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도서관 이용률 가장 높은 곳 핀란드 탐페레
1970년대 문 닫은 공장, 1996년 아트팩토리로 부활

윤송현의 세계도서관기행
(18)북유럽 편

울창한 자작나무 숲 사이로 호수가 비치는 모습. 그곳 어딘가에 있을 사잇길을 마냥 걷고 싶었다. 내륙에 있는 도시. 호수와 숲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도시. 그런 그림을 그리며 찾아간 곳이 핀란드 탐페레(Tampere)였다. 헬싱키역에서 인터시티 열차를 타고 북쪽으로 두 시간 정도 달리면 된다. 인구는 20만 정도. 내륙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기에 오랜 세월에 걸쳐 도시 구석구석에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탐페레시의 한복판 탐메르코스키 수로에 있는 댐. 뒷쪽의 붉은 건물들이 지금은 아트팩토리로 변신했다.

핀란드 유명작가 탐페레 출신 많아

호수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두 개의 커다란 호수가 가까이 있는데, 수위가 18m나 차이가 난다. 두 호수를 연결하는 물길은 자연히 급류를 이루었고, 사람들은 급류를 이용하기 위해 제방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방앗간이 생겼고, 시장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대로 도시가 되었다.

기록에는 15세기에 처음 방앗간을 위한 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이후 급류의 에너지를 이용하려는 시도들이 계속 이어졌고, 전기가 발명되고부터는 손쉽게 수력발전소를 만들어 사용해왔다. 1Km가 조금 넘는 이 물길에는 모두 세 개의 댐과 4개의 발전소 시설이 들어섰다. 그래서 일찍부터 수로를 중심으로 공장들이 들어섰고, 핀란드 산업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탐페레에는 노동자들이 몰려들었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들이 꿈틀거렸다.

핀란드는 1800년대 초부터 제정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핀란드 곳곳에서 러시아풍의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이유이다. 짜르는 총독을 보내 다스렸고, 어느 정도 자치를 인정했다. 그런 탓에 핀란드는 짜르의 탄압을 피해온 러시아 혁명가들의 활동 무대가 되기도 했다.

1905년 레닌은 탐페레에 머물며 볼셰비키회의를 개최했는데, 주로 외국을 떠돌며 활동해야했던 레닌은 이때 처음 스탈린을 만났다고 한다. 레닌이 탐페레에 머물던 흔적은 이 도시에 레닌박물관으로 남아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핀란드도 좌우의 대립으로 내전을 겪은 나라이다. 1917년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 짜르의 지배체제가 무너진 틈을 타 핀란드는 독립을 선언한다. 핀란드 민족이 처음으로 독립국가를 만든 것이다. 독립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두고 좌우간에 내전이 벌어진 것이다. 노동자들의 도시 탐페레는 적군의 근거지가 되었고, 결국 탐페레에서 벌어진 마지막 결전에서 백군이 승리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포로가 되거나 처형되었다.

탐페레는 그런 아픔을 가진 도시이다. 사연이 있고 아픔이 있는 곳에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듯 핀란드에서 사랑받는 유명작가 중 상당수가 탐페레 출신이다.
 

탐페레시립도서관 자동대출기앞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탈바꿈

1970년대에 들어 제사, 방적 공장들이 경쟁력을 잃기 시작하면서 탐메르코스키 제방을 따라 세워졌던 붉은 벽돌의 공장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다. 오일쇼크로 인한 산업침체와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도전으로 급속하게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산업은 정보통신분야로 재편되어 갔고, 이전 굴뚝산업의 상징이던 대규모 공장들은 오래도록 방치되어 새로운 조류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 문화로 도심 재생이 추진되었다.

제방의 왼편에 자리잡고 있는 핀레이손은 한때 3000여명을 고용했던 북유럽 최대의 방직공장이었다. 오래도록 청주를 먹여살린 대농과 같은 공장이었다. 지금은 문화공간, 복합 영화관으로 탈바꿈해 있다.

발전소 오른편에 있는 건물들은 바프리키(Vapriikki) 전시관이다. 이 전시관은 한 가지 고정된 주제의 박물관이 아니라 10여 가지의 주제를 공간별로 배치한 종합 문화전시관이다. 이 건물들은 1840년대 유채기름을 짜낸 공장으로 시작해서 뒤에 산업 설비, 열차 제조를 하던 공장으로 번창했던 곳이다. 1970년대부터 공장 문을 닫고 있다가 1996년에 종합전시관, 아트팩토리로 다시 태어났다.

이렇게 주위의 다른 공장들도 전시관, 아트리움, 아트팩토리로 변신해 있다. 탐메르코스키 제방은 이제는 더 이상 공장 지대가 아닌 문화창조 지대가 되어 있고, 탐페레는 산업도시에서 이제는 문화도시로 탈바꿈해 있다.

이 도시의 주민들은 엄청나게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고, 책을 많이 읽는다. 세계에서 도서관 이용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핀란드라는 점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핀란드에서도 탐페레는 가장 앞선 도시이다. 그 정도가 통계수치로 나와 있다.

2014년 기준으로 핀란드 전체로 국민 1인당 도서관 대출량은 16.8 점인데, 탐페레 만은 21.6 점이다. 점이라고 한 것은 도서관에서 빌려가는 것이 책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CD를 비롯한 음악자료도 있고, 인터넷을 통한 전자도서도 있다. 물론 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탐페레 시민 1명이 1년 동안 도서관에서 빌려간 것이 평균 21.6점이라는 것이다. 참, 대단한 수치이다. 이렇게 책을 읽어대니 탐페레시가 문화도시가 되고, 창조도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인구 22만의 탐페레 시에는 탐페레시립도서관을 중심으로 19개의 분관 도서관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그중에는 다섯 곳의 병원도서관이 있고, 별도로 두 대의 이동도서관도 운영하고 있다. 도대체 이 도시의 도서관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사람들은 무엇을 빌려가는 것일까? 이 도시의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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