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경쟁… 선발과정 비리… 사회적 물의 등 많아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로 지난 57년 시작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72년부터 지상파 TV로 중계된 이후 국가적 행사로 자리잡으며, 아무런 거부감없이 국민의 호응을 얻어왔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미인대회 출신 여성들의 연예계 진출과 상류층 진입 등이 연예가 소식을 차지하면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한 해 200여 개가 넘는 지역 특산물 아가씨 선발대회로까지 확대되면서 과잉경쟁을 넘어서서 선발과정에서의 부정으로 인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까지 했다. 특히 93년 드러난 미스코리아 선발과정의 뇌물과 청탁으로 이해 관련자들이 구속되기까지 한 선발부정사건을 접하게 되면서부터 여성단체들의 미스코리아 반대운동이 시작되었다. 외국의 경우도 1968년 ‘미스아메리카 선발대회’ 반대운동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미인대회에 대한 반대운동을 격렬하게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여성단체의 미인대회 반대운동은 많은 여성들의 지지을 받아왔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남성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가장 대표적인 편견의 하나가 ‘못생긴 여성운동가들에 의한 미인에 대한 질투’라는 것이다. 미인대회가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들의 사회적 자아실현의 기회가 되는 것으로 그친다면, 미인대회에 대한 반대는 질투에 찬 못생긴 여성들의 반발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미인대회, 특히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우선 객관적인 미의 기준에 있어서 차별적이며, 나아가 억압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제시하는 미인의 기준은 우선 젊다 못해 어리고(18-24세), 날씬하다 못해 뼈만 남아야 하는 외모(키 170cm이상에 몸무게 45kg 이하), 한국인보다는 백인의 기준을 따라 코와 눈의 형태를 화장, 나아가 성형으로 변형시켜야 하는 왜곡마저도 허용되는 인위적인 대회이다. 이로 인해 화장품회사, 미용실 원장, 성형외과 나아가 명품으로 통하는 유명디자이너들에게 엄청난 수입을 올려주는 ‘돈으로 치장하기 대회’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나이든 여성, 뚱뚱한 여성, 장애인 여성, 검은피부의 여성, 비싼 옷 입지 못하는 여성을 철저히 배제한 미인선발대회를 중계한 방송사들은 그동안 왜곡된 미의 기준이 무방비상태로 전 국민에게 스며들게 하여 여성에 대한 억업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특히 “성질 못된 여자는 용서가 되어도, 얼굴 못생긴 여자는 용서가 되지 않는다”는 요듬 청소년들의 취향은 미인대회 지상파 중계를 통해 더욱 강화되어 왔다. 이는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하도록 유도했으며, 방송은 공공성과 성 평등성을 위배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성이 아름답다면 남성도 아름답다. 미녀와 꽃미남들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르게 생겼을 뿐 인간으로서 모두 아름답다는 차별없는 미의식이 보편화될 때,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은 줄어들 수 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지상파 중계가 영원히 중단되고, 사회적 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각종 미인대회가 사라지길 기대하면서 우리 모두의 미의 기준을 점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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