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마을재생, 내몸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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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마을재생, 내몸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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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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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직언직썰/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도시재생의 시대가 왔다. 논밭을 밀고 새 도시를 짓던 신개발과 오래된 마을을 통째로 지우는 재개발로 정신없던 <개발시대>가 가고, 오래된 건물이든 마을이든 고쳐 쓰는 <재생시대>가 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매년 10조씩 총 50조원을 쓰겠다고 한다. 바야흐로 새 시대가 도래하였는데, 도시재생 시대를 맞는 마음이 착잡하다.

이명박 시장 시절 서울에서 시작된 뉴타운 사업이 전국으로 번져 난리도 아니던 2009년 가을 어느 날 세종대 김수현 교수가 전화를 해왔다. “정교수, 뉴타운 사업을 당장 그만 두라는 격문을 함께 씁시다. 당신이 도시설계 전문가고 내가 부동산 전문가니 둘이 함께 쓰면 더욱 힘이 실릴 것 같소. 어때요?” 내 맘이 딱 그 맘이던 때여서 그러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재개발, 뉴타운 사업 중단하라!”는 제목의 호소문이 2010년 봄에 두 사람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이듬해에는 김수현 교수 제안으로 스무 명 도시전문가들이 함께 쓴 책 <저성장시대의 도시정책>이 출간되었는데, 이 책에 나는 “진보 단체장을 위한 도시계획 십계명”이란 글을 썼다. 성장과 개발시대가 아닌 저성장 재생시대의 도시정책을 다양한 분야별로 정리한 책인데,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들에게 새로운 시대의 도시정책 교과서로 사랑받고 있다.

개발시대의 도시계획과 재생시대의 도시계획은 전혀 다르다. 늘어나는 인구를 담아내기 위해 집을 짓고 기반시설을 공급하던 개발시대와 달리 인구가 줄고 성장이 둔화되는 재생시대의 도시계획은 전혀 다른 접근을 필요로 한다.

도시재생 시대에 우리는 도시를 어떻게 돌봐야 할까?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재생시대를 맞은 일본의 경험이 좋은 참고가 될지 모른다. 2000년대 고이즈미 정부가 롯본기힐즈와 도쿄미드타운 같은 대규모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벌여 도시재생을 시도했지만 반대와 비판에 부딪혔고, 지금의 아베 정부는 도시재생에서 <지방창생>으로 정책을 바꾸어 인구소멸 위기를 겪는 지방에 사람을 끌어오고,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들을 펼치고 있다.

도시재생의 지혜를 얻고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도시를 생명체로 봐야 한다. 도시와 마을을 물건이나 건물로 보지 말고 살아있는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도시를 사람과 같은 존재로, 하나의 인격체로 본다면 일반 시민들도 도시재생의 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도시재생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

첫째는, <마을재생>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도시의 노후화와 쇠퇴는 결국 마을의 문제이기도 하다. 마을재생이 곧 도시재생의 시작이고 끝이다. 도시재생을 명분으로 벌이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의 재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재생의 대상과 주체가 분명해야 한다. 바로 그곳, 그 사람들을 위한 재생이어야 한다. 재개발과 뉴타운의 부활이 되지 않아야 한다. 재생이란 이름을 내걸고 판을 벌여 거기 사는 그 사람들 내몰고 엉뚱한 이들 주머니를 채우는 돈잔치가 되지 말아야 한다.

둘째는, 사람의 재생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사람들을 살려야 마을도 도시도 살릴 수 있다. 마을과 도시의 주인들이 저마다 <내몸재생>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나이 들고 아픈 사람들이 건강을 회복하는 일과 마을재생, 도시재생은 다르지 않다. 건강하게 살려면 스스로 자기 몸과 마음을 돌봐야 한다. 아픈 곳이 있다면 병원치료와 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내가 내 몸을 돌봐야 한다. 왜 아픈지 내가 알고, 내 스스로 지키고 돌봐야 한다.

도시재생, 마을재생, 내몸재생은 다르지 않다. 하나로 이어져있다. 사람과 삶터를 함께 살리려면 지혜가 필요하다. 위에서보다 아래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내 몸부터 살리고 우리 마을을 살려보자. 그리고 그 힘을 모아 우리 도시까지 살려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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