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짜 세금 계산서 버젓이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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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가짜 세금 계산서 버젓이 유통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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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계산서 ‘자료상’ 통해 거래-탈세·탈루로 직결
주지검 최병한 검사는 지난달 20일 10억원대의 가짜 세금 계산서를 교부한 N업체 대표 이모씨(59, 여)를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는 주로 건설 관련 업체 등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는 가짜 세금 계산서 교부의 실태가 사실로 드러났다는데서 상당한 의미를 주는 사건이었지만 세간의 큰 관심은 끌지 못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가짜 세금 계산서 실태를 점검해 본다.

세금 계산서 확보가 곧 능력
부가세 신고 또는 연말 정산시기가 되면 건설 관련 회사의 경리 담당자들은 이 세금 계산서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 때에 따라서는 엄청난 세금을 면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어디서든 세금계산서를 잘 만들어 오는 직원이 곧 유능한 사람으로 통한다. 한때 건설사 경리 및 업무 부장을 지냈던 K씨는 “회사에 1년에 세금 계산서를 만들어 준 것만으로도 내 연봉을 채우고 남았었다”며 “강원도에서 전문으로 세금 계산서를 만들어주는 사람한테 구해 왔다”고 말했다.
가짜 세금 계산서를 이용한 세금 탈루 수법은 간단하다. 재화나 용역의 거래가 없으면서도 거래를 허위로 발생시켜 그것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발부하거나 교부 받는 수법이다.
구속된 이씨의 경우는 지난 99년 1월 진천군 진천읍 자신의 제조회사 사무실에서 거래업체인 정모씨에게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지 않은 채 8000만원짜리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등 같은 해 말까지 20차례에 걸쳐 14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 계산서를 교부한 혐의다.
또한 이씨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정씨의사무실에서 물품을 공급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9400만원짜리 가짜 세금계산서를 교부 받는등 같은해 12월까지 16차례에 걸쳐 12억7000만원 상당의 허위 세금 계산서를 교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이씨는 지난 99년 3월 부가가치세 642만원을 납부하지 않는 등 지난해 5월까지 20회에 걸쳐 국세 8576만원을 체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과세특례-간이과세제도 틈새에서
가짜세금계산서 탄생
이같은 가짜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곳은 ‘탈세 거간꾼’으로 통하는 일명 ‘자료상’이다. 이들의 역할은 가짜 세금 계산서를 모아 매입 매출액을 조작하려는 상인들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무자료 거래와 매출액 축소로 인해 생기는 세금계산서 발생 갭을 이들 자료상들이 해결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들 ‘거래상’들은 전국적으로 수백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청주지역의 경우 서울, 대전 등지의 대도시와 강원도 등 확인이 어려운 지역의 자료상을 통해 가짜 세금계산서를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K씨의 경우 강원도 해변 지역의 어류 도매상으로부터 ‘자료(가짜 세금계산서)’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같은 가짜 세금 계산서에 의한 탈루 또는 탈세가 가능한 것은 과세 특례 및 간이과세제도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세특례 및 간이과세제도는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는 사업자중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가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간의 세부담 불균형과 탈루, 탈세의 방법으로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이 1억5000만원 이상일 경우 일반과세자로 분류해 매출액의 10%를 부가세로 물리고 있지만, 1억5000만원미만-4800만원이상(간이과세 대상)은 업종에 따라 2-5%, 4800만원 미만 사업자는 2%의 부가세를 부과한다.
또 2400만원 미만 사업자는 소액부징수 대상자로 분류해 부가세를 물리지 않는다.

세금계산서 유통질서 혼란 원인
문제는 과특 또는 간이과세자가 너무 많으며 고소득을 올리는 자영업자들이 이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 영세업자로 위장하면서 여기에서 누락된 세금계산서가 또다른 탈세를 위해 자료상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때문에 세금계산서의 유통질서가 어지러워지고 근거과세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간이과세 또는 과세특례의 혜택을 받으려면 매출액을 낮춰야 하고 이 때문에 매입세금계산서를 받으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자재 도매상을 하는 A씨는 분기마다 1억원 정도를 제조업체로부터 매입하고 있지만 자신과 거래하는 소매상들이 계산서를 받으려하지 않아 큰 고민거리였지만 ‘자료상’으로부터 쉽게 해결할수 있었다.
자신은 제조업체로부터 1억원의 매입 세금계산서를 받는데 소매상들에게 끊어주어야 할 매출세금계산서는 거부당하고 있는 것. 그런 A씨에게 ‘자료상’이라는 구세주가 나타나 나머지 매출액에 대한 매출계산서를 끊어간 것이다.
자료상은 매입세금계산서가 필요한 또다른 자영업자 B씨에게 일정금액의 수수료를 받고 팔게된다. B씨는 전체 수익중 비용부분을 늘려 순이익을 줄임으로써 세금을 적게 내고 싶어하는 경우에 속한다.
한편 청주세무서 주변에서는 이같은 ‘자료상’에 의한 수십억원대의 세금 탈세 가담자가 적발되자 잠적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잠적을 고의적으로 방치 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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