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내버스를 타 보면 좌석 커버에 ‘세계문화유산 직지’를 명시하며 홍보하고 있다. 아무도 이것이 잘못된 표기인줄 몰랐다가 뒤늦게 한 여중생이 발견하여 청주시 홈페이지에 올림으로서 바로잡게 되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청주의 간판 문화재인 ‘직지’의 홍보가 정확하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간과한 것이다. 직지는 세계문화유산이 아니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유산 보존사업을 역점사업으로 펼치고 있다.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세계유산과 세계기록유산, 세계무형유산으로 대별되고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을 포괄하고 있다.

현재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582건, 자연유산 149건, 복합유산(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복합된 형태)23건 등 모두 128개국에서 754건이 등록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문화유산으로 창덕궁, 수원화성, 석굴암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경주역사지구, 고창 화순 강화 고인돌 등 7건이 올라 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기 이전의 잠정목록에는 보은 삼년산성, 공주 무령왕릉, 강진 도요지,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안동 하회마을, 월성 양동마을, 남해안 일대 공룡화석지, 제주도 자연유산지구 등이 올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기록유산으로는 45개국 89건이 등재되어 있다. 나라별로 보면 러시아 7건, 오스트리아 6건, 폴란드 독일 각 5건, 한국 덴마크 멕시코 각 4건 순이다.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훈민정음해례본,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다.

한국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1차로 1997년 우즈베키스탄의 타슈겐트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에서 훈민정음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이 등재된 데 이어 2001년 6월 27~29일 청주에서 열린 같은 회의에서 청주의 ‘직지’가 승정원일기와 더불어 또다시 등재되는 기쁨을 누렸다. 직지가 세계기록유산으로 공인되어 공표된 것은 그해 9월4일로 청주는 이를 기념하여 그날을 ‘직지의 날’로 정했다.

올해에는 세계기록유산분야의 유일한 상인 ‘직지 상’이 제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연관된 국제적인 상은 ‘세종대왕 상’과 ‘직지 상’인데 ‘세종대왕 상’은 문맹퇴치에 공헌한 사람, 단체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이같은 유네스코 관련사업으로 보면 최소한 전통문화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동방의 ‘작은 거인’이다. 더구나 세계기록유산으로 보면 세계에서 5번째다. 한국의 기록유산을 지역적으로 보면 훈민정음해례본,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는 중앙문화이고 ‘직지’ 하나만이 유일하게 지방문화, 청주의 문화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는 비록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오랜 세월 외출을 하고 있지만 그 책을 찍은 흥덕사지가 운천동에 존재하고 있으니 청주를 가리켜 학향(學鄕) 이라든지 문화의 도시 운운하는 것은 괜한 빈 말이 아니다.

문화의 포괄성으로 보면 ‘직지’를 세계문화유산이라고 불러도 큰 흉허물이 될 것은 없으나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등록사업에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분류 취급되고 있으니 그 중학생의 지적대로 ‘세계문화유산’이 아닌 ‘세계기록유산’으로 공식화하여 부르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이참에 시내버스 좌석도 청소할 겸, 올바르고 산뜻한 새 홍보 문구가 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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