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유순웅 대신 배역, 충주 비내섬 청군 막사 촬영 현장

청주시 북이면 대율리에 위치한 최명길 묘소

 

영화 '남한산성'이 추석연휴를 맞아 외화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에 올랐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남한산성'은 개봉 이틀만에 누적관객수 102만 6219명을 돌파했다. 역대 추석 영화 최단 기간 100만 돌파 신기록으로 또 하나의 '천만 영화'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남한산성'은 청나라와 명나라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치던 광해군이 폐위된 후 일어난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다. 반정으로 집권한 인조가 청나라 군대에 쫓겨 강화도에 고립된 뒤 척화파와 주화파의 대립 속에 번민하던 47일을 그렸다.  대의명분을 내세우는 척화파 김상헌(김윤석 분)과 현실타협을 주장하는 주화파 최명길(이병헌 분)의 팽팽한 논쟁이 실감나게 펼쳐진다. 특히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시나리오로 각색해 관객에게 정제된 대사로 감동을 전한다.

청에 항복문서를 쓰고난 뒤 '만고의 역적'으로 남을 것이라고 자조했던 최명길은 묘소가 청주시 북이면 대율리에 위치해 있다. 병자호란이 끝나고 인조의 신뢰를 받은 최명길은 영의정까지 오르게 된다. 손자 최석정 또한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내 조선왕조 500년 동안 조손이 영의정에 오르는 진기록을 남기게 된다. 최석정은 자신의 묘에 일체의 석물을 꾸미지 말라는 유언을 남겨 비석도 없이 후손들이 작은 표석을 세웠다. 최명길의 묘소(충청북도 기념물 제68호) 앞에는 숙종때 세운 신도비(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59호)가 있다.

김상헌이 항복문서를 찢고 통곡하자 최명길은 이를 주워 모으며 “조정에 이 문서를 찢어버리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또한 나 같은 자도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청의 신뢰를 바탕으로 심양에 사신으로 가서 세폐(歲幣: 매년 공물로서 바치는 폐물)를 줄이고 명나라를 치기 위한 징병 요구를 막기도 했다. '천년청주' 저자인 강민식 학예연구사(청주백제유물전시관)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 우리 역사에선 극명한 평가를 서슴지 않았다. 무능한 조정과 뛰어난 무장 이순신, 그리고 의병이 그러했고 직후의 병자호란 때도 마찬가지였다. 청에 굴복하지 않았던 김상헌이나 삼학사는 충의 상징이었고, 반면 최명길은 주화파라 하여 마치 매국인 양 서술했다"고 말했다.  

결사항쟁을 주장하다 인조의 삼전도 굴욕을 보고 칼로 자결한 것으로 영화에 묘사된 김상헌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효종실록>에 수록된 <김상헌 졸기>(김상헌의 일대기를 정리한 글)에 따르면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 지지않자 68세의 노구에 불구하고 단식을 결행했다는 것. 또한 6일간 음식을 먹지않고 버티다 끈을 이용해 자결을 시도한 것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이조참의 이경여와 공의 자제들이 붙들고 지켜서 자결하지 못하게 하였다" 가 기록에 남아있다.

병자호란 후에 김상헌은 파직됐지만 청의 파병요청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리고 삼전도비를 부쉈다는 혐의로 청의 수도인 심양으로 압송돼 재판을 받았다. “가노라 삼각산(三角山)아, 다시 보자 한강수(漢江水)야/ 고국산천(故國山川)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時節)이 하 수상(殊常)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우리 귀에 익은 이 시조는 당시 청으로 압속되는 과정에서 김상헌이 지은 것으로 '청구영언'에 실려있다. 6년만에 청에서 풀려나 귀국한 뒤 좌의정에 올랐고 사후에는 서인 정권이 유지되면서 절개를 지킨 인물로 추앙받았다.

영화속 조정 대신 중에는 연극 '염쟁이 유씨'로 알려진 청주 출신 유순웅씨가 등장한다. 3년전 영화 '명량'에 노인역으로 출연한 이후 사극 영화에서 잇따라 비중있는 단역을 맡았다. '남한산성'이 천만관객을 돌파할 경우 천만영화 '단골 단역'으로 등극할 수도 있다.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와 울릉도, 독도를 빼고는 다 공연을 해봤다는 연극 '염쟁이 유씨'는 대한민국 대표 모노드라마가 됐다.  2006년부터 13년간 꾸준히 대학로와 전국 순회공연을 벌여 4천회에 육박하는 공연에 65만명이 관람했다.

충주 남한강변 비내섬에 조성된 청나라 군막 세트장

 

'남한산성'의 모든 장면은 오픈 세트 및 야외에서 촬영돼 남한산성의 한기가 냉혹한 추위를 사실감 있게 담아냈다. 특히 대규모 군막으로 조성된 청군의 진영 세트는 충주 남한강변 비내섬에서 촬영했다. 제작진이 몽골에 가서 당시 청군의 군막인 게르(Ger)를 주문 제작했고 실제 동물의 털로 만든 패브릭 오백 마로 게르를 덮어 실감나게 표현했다. 영화 '남한산성' 인기에 지속될 경우 촬영지인 충주 비내섬도 관광객 유치에 상당한 후광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