니다. 군데군데 있는 책은 가끔 등장하는 행인1,2 정도의 역할이다. 이곳의 핵심 내용은 음악, IT, 첨단미디어를 활용하여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음악, 여행, 전자도서 등을 빌릴 수 있지만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사람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책을 편집하여 출간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장비를 제공한다. 음악활동에 대한 지원이 다양한데 어쿠스틱기타, 일렉기타를 비롯하여 그랜드 피아노까지 있다. 오디오 비디오 스튜디오가 있어서 연습하거나 녹음, 녹화, 편집을 할 수 있다.

또 전문장비를 이용해서 이미지나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고, 유튜브 등 소셜매체에 올릴 수도 있다. 데모 테이프를 만들 수 있고, 실력이 다듬어지면 도서관에 있는 무대에서 라이브로 공연을 할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도서관 한쪽에서는 공연이 자주 열린다. 이 과정에서 도서관의 사서들은 개인 코치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도서관은 IT기반을 잘 갖추고 있다. 노트북이나 패드를 빌려 사용할 수 있고, 작업을 위해 스캐너나 프린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3D프린터를 갖추고 있는 것도 놀랍다. 3D 프린터 사용을 위한 강좌도 기획되어 있는데, 자신이 만든 것들을 쉽게 3D로 제작해볼 수 있는 공간이 생활 속에 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런 것들이 핀란드의 창의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라이브러리 10’은 인터넷 이용이라는 환경에 맞춰져 있다. 도서관 내에는 곳곳에 컴퓨터를 연결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져 있고, 작업을 지원하는 헤드셋, 스캐너, DVD플레이어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빌려주고 있다.
 

3D 프린터가 있는 ‘라이브러리 10’ 내부

젊은이들에게 핫한 공간

도서관 시설을 무선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넓지 않은 공간을 좀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또 변화하는 환경에 계속 대응해나가기 위해서 인테리어도 가변적인 형태를 적용하고 있다. 책상이나 컴퓨터 작업 공간, 터미널, 서가 등 실내의 시설들에는 바퀴가 달려져 있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동해서 공간을 조정하고 확보할 수 있다. 무대는 순식간에 전시공간에서 멋진 공연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는 커다란 호응을 얻어서 방문자가 월 5만 여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도서관을 둘러보면 젊은이들이 단연 눈에 띈다. 통계로는 30세 이하가 전체 이용자의 60%를 넘는다고 한다. 성별로는 남성이 조금 많아 60% 정도 되는 것도 특징이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 중 절반 정도가 대출을 위해 들르고, 나머지는 신문을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도서관의 다른 시설들을 이용하기 위해서 들른다고 한다.

이런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놀랍게도 도서관에 근무하는 28명의 스탭 대부분은 오디오, 비디오 편집이나 음향, 조명 등에 전문성을 갖춘 사서들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모든 활동에 기본적으로 도서관다운 질을 유지하는 것을 강조한다고 한다. 음악 활동을 해도 도서관의 자료를 충실히 활용한다는 뜻일까?

‘라이브러리 10’과 같이 있는 어반워크샵(Urban workshop)은 책이 없는 도서관이다. 대신 이곳은 시민들에게 IT장비를 이용하는 방법이나 정보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을 실제적으로 알려주는 곳이다. 사람들의 미팅포인트이기도 하고, 잘 갖추어진 도심 사무실(Urban office)이기도 하다. 굳이 도서관이라고 하는 것은 이곳이 도서관 부서에서 기획되고, 운영되기 때문이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달라진 문화 환경에서 시민들이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청주시에도 성안길 번화가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
 

노트북이나 e북, 패드도 대여한다.
그랜드피아노는 물론 오디오편집기, 녹음실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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