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사람’을 위한 것이다
상태바
도서관은‘사람’을 위한 것이다
  • 충청리뷰
  • 승인 2017.10.25 14: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변신하는 핀란드 탐페레도서관
연 이용객 300만명, 책 빌리고 싶은 만큼 대여 가능

윤송현의 세계도서관기행
(19)북유럽 편


이야기가 많은 핀란드 탐페레시에는 가볼만 한 곳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시립도서관을 추천한다. 검은색 톤의 건물 외관이 독특하다. 핀란드인이 사랑하는 뇌조라는 들꿩과의 새를 형상화하였다. 극지방에서 눈 속에 집을 짓고 산다는 뇌조는 몸집이 뚱뚱한데, 여름에는 검은색으로 털갈이를 한다고 한다. 입구는 머리부분을 형상화한 것이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웅크린 새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뇌조를‘멧쵸(Metso)라고 한다. 탐페레시민들은 이 도서관을 멧쵸라는 별칭으로 부르길 좋아한다.

이 건물은 1986년에 도서관 건물을 다시 지을 때, 설계공모에서 당선된 작품이라고 한다. 루터교가 주류인 북유럽 사람들은 교회보다 도서관을 짓는데 공을 많이 들인다. 외관도 독특하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책읽는 사람들을 배려한 공간들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건물은 자연채광과 함께 배리어프리(Barrier-free)를 실현하여 장애인, 노약자가 다니기 쉽게 되어 있다.
 

탐페레시립도서관 건물. 뇌조를 형상화했다.
탐페레 시립도서관 내부


자부심이 많은 사서들

우리를 맞이해준 피르코(Pirkko) 관장은 도서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처음 이메일을 보내 연락할 때부터 항상 대환영(most welcome)이라고 표현해서, 낯선 이방인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사서인 그녀는 다른 도시에 있는 도서관에 근무하다 이 도서관 관장에 지원을 했다고 한다. 개방형 직위인 것이다. 아니 다른 곳도 다 그런 식이니 개방‘형’이라는 표현은 우리가 이해하기 위한 표현일 뿐이다.

그는 우리의 상황을 파악하고, 본관 뿐 아니라 분관까지 둘러볼 수 있도록 분관장을 미리 불러주기까지 했다. 새로 지은 분관도 꼭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가 보였다. 직접 제작한 파워포인트 파일에는 핀란드 도서관의 역사와 철학, 비전이 담겨 있었다. 핀란드 사서로서의 자부심, 도서관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자부심을 갖고,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서. 그런 사서들의 눈빛만으로도 한없이 부러웠다.

탐페레시에는 본관을 비롯해서 지역도서관 14개소(북버스 2대), 병원도서관 5개소가 있다. 인구 22만의 도시에 많기도 하다. 이 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해 약 19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데, 그 중 절반이 전문 사서이다. 인사 이동은 직원들의 의지에 반해서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원하는 곳에서 근무할 수 있다.

“도서관은 문화, 교육, 여가생활을 지원해서 삶의 질을 키운다. 도서관은 공공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달하며 민주주의와 평등을 발전시킨다.” 도서관이 내세운 자신들의 사명(Mission)이다.

도서관은 사람들이 친근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코너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방문자는 연간 300만명이고, 25만명이 사서데스크에 찾아와 책에 대해 문의하고 상담을 한다. 시민 1인당 1년 평균 20권이 넘는 책을 빌려간다. “한 번에 책을 몇 권까지 빌릴 수 있나요?”라는 질문은 부끄러운 한국식 질문이다. 가져가고 싶은 만큼, 가져갈 수 있을 만큼 빌릴 수 있다. 대출한 자료는 4주안에 반납해야 하는데, 다음 예약자가 없으면 대출을 연장할 수 있다.

북유럽 도서관들은 대부분 음악자료를 갖추고 있다. 이 음악자료 도서관을 처음 시작한 곳이 탐페레도서관이다. 음반이나 CD를 비롯하여 각종 악보를 소장하고 있다. 음향설비를 이용하여 직접 들을 수 있고, 대출할 수 있다. 책에만 한정하지 않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갖추고 이용하도록 빌려주는 것은 북유럽도서관들은 경쟁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도서관 입구에서 만난 할머니(사진 오른쪽). 18세에 처음 글을 익힌 뒤부터 70년 동안 도서관을 꾸준히 다녔다고 한다.


학교와 협력관계 돋보여

도서관은 유치원, 학교와 협력이 잘 되어 있다. 탐페레시립도서관과 분관들은 지역별로 해당지역의 유치원, 학교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학생들이 책과 친숙해지도록 배려한다. 학급단위로 도서관을 방문하고, 사서들이 학교를 방문해서 독서와 관련한 활동을 하며 과제수행을 위해 학생들이 도서관을 적극 이용하도록 한다. 2대의 북버스가 매주 26개소의 학교를 방문해서 학교도서관을 보완한다.

탐페레시립도서관은 피르칸마라는 광역자치단체의 중심도서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헬싱키인근의 자치단체들이 헬멧‘Helmet'으로 통합관리를 하듯이 이곳은 피키(PIKI)라는 프로그램으로 협력한다. 주민들이 모든 도서관을 편리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직도 지자체 도서관과 교육청도서관이 다른 나라 도서관처럼 따로 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떠올리게 된다.

탐페레도서관은 현재 새로운 변신을 하고 있는 중이다. 건축 30년을 맞아 도서관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도서관의 변신은 방향이 뚜렷하게 서있다. 도서관은 배움의 공간(Learning space)이고, 영감을 주는 공간(Inspiration space)이고, 만남의 공간(Meeting place)이고, 구현하는 공간(Performing place)이어야 한다. 인터넷과 SNS 기반을 강화하고, 공간으로는 강연과 모임을 위한 공간을 확대하였다. 피르코 관장의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현대의 도서관은 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다.(Modern libraries are for people, not for books)” 멧쵸도서관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핀란드 독립 100주년 기념 도서관인 ‘00DI’가 개관될 때 핀란드에 다시 가보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