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의원 국감자료 근거로 일부 언론 ‘혁신학교’ 맹비난
학생인권은 안중에 없어…충북 1개교 자료로 전체인양 호도

일부 언론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깡통’이나 ‘바보’ 비유했다. 학생 인권은 아랑 곳 없이 혁신학교를 비난하기에 열 올리는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진보교육감 상징 ‘혁신학교’ 깡통학생 양성소?”, “바보 된 혁신학교, 학력미달자 최대 11배.”

일부 언론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깡통’이나 ‘바보’ 비유했다. 학생 인권은 아랑 곳 없이 혁신학교를 비난하기에 열 올리는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2일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혁신학교 학업 성취 수준’을 공개했다.

곽 의원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충북교육청이 행복씨앗학교(이하 행복학교)로 지정한 고등학생 중 기초 학력 미달 22.3%의 분포를 보였다. 반면 충북도내 80여개 일반고교의 경우 2.0%에 불과했다.

곽 의원이 자료를 공개하자 일부 언론은 충북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의 기초미달학력 비율이 일반학교에 비해 11배나 높다며 비판하기 시작했다.

모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혁신학교가 기초 학력에 미달하는 학생들을 양산하는 '바보학교'로 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시·도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바보학교'로 전락한 혁신학교의 실상이 보다 뚜렷해진다”며 “충청북도는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2.0%였는데, 유독 혁신학교에서만큼은 이 비율이 22.3%로 11배 이상 껑충 뛰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신문은 “진보 교육감의 상징 ‘혁신학교’, 깡통 학생 양성소?”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뽑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충북지역 언론도 ‘깡통’이나 ‘바보’ 같은 선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기초학력 미달 11배’와 같이 행복학교에 대해 비판했다.

 

기초 사실 확인했나?

 

충북 행복학교에 재학중인 고교 재학생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일반계 고교 보다 11배 높다는 곽상도 의원의 통계는 적절한 것이었을까?

본보 취재 결과 곽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지난해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이하 학성성취도 평가) 통계 근거를 바탕으로 했다. 당시 치러진 학업성취도평가에 충북지역에서는 특성화고등학교를 제외한 54개 일반계 고교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이중 행복학교는 A고,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따라서 곽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도내 일반계 고교 52개교의 평균 비율과 행복학교 A고의 결과를 비교한 수치였다.

행복학교인 A고는 지난 2014년 ○○농업고등학교에서 일반계 고등학교로 전환했고 2015년 도내 고등학교 중 처음으로 행복학교로 지정된 학교다.

A고는 각 학교별 입학생들의 성적 격차가 크게 존재하는 비평준화 지역에 속해있다. 당연히 ‘명문고’로 불리는 주변 고교에 비해 입학성적에 격차가 존재했다.

A고 관계자는 “특성화고에서 일반계 고로 전환 된 지 얼마 안됐다. 지역의 다른 학교와 감안했을 때 통상의 범위를 벗어난 격차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교육청은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지 1년밖에 안된, 비평준화 지역에 위치한 학교로서 입학성적 등에서 일반학교와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었기에 기초학력 미도달 학생 비율을 일반학교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교육계 관계자는 “1개 학교가 표집집단을 대표할 수 있겠는가? 만약 행복학교에 이른바 명문고로 불리는 1개 학교가 평가 시험을 치렀다면 일반계 53개교 평균보다 월등히 높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행복학교가 학생들의 학업수준을 끌어올렸다고 단정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반박했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행복씨앗학교는 기존의 지나친 경쟁과 입시 위주의 교육이 가져온 폐해를 극복하고 교육의 공공성과 미래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핵심역량을 기르기 위해 만들어졌다.

단순히 학업성취도 평가의 잣대를 가지고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행복학교 한 개 학교의 성적을 보편화해서 ‘깡통학생 양성소’, ‘바보학교 전락’이라는 자극적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행복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설령 공부를 못할 순 있다. 그렇다고 내 아이를 ‘깡통’이니, ‘바보’라고 비하했다. 인성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이다”고 비판했다.

이성용 전교조충북지부장은 “일제고사 같은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는 이제 폐기돼 시행되지 않는다. 모든 학교를 획일화 해 평가할 수 있다는 생각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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