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의 同床異夢

홍강희 충청리뷰 편집국장

충북여성단체협의회(이하 충북여협)의 정관 개정이 무산됐다. 충북여협은 지난 9월 갑자기 정관 개정 안건을 들고 나와 한동안 논란이 일었다. 전은순 충북여협 회장은 지난 9월 8일 정관 제15조 “협의회장은 정당에 가입할 수 없다”고 한 조항을 삭제하는 것에 대해 회원들과 논의하고 지난 10일 임시총회를 열었다. 이 날 결과에 이목이 집중됐으나 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 해프닝으로 끝났다.

전 회장과 정관 개정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시대가 변한 만큼 회장의 정당가입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 회장은 추석 연휴 전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 장관 30% 할당을 약속하고 한국여협으로부터 ‘내년 지방선거에 많은 여성인재들이 진출해 지방자치의 근본 취지를 살리도록 하라’는 공문을 받고 정관 제15조 항을 논의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출마하기 위해 그러는 것은 아니다”고 잘랐다.

하지만 한국여협의 공문을 끝까지 읽어보면 협의회장 정당가입을 부추기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공문은 ‘지역여성 리더 역량강화를 위한 협조 건’으로 “각 시·도 여협은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 여성리더십 아카데미 등 역량강화 교육과 세미나를 실시하여 여성인재 발굴에 힘쓰라”고 했다. 여성인재를 길러내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지 여협 자체가 정치활동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충북여협은 충북도내 시·군여협회장과 개별단체 회장 등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공익활동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민간단체이다.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제2조에는 “사실상 특정 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 또는 반대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특정 종교의 교리전파를 주된 목적으로 설립·운영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협의회장이 아무 제한 없이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직접 후보자가 될 수 없도록 해놓은 것이다.

만일 회장이 정치에 관여하면 그 단체는 정치색을 띨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다수를 위한 단체 역할을 포기하게 된다. 정치적 중립 의무와 협의회장 정당가입 제한 규정을 두는 것은 공익을 위해 일하라는 뜻이다. 때문에 충북도는 충북여협이 정관개정을 하면 비영리민간단체로서의 성격을 잃게 돼 등록을 말소하고 보조금을 중단하겠다고 강력하게 나섰다. 이는 법적 검토에 따른 것이다.

만일 회장이 선거에 출마하고 싶으면 회장직을 사퇴하고 나가면 된다. 간단하다. 회장이 직을 유지하면서 정당에 가입하면 협의회는 정치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는 제도적 장치가 ‘법’이다. 항간에는 충북여협의 정관개정 시도에 여성 정치인이 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혹시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먼 일을 걱정해야 할 때가 아니다. 지금부터 이 협의회의 정치화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비영리민간단체의 성격을 훼손하는 어떤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 다수의 여성을 위해 일하는 여협이 정치인의 힘에 좌지우지 돼서는 안된다.

충북여협은 지난 1973년 1월 도내 여성단체간의 상호협력과 친선도모, 여성지위향상 촉진, 남녀가 평등한 복지사회 구현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충북여협은 이 목적에 맞는 역할을 하면 된다. 이들에게는 충북도내 개별 여성단체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아울러 여성의 지위향상에 힘써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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