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동작중심 표현예술로 마음치료

힐링과 치유가 필요한 시대다. 경쟁위주로 치닫던 우리사회는 어느 순간 ‘웰빙’을 넘어 ‘힐링’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시됨에 따라 대인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서적인 문제, 대인관계로 인한 어려움으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일상생활에서 힘겨움을 토로하는 사람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심리상담센터나 마음치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서치료, 원예치료, 음악치료, 운동치료 등 각종 예술활동과 심리치료가 접목된 치유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다양한 예술활동을 통해 보다 수월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과 마음' 회원들이 춤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마음을 치유하는 춤

댄스, 즉 춤으로 내면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서로 공감하며 치유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명 커뮤니티 댄스(Community Dance)다.

무용학 박사이며 서원대학교 강사, ‘움직임표현예술교육협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오진숙 씨는 “커뮤니티 댄스는 신체의 해부적 구조를 이해하고 움직임으로 연결시켜 감각, 정서 및 심상을 통한 내적 경험으로 심신의 자각을 발달시킨다”고 강조했다.

커뮤니티 댄스의 역사는 약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용가이면서 동작중심 표현예술가인 안나할프린(Anna Haprin)과 다리아할프린(Daria Haprin)은 1978년 설립된 샌프란시스코 타말파 연구소에서에서 타말파 삶-예술과정(Tamalpa-Art-Process)을 만들었다.

HLAP(Haprin-Art-Process)라고도 불리는 커뮤니티 댄스는 삶과 예술 간의 관련성에 초점을 둔 과정 중심적 프로그램으로 근본적 이론을 토대로 교육, 치료, 심리학, 예술창조, 과학 등 다섯 가지 형태로 확장된다. 특히 교육 및 치료로 실질적 적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 작업의 핵심은 몸을 통해 삶의 경험적 이야기에 접근하고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모든 절망, 혼란, 불안, 화, 즐거움들은 동작을 통해 표현되며, 동작이 온전히 표현으로 지각되고 이해할 때 통찰과 변화를 향한 매개체가 된다. 이러한 과정으로 실험하고, 드러내고, 연구하는 것이 HLAP의 주된 개념이다.
 

 

‘지금, 여기’가 중요한 ‘마음과 마음’

오진숙 씨 지도로 커뮤니티 댄스를 공부하는 ‘마음과 마음’ 7명의 회원들은 자신의 신체적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춤, 그리기, 시 등을 이용하여 자신과의 만남, 타인과의 만남, 세상과의 만남과 소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남을 갖고 춤⋅동작 중심의 표현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오진숙 씨는 “마음과 마음은 2014년 은퇴기 세대를 위한 자존감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심신통합 춤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 검증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며 “자신의 신체구조를 이해하고 ‘지금, 여기’에서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글, 그리기,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진숙 씨는 또 “풍경이 좋은 곳에 있으면 자연과 교감하고 행복함을 춤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슬픔이 있을 때는 서로 공감해주고 격려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회원들이 자신의 신체, 정서를 알고 긍정적으로 변화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음과 마음' 회원들이 커뮤니티 댄스를 하면서 적은 소감문.

 

커뮤니티 댄스를 알다

커뮤니티 댄스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2000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커뮤니티 댄스보다는 사회무용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 무용예술 강사, 사회무용 강사가 주로 활동하고 있다. 오진숙 씨는 “그동안 춤이라고 하면 지도자가 사람들에게 동작을 직접 가르쳐주고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커뮤니티 댄스는 어떻게 춤을 출지 지시받지 않는다. 어떤 것을 흉내내거나 가르침을 받기보다 자신의 독특하고 진실한 충동으로 춤을 추게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춤 같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자기표현이다. 몸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움직이지 않아도 좋다. 마음만 열고 참가한다면 누구나 가능한 수업임을 알리고 싶다. 표현예술치유를 바탕으로 한 커뮤니티 댄스를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2014년 후반기부터 충북문화재단 플랫폼 지원사업에 선정, 지원받고 있는 마음과 마음에서는 이러한 커뮤니티 댄스의 장점을 알리는 동시에 ‘자연과 만남’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야외작업도 계속할 계획이다. 회원들은 자연환경에서 느껴지는 바람, 새, 나무, 나뭇잎, 물 등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깨워 자신에 대해 폭 넓게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진숙 씨는 “표현예술 치유 지도자 양성을 위한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며 “마음을 열면 누구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자기표현의 춤을 출 수 있다. 손만 움직여도, 또 눈 밖에 못 움직여도, 그냥 숨만 쉬어도, 심장박동만 느끼더라도 거기에는 감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티 댄스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