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의 同床異夢

홍강희 충청리뷰 편집국장

박덕흠 국회의원(자유한국당·보은옥천영동괴산)과 박계용 영동군의원(더민주당·나선거구)간에 난데없는 폭행시비가 일었다. 양 측이 서로 맞았다고 주장해 진실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충북도당은 지난 10월 28일 오후 2시쯤 영동군 학산면 한 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학산면민체육대회에 참석했던 박덕흠 의원이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 박계용 군의원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와 주먹을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얼굴을 맞은 박덕흠 의원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고,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박덕흠 의원은 박계용 의원을 상해혐의로 영동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충북도의원들은 “더민주당 박계용 군의원이 박덕흠 의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일은 묵과할 수 없다. 더민주당에 대 도민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한다”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재한 전 더민주당 동남4군 위원장과 정구복 전 영동군수가 현장을 지켜보기만 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박계용 의원은 지난달 30일 ‘영동 학산면민 체육대회의 진실을 밝힌다’란 성명을 내고 반격했다. 그는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은 자해공갈 행위를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성명서에서 “행사가 있기 전 박덕흠 의원이 행사 참석이 어렵다고 해서 축사까지 대독했는데, 행사 당일 나타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두 곡이나 불렀다”며 “내가 노래를 그만 부르라며 다가가자 박덕흠 의원이 오히려 내 얼굴을 폭행했다. 수 백 명이 지켜봤던 자리에서 폭행을 당한 것은 본인 박계용”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폭행 운운하며 거짓을 일삼는 박덕흠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도 자질도 없다며 국회의원직을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박덕흠 의원에 대해 맞고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누가 누구를 폭행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아마 이들은 이 일이 사건화되고 정치화되자 알아도 모른다며 말을 아낄 것이다.

정치인은 지역을 대표하고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런 사람들이 서로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하는 일이 벌어져 어이가 없다. 더욱이 진실은 온데간데 없고 자유한국당과 더민주당이 모두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지역민들은 어찌해야 좋을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건이 발생했으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먼저일진대 무작정 성명서를 내는 정당, 피켓을 들고 나오는 도내 지방의원들의 경솔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당 국회의원에 관한 일이라고 바로 피켓들고 나서는 것이 우습다. 만일 잘 못 알려졌다면 이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우리는 이런 현상을 자주 목격한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무조건 고함부터 치고 보는 게 습성화 돼있다. 그리고는 경찰서에 고소한다. 하지만 진실을 가리지 못하거나 쌍방이 잘못한 것으로 매듭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거도 좋고 정치도 좋지만 품위를 지키기 바란다. 유권자들은 당신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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