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앞두고 충북 청주시내 곳곳에 정치인들이 불법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지정게시대가 아닌 곳에 걸린 현수막은 즉시 철거할 수 있지만 청주시는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정치인이 아닌 시민이 게시한 불법 현수막은 계도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철거하면서도 정치인들에게는 정중하게 '자진 철거'를 요청하고 있다. 형평성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다.

  청주시는 28일 "지역 정치인들이 거리 곳곳에 게시한 추석 명절 인사 현수막을 불법으로 간주해 즉시 철거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관련법상 현수막은 시가 지정한 게시대에만 걸어야 한다.

  비영리 목적의 현수막이라 하더라도 허용 범위는 관혼상제, 학교행사, 종교의식, 시설물 보호·관리, 안전사고 예방, 미아 찾기 등으로 제한된다.

  단체나 개인이 노동 운동을 위한 행사·집회 등에 사용하려고 표시·설치하는 경우도 허용된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게시한 현수막은 어떤 내용이라도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 엄연히 불법이다.

  김양희 충북도의회 의장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본인 명의로 주요 교차로 등에 명절 인사 현수막을 걸었다.

  도 장관은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하게'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그의 국회의원 지역구인 흥덕구에 집중적으로 걸었고, 김 의장은 '보름달처럼 예쁘고 행복한 추석되세요'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게시했다.

  "혹시 불법 아니냐"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한 시는 김 의장과 도 장관 측에 자진 철거를 요구했다. 만약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관할지역 구청을 통해 철거한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비정치인 시민'이 내건 현수막이 불법이면 발견 즉시 철거하면서도 정치인에게는 먼저 자진 철거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시가 형평성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지정게시대가 아닌 장소에 현수막을 걸었기 때문에 불법"이라며 "정치인이 내건 현수막이라 내부 논의를 거쳐 자진 철거를 요청한 뒤 이행되지 않으면 수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과 도 장관이 게시한 현수막이 공직선거법에 저촉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공직선거법에는 저촉되지 않는다.

  충북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정치인이 의례적인 명절 인사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선거일전 180일까지는 허용된다. 설령 이런 규정에 적용된다 하더라도 본인의 사진과 성명을 담지 않으면 현수막을 지정게시대에 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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