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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기에 기억해야 하는 증언아우슈비츠 수용소 참상을 기록한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나경 전 꿈꾸는책방 점장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지음
돌베개 펴냄

책 한 권을 꽤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다. 그리 두꺼운 책도 아니고 어려운 책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아마도 책 속 장면을 상상하며 읽어야 하는데 그것이 너무 힘들어서였을 게다. 읽는 내내 숨을 고르며 몇 번이고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책은 죽음의 수용소라 불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프리모 레비의 증언집 <이것이 인간인가>이다.

이탈리아 토리노 출신의 유대인인 프리모 레비는 2차 세계대전 말 파시즘에 저항하는 지하운동을 하다가 1943년 겨울에 체포됐다. 이후 1944년 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내일이 보이지 않는 끔찍한 시간을 견뎠다.

“우리는 내일도 오늘과 같으리라는 것을 안다. 어쩌면 비가 더 올 수도 있고 덜 올 수도 있다. 혹은 땅을 파는 대신 카바이드 공장에 가서 벽돌을 나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일 전쟁이 끝날 수도 있고 우리 모두 학살당하거나 다른 수용소로 이송될 수도 있다. 혹은 수용소가 된 때부터 금방이라도 닥칠 듯, 확실한 것처럼 늘상 예고되어온 다른 격변 중 하나가 진짜로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고된 노동과 배고픔, 잔인한 폭력이 일상이 되고 인간임을 망각해야 하루를 살아낼 수 있었던 끔찍한 수용소 삶에 내일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순간을 살아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 죽어야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레비는 살아남고자 노력했다.

“수용소는 우리를 동물로 격하시키는 거대한 장치이기 때문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곳에서도 살아남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똑똑히 목격하기 위해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최소한 문명의 골격, 골조, 틀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 수용소의 참상과 나치의 만행을 알리는 것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며, 같은 비극이 생기는 것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마침내 기적이 일어났다. 독일이 패망하면서 아우슈비츠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수용자 대부분 죽음으로써 벗어났지만 레비는 다행히 ‘살아남은 자’였다. 이후 토리노로 돌아온 그는 <이것이 인간인가》를 시작으로 시와 소설 등 ‘살아남은 자의 증언’을 남기는 데 힘을 쏟았다.

하지만 레비는 1987년 4월, 토리노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았기에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추측할 뿐이다.

우리나라에 프리모 레비를 알리는 데 많은 노력을 해 온 서경식 교수는 그의 책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창비>와 일본 NHK에서 제작한 다큐영화 <아우슈비츠 증언자는 왜 자살했는가, 프리모 레비를 찾아서>에서 레비가 죽어야만 했던 이유를 찾지만 역시나 그가 남긴 글과 말을 통해 유추할 뿐이다.

인간의 존엄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었던 끔찍한 수용소 참상을 겪으며 인간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되물었던 프리모 레비. 참혹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고통스러운 기억을 꺼내며 증언을 해 왔지만 세상은 그의 증언을 무시했다.

2차 세계대전을 겪고도 인류는 전쟁을 버리지 못했고, 심지어 당시 학살의 피해자였던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은 82년 레바논에서 팔레스타인 학살을 자행했다. 가해자인 독일에서는 뒤늦게 아우슈비츠 비극을 “있을 수 있는 일”로 주장하는 자들이 생겨났다. 레비는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독일에 분노했다. 그리고 어쩌면 40여 년에 걸쳐 자신이 해 온 증언이 아무 힘이 없음을 느끼고 절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프리모 레비의 증언을 기억해야 한다. 여전히 지구 곳곳에서 전쟁과 학살, 테러가 자행되고 있을지라도 그가 남긴 기록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인간이기에.

“당신에게 이 말들을 전하니/가슴에 새겨두라./집에 있을 때나, 길을 걸을 때나/잠자리에 들 때나, 깨어날 때나/당신의 아이들에게 거듭 들려주라./그러지 않으면 당신의 집이 무너져 내리고/온갖 병이 당신을 괴롭히며/당신의 아이들이 당신을 외면하리라. - 프리모 레비”

충청리뷰  043si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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