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자의 인생철학이 녹아있는 수필집 〈별빛 닮은 세월〉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심억수 충북시인협회장

별빛 닮은 세월 임경자 지음 예술의숲 펴냄

임경자 수필집 <별빛 닮은 세월>은 5부로 구성되었다. 1부「행복 바이러스」, 2부「안방으로 옮긴 자연」, 3부「그 향기에 반하다」, 4부「차마고도에 서다」, 5부「꽃잎을 삼키다」 등으로 71편의 수필을 담았다.

별빛 같은 여인이 되고 싶다는 임경자 수필가는 서문에 자연의 소중함을 몰랐던 철부지 어린 날을 회상한다. 이제 나이가 드니 새삼 자연의 품이 그리워진단다. 자연을 그리워하지만 이미 자연은 옛 모습이 아니다. 문명의 발달이라는 핑계로 산과 들이 오염되고 난개발로 산천은 그 모습을 잃고 있다. 그러한 변화 속에 유유자적 자연의 품에 안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작가는 자연을 벗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수필은 작가의 경험 세계를 사실에 가깝게 형상화하여 꾸미지 않은 생각과 가치관을 서정으로 풀어 놓는 고백의 문학이다. 표제작 「별빛 닮은 세월」은 어린 시절 바라보던 밤하늘의 별에 대한 추억을 그려낸 작품이다. 문장에 깃들어 있는 자연에 대한 찬사와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책 전체를 관통한다. 작품 전체에 토속적 정취가 물씬 풍긴다. 문체의 단아함과 생동감은 마치 시골 전경을 눈앞에 보는듯한 느낌이다. 치밀하게 묘사하여 강한 향수를 불러온다. 꾸미지 않는 소박함과 진솔함이 빛나는 수필집이다.

「행복 바이러스」의 수필은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의 경기 실황 중계를 보고 느낀 이야기다. 잠을 설치지만 환희의 시간을 보낸 작가의 심정을 실감 나게 표현하였다. 김연아 선수가 악보 위의 음표처럼 은반 위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동안 빙상 위에서 보낸 김연아 선수의 고통과 아픔의 시간을 함께 아파한다.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인 감동을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서정으로 담았다. 문장이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여유롭다.

「안방으로 옮긴 자연」의 작품은 교사 재직 시절 이야기이다. 특수 분야 직무연수로 참여한 ‘생활 속의 전통 민화 그리기’ 과정을 문학적으로 표현하였다. 연수를 통하여 알게 된 작가의 체험적 이야기를 유려한 문장과 세련된 구성으로 엮었다. 안방에는 임 작가의 혼이 담긴 민화 작품이 가득하다. 작가가 만든 병풍 속 꽃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은은한 향기를 풍긴다. 새들은 청량한 노래를 부르며 아침을 연다. 아름다운 자연이 눈앞에 느껴지는 수필은 풀처럼 싱그럽고 잘 익은 과일처럼 맛깔스럽다.

삶의 연륜에서 발원된 내공

「그 향기에 반하다」는 주왕산을 탐방하며 작가가 사물을 관조하는 직관력과 서정을 담았다. 남다른 직관력으로 주왕산을 본다. 주변의 아름다운 순간에 대한 추억을 깔끔하게 묘사하였다. 부드럽고 간결한 문장으로 메시지가 분명하게 담긴 작품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임 작가는 뚜렷한 자신의 철학과 생활 속의 체험을 통한 사색과 감동을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작가의 철학과 상상력으로 자연의 순리로 살아야겠다는 교시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차마고도에 서다」는 작가의 심정을 담은 기행수필이다.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이 오갔다는 차마고도의 탐방기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옛 마방들의 삶을 자신의 삶과 반추하였다. 여행을 통해 얻어낸 삶의 소중함을 진솔하게 그렸다. 기행수필은 작가의 철학과 사색이 모자라면 자칫 여행사가 만든 안내 책자를 대하는 느낌이 들게 된다. 임 작가의 작품은 삶의 연륜에서 발원된 내공이 담겨 있다. 소재 속에 담겨있는 주제가 확실하고 사색적이며 경험을 통한 인생 철학이 녹아있다.

「꽃잎을 삼키다」의 작품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다른 사람의 아픔을 돌아보는 눈이 생겼다. 부모의 마음은 다 같다. 모든 국민이 아파하고 있다. 하루빨리 치유되길 소망한다. 자신과 독자에게 질책의 의미를 솔직하게 표현하여 가슴이 아리다. 함축성 있는 짧은 문장과 단락에 작가의 철학과 자성이 담겨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또한, 작가는 「아날로그식 삶」, 「손」등의 글을 통해 나이 듦의 서글픔을 토로하기도 한다. 새로 산 드럼 세탁기의 사용법을 몰라 손빨래를 자처한다. 퇴행성관절염으로 손가락이 90도로 구부러진 노인의 모습을 본다. 머지않은 자신의 미래의 모습인 양 불안해한다. 그러나 작가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아날로그식 삶의 편안함을 예찬한다. 투박하고 거칠지만, 열심히 살아온 흔적이 배어있는 손에 소중함을 표현한다. 세월이 흐르면 세상의 모든 가치와 형상들이 변화한다. 인간도 삶의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의식의 변화와 새로운 가치를 추구한다.

수필은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자아 성찰이다. 한 편의 수필이 탄생하기까지 작가만의 작품 세계를 향해 고독한 고된 작업을 한다. 수필집 <별빛 닮은 세월>은 심미적으로 승화된 한 폭의 동양화다. 임경자 수필가는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직했다. 한국문인으로 등단했다. 청주문인협회 회원, 산수문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청주시 1인1책 펴내기 최우수상, 한올문학상 대상(수필부문) 등을 수상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