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장독대 뒤에 공동묘지가 웬 말이여. 노인들만 사는 동네라고 함부로 공동묘지를 지으면 안 되는 거여.”

26일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의 한 마을 주민들은 “울화통이 터진다”면서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이 마을은 40여 채의 기존주택과 전원주택들이 모여 있는 햇볕 잘 드는 포근한 곳이다.

그런데 최근 한 종친회 측이 마을주택과 1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대규모 자연장지를 조성하면서부터 주민들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마을 야산에 조성되고 있는 자연장지에는 이미 소나무가 잘려졌고, 성토작업과 석축작업 등이 마무리단계에 있다. 며칠 전에는 공사업체가 석축용 돌을 잔뜩 쌓아 놓았다.

이미 마을주변에 50기의 산별 묘가 있었지만 참고 지내왔던 주민들이 화를 낸 것은 해당 종친회 측이 주민들의 반대에도 자연장지 공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지금도 마을을 지나는 도로가 폭 3m 정도로 좁은데 집단 공동묘지가 들어서면 시도 때도 없이 운구차량이 다닐 것 아니냐”라면서 “이렇게 100기도 넘을 규모로 묘를 조성하는 것은 개별묘하고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렸으며, 전체 40가구 가운데 36가구의 동의를 얻어 청주시와 충북도, 보건복지부 등에 묘지개설 반대 청원서를 제출했다.

묘지반대대책위 관계자는 “공동묘지가 조성되면 마을 전체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흉물스러워질 것이 뻔하다”면서 “특히 나무가 베어지고 토사가 파헤쳐져 있어 폭우가 내리거나 재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바로 밑에 있는 주택들은 인명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는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주민들의 작은 소망이 지켜지기를 바랄 뿐”이라면서 “묘지가 들어서는 것을 단호히 반대하며 강행할 경우 어떤 행동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청주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시 관계자는 “해당 묘지는 봉분이 없는 자연장의 형태여서 마을과의 거리제한이 없다”면서 “법률상 문제는 없지만 불법행위가 있다면 조치하겠으며, 마을주민들과 원만하게 합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