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경찰서 A 경사 자살 두고 감찰 적법성 논란
경찰인권센터 “매뉴얼 어긴 불법감찰”…충북청 “감찰 아니다”

충북지방경찰청 감찰조사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A 경사의 죽음을 두고 경찰내부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이하 충북청) 감찰조사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주경찰서 A 경사의 죽음을 두고 경찰내부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경찰인권센터와 동료경찰들은 충북청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무리하게 진행한 감찰이 A 경사의 죽음을 불렀다며 분노감을 표출했다.

이에 대해 충북청은 사망 하루 전 진행된 조사는 단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과정이었을 뿐 감찰조사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단순 사실확인 차원이었다는 해명이었지만 A 경사에 대한 조사는 3시간 정도 진행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장신중 경찰인권센터 소장은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피 경사에 대한 충북청 감찰 과정에서 불법적인 미행이 이뤄지고 내부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장 소장은 “청문감사관 매뉴얼을 보면 익명의 음해성 투서는 무조건 폐기하도록 되어 있다”며 “투서 내용은 대부분 조사의 필요성조차 없다고 할 근무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충주서에서는 이 투서를 음해성 투서라고 판단해 고인을 한 차례 조사한 후 각하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익명의 투서자는 지난 9월 지방청에 다시 투서를 했다. 고인에 대한 징계 등 조치가 되지 않으면 본청에 투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지방청 감찰은 곧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음해성 투서에 대해 충주서는 매뉴얼대로 각하 처리했지만 충북청은 매뉴얼을 위반하고 무리하게 감찰을 했다는 것이다.

장 소장은 충북청의 두 번째 조사도 감찰규칙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충북청은 지난 10월 19일 A 경사를 충북청으로 불러 1차 감찰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10월 25일 충주경찰서를 방문해 1차 감찰조사 내용과 전혀 다른 수사자료표(십지지문) 분실경위에 대해 조사했다.

장 소장은 “감찰 규칙에는 감찰 조사 하루 전에 서면 등으로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며 “25일 조사는 통보도 없이 느닷없이 들이닥쳤다”며 감찰 규칙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인은 25일 2차 감찰조사를 받기 전 몇몇 지인들에게 가족끼리 여행이나 다니면서 편하게 살겠다고 했단다. 오후에 감찰 조사가 예정되어 있다는 말도 전혀 없었다”며 “오후 2시에 갑작스럽게 시작된 감찰조사에서 별건 조사가 진행됐다. 고인이 느꼈을 심리적 압박감은 엄청났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충북청 감찰은 고인의 자택과 사무실을 미행하고 잠복하며 사진을 찍는 등의 감찰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명백한 규정 위반이요, 불법사찰이며 범죄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감찰이 아니라 사실확인만 했다”

 

이에 대해 충북청 청문감사관실 관계자는 불법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A 경사가 경찰서 바깥 도로에 차를 주차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출근을 늦게한다’는 투서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서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것을 촬영한 것이다”며 “미행이라는 말은 선정적인 표현이다. 미행한 것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런 것을 미행이라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고 밝혔다.

25일 충주경찰서에서 A 경사를 만난 것은 감찰 조사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25일 조사는 투서 내용하고는 상관없는 것으로 경찰내 다른 부서에서 조사를 해달라고 통보를 방아 진행한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한 것인데 감찰이 조사했으니 감찰 조사라고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충북청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자신을 충주경찰서에서 A 경사와 함께 근무했다는 모 경찰관은 “감찰이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부서에서 3년 전 일을 확인해 달라는 연락이 와 간단하게 물어본 것일 뿐이라 해명했는데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고 주장했다.

이 경찰관은 “세 시간 동안 십지지문에 대한 조사만 있었을까요. 고인이 징계를 선선히 받아들이기로 한 마당에 그깟 십지지문 송달 위반이 추가된다고 죽음을 선택했을 리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세 시간의 감찰조사 동안 고인의 직근 상급자가 찾아가 통보도 없이 이게 뭐하는 거냐고 항의하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감찰규칙에는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최소한 하루 전 감찰 조사 대상자에게 서면 등으로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왜 사전 통보도 없이 고인을 조사했는지, 세 시간 동안 어떤 조사를 했기에 행복의 꿈에 부풀었던 고인이 자살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찰관은 “(조사를 받는 동안) 고인이 사무실에 놓고 간 휴대폰이 여러 번 울려 동료가 받았더니 유치원에 다니는 고인의 막내가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 할 수 없이 동료가 유치원으로 가 아이를 달래야 했다”며 “감찰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고인에게 막내가 전화해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고 했는데도 고인의 답은 고작 ‘응’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평소 아이들을 끔찍이 여기던 태도와는 너무나 달랐다. 이때 고인의 표정은 어둡게 굳어 있었고 혼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고 적었다.

 

감찰조사 영상 공개여부 놓고도 주장 엇갈려

 

A 경사의 남편 B씨는 감찰 과정에서 원치 않는 답을 강요하는 등 부당하게 감찰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B씨는 “감찰이 불쑥 찾아와 조사를 했다. 19일 1차 조사 때도 원치 않는 답을 강요하며 4시간이나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충북청에 감찰조사 당시 녹화된 영상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마저도 거부했다”며 “유족이 원하고 요구하는데 이것을 왜 공개안하나. 심지어 투서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북청 관계자는 “유족에게 영상공개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요청하면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인권센터 페이스북 게시판에는 충북청의 감찰을 비난하는 현직 경찰관의 글들이 쇄도했다.

한 경찰관은 “어린 자녀 유치원 등원‧하원시키느라 집에 잠깐 다녀오는 장면을 촬영했다”며 울분을 표시했다. 다른 경찰관은 “숨이 턱 막힐 것 같아요”라고 적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아직도 전근대적인 야만적인 방법을 동원하다니...”라며 씁쓸함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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