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송재봉 충북NGO센터장

송재봉 충북NGO센터장

세상은 민주화되었다고 하는데, 일상적 삶은 차이를 뛰어넘어 함께 일하고 연대하는 협력의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이견을 인정하지 않고, 차이를 선악으로 구분하며, 나만 옳다는 주장이 득세하고 있다. 최근 국회 개헌특위 토론 과정에서도 기본권 강화와 관련한 성평등 문제, 망명권 문제, 생명권 등을 둘러싼 극단적인 주장이 토론회장을 장악해 개헌논의의 다양성을 봉쇄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신뢰>(Trust, 1995)에서 사회적 자본을 “사람들이 상호 신뢰 아래 협력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즉 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조정하고 타협해내는 그 사회의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우리사회는 위와 같은 신뢰와 관용, 네트워크와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이 빈약하기만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6년 10월 5일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상’에 의하면, 한국인은 ‘타인을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신뢰한다는 응답이 26%로, OECD회원국 평균치(36%)보다 10%포인트나 낮았다.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설문에서도 '그렇다'는 응답은 77.5%에 불과해 35개국 중 34위를 기록했다. 지난 8월 OECD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조사(15~29세)에서 우리나라는 정부를 신뢰한다는 답변이 18%에 불과했다.

2016년 OECD ‘더 나은 삶 지수’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사회적 관계’(Community) 영역에서 꼴찌(37위)를 기록했다. 회원국 평균은 7.2점(표준화한 10점 만점)인데 한국은 0.2점에 불과했다. 도움이 필요할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사회적 지지관계의 질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저출산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사회는 정부신뢰, 공동체 신뢰, 사회적 관계망의 복원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그리고 이의 해결책 중 하나가 마을공동체 만들기라 할 수 있다. 마을공동체는 마을의 의제를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해결하는 분권과 자치의 실험실이다. 마을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는 서울시와 진천군의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주민이 삶의 과정에서 발굴된 문제를 제안하면 시민투표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마을활동의 강화가 이웃 간 새로운 관계망의 형성, 참여를 통한 민주 시민의 탄생, 민관 거버넌스 실험과 정부신뢰 확대라는 성과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 지역은 마을공동체에 대한 관과 민의 관심이 저조하다. 민은 마을에 뿌리내린 활동가 양성과 전략적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고, 관은 전국 광역 11개, 기초 48개나 설립되어 운영되는 마을만들기 지원센터를 충북지역 단 한곳도 만들지 않고 있을 만큼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촛불혁명 이후 우리도 함께 노력하면 정치 사회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초로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이 증가하고 있다 한다. 생활속의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것이 촛불의 완성이라 생각하는 시민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방자치단체와 마을단위에서 시민에게 편성권이 부여된 주민참여예산제와 타운 미팅 등 직접민주적인 제도 운영, 시민의 필요를 행정에 반영하려는 단체장의 의지, 지역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재인식하는 시민의 자기 조직화 과정이 결합되어야 한다. 충북은 여전히 민민, 민관, 관관 협력을 통해 정부신뢰, 시민의 성장, 민관협력 체계 구축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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