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격외도리/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요즘 유행하는 실시간 검색어가 확실한 여론에만 근거한다면 근자엔 ‘청주시’가 단연 1순위가 될 것같다. 물론 도내 지역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다.

어느 사석을 가더라도 거기엔 반드시 청주시 이야기가 끼어든다. 내년 지방선거의 시장출마자부터 최근 문제가 된 각종 비위사건, 여기에다 무려 한달여나 지속된 국무총리실 산하 감찰반의 감사까지, 별의 별 얘기들이 난무한다. 총리실 감찰반에 청주시의 안팎으로부터 제보와 투서가 잇따랐다는 소문과 함께 특정인의 실명까지 거론되는 자리에선 자괴감을 넘어 참담함마저 느끼게 된다.

청주시가 참 안타깝다. 아니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화딱지가 난다. 20여년만에 어렵게 성사시킨 행정통합을 계기로 100만 광역시의 청사진을 귀가 따갑게 듣던 게 엊그제인데 졸지에 비리의 복마전이 됐다. 불과 3년 만이다. 또 다른 행정 통합을 모색하는 전국의 다른 지자체가 청주시 사례에 아예 경기를 일으키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시정잡배 수준의 공무원 비리, 그리고 시민들의 뒷담화를 충돌질하는 청주시에 관한 숱한 구설들은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버겁다. 일이 터지면 머리를 숙이고, 또 일이 벌어지면 무슨 대책회의니 결의대회니 하며 호들갑을 떠는 것이 연례행사가 됐다. 그래서 시민들은 말한다.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안 믿겠다고... 한달 동안 시청 공무원들을 긴장시킨 총리실 감찰반이 또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통상 한 두 주일이면 족할 감사 기간이 이렇듯 길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시민들은 징조(?)가 이상하다고 수군거린다.

이 와중에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시장출마를 공언하는 인사들이 넘쳐난다. 대충만 꼽아도 벌써 10여명이 넘는다. 이미 몇 몇은 “자기가 위기의 청주시를 구하겠다”고 발품을 판다. 그래서일까, 요즘 사석에선 “차라리 네가 한번 나가라”는 주문이 반농담으로 건네지기 일쑤다. 어느덧 청주시장이라는 자리가 냉소의 대상이 된 것이다.

우리가 결코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지금까지 있어 온 청주시의 각종 문제는 단순히 개인차원의 일탈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약일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조직 내에 청주시만의 ‘비위문화’가 음습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서는 수도 없이 여론과 언론의 뭇매를 맞고서도 저토록 안 변할 리가 없고, 그 많은 대책과 자정결의에도 조금도 까딱하지 않는 오기가 여전히 만연할 수도 없다.

‘문화’는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오랜 기간 알게모르게 서로 공유하고 터득함으로써 형성된다. 그러기에 어떤 후보가 시장이 되더라도 이를 깨기란 쉽지가 않다. 이미 그 강한 내성(耐性)을 시민들은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청주시의 불미스러운 일들로 충분히 확인하고도 남았다. 공무원들이 다시 대오각성을 하고 관련 TF라도 만들어 조직의 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하지만 청주시 문제는 이같은 처방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청주시청 전경

청렴교육을 강화하고 종주먹을 악쥐며 자정결의를 백번이고 하더라도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다. 바로 조직내의 비위정서가 문화로서 횡행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제껏 해 온 것처럼 청주시 공무원들에게 부정하지 말라, 정직해라를 합창하는 건 의미가 없다. 무슨 종교집단도 아니고 이처럼 그들에게 신념의 도구가 되라고 강요하는 건 패배의식만 더욱 키울 뿐이다.

선과 악을 구분지어 다스리는 국가와 사회운영의 프레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선(善)을 가장하는 행위다. 이는 위선(僞善)이 된다. 실제는 그게 아닌데도 착한 척을 한다는 것이다. 위선은 악(惡)에 대한 경계와 반감을 그 조직을 개혁하는 동력으로 발휘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악에 현혹, 순치되거나 더 나아가 악의 효과적인 작동에 기여하는 모순된 행위로 나타난다.

20여년을 감옥에서 보낸 신영복 선생이 수많은 범법자들을 경험하며 깨우친 위악(僞惡)과 위선(僞善)의 상반된 효과를 생각해 봐도 그렇다. 스스로 악하지도 않은데 악한 것처럼 가식하는 것은 개인의 일탈에 그치지만 결코 선하지 않은데 선한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는 사회와 조직을 망친다. 지금 청주시가 그렇다는 것이다.

분명 누구 하나쯤은 청주시라는 조직내에서 행해지는 모종의 편법과 비위를 감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견제하고 항거하는 게 정상일진대 안 그렇다는 데 문제가 크다. 외려, 남들은 저러는데 왜 나만?이라는 피해의식과 상실감이 앞서면서 꼭 의도한 것은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이 그 대열에 가담케 되는 편의적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실로 오랫동안 민선 청주시장은 재선이 허용되지 않았다. 온갖 사투를 벌이고 당선된 역대 시장들이 하나같이 단임으로 끝났고 공직선거법 위반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조차 당선무효형을 받은 이승훈 현 시장도 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수장이 바뀐다는 건 곧 공무원들에겐 고역이다. 줄 한번 잘못 섰다간 패가망신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시군 통합으로 몸집이 커진 청주시 공무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이 것이다. 민선 시장의 막강한 인사권은 역으로 4년마다 주군을 바꿔 보필해야 하는 공무원들에겐 선의보다는 심적부담과 악의로 먼저 전달된다. 선거철에도 눈치를 봐야 하고 끝나고 나서도 살기 위해선 줄을 잘 서야 하는 것이다.

지금 청주시의 최대 난맥상은 이같은 요인에 따른 인사와 조직 운영에 있어서의 기본과 원칙의 상실이다. 그러다보니 어?하다가 나만 손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다고 한다.

그래서 제기되는 것이 이젠 더 이상 공직 출신이나 낙하산 인사들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평생 자기만을 위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이제 와서 고향에 봉사하겠다는 사람, 중앙에서의 화려한 스펙을 내세워 어느날 툭 내려오는 사람들은 결국 역대 시장의 똑같은 전철을 밟는다는 불신을 시민들은 숨기지 않는다.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중앙인맥이 튼튼한 사람, 청주시 조직의 속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 행정경험이 풍부한 사람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차기 청주시 수장은 이를 뛰어넘는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은다.

시장후보로서 앞으로 보일 외양과 처신이 아닌,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평소의 실체 즉 그동안의 삶이 진정 깨끗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것, 그 어떤 압력이나 불리한 여건에도 조직의 영(令)과 인사권을 확실히 곧추세우면서 가히 혁명까지도 밀어붙일 신념과 ‘깡다구’의 인물을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이 것에 자신이 있다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나서길 바란다. 그러면 시민들이 알아서 선택한다. 그래서 묻는다. “청주시를 구하시겠다고, 그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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