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과 형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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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리뷰
  • 승인 2017.09.2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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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노 칼럼 ‘吐’/ 충주·음성담당 부장
윤호노 충청리뷰 충주·음성담당 부장

기간제 교사 및 영어·스포츠 등 학교 강사의 정규직 전환이 무산됐다. 이달 중순 발표된 ‘교육 분야 비정규직 개선방안’에 따르면 유치원 강사 1000여명과 전산보조, 통학차량 운전사 등 학교회계직원 1만 2000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정규직 반열에 합류했다.

현재 교육 분야 총 종사자 규모는 58만여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은 약 6만 9000명을 차지한다. 특히 비정규직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기간제 교사 및 1만 9000여 명에 달하는 학교 강사의 정규직 전환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기간제 교사 약 3만 2000명은 모두 제외됐다. 학교 강사 중에도 유치원 돌봄 교실 강사(299명)와 유치원 방과 후 과정 강사(735명)만 무기계약직 전환이 권고됐을 뿐, 나머지 영어회화 전문강사, 초등 스포츠 강사, 다문화 언어 강사 등 1만 8000여 명은 모두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됐다.

충북은 교육 분야 비정규직 1609명 중 40명만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도교육청은 도내 국·공립학교 기간제 교사 1094명과 영어회화전문강사 108명, 초등스포츠강사 316명, 산학겸임교사 9명, 다문화언어강사 36명 등을 배제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규직 전환을 꿈꿨던 기간제 교사 등은 ‘약속 불이행’이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교육공무원법은 기간제 교사의 채용사유를 ‘휴직교사 대체, 특정교과의 한시적 담당 등’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하지만 2012년 이명박 정부의 교육부는 유아교육법을 개정해 유치원의 교육과정을 교과과정과 방과 후 과정으로 구분했다.

동시에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해 방과 후 과정에는 무제한적으로 기간제교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 이유는 ‘장기적으로는 교사를 채용할 예정이지만, 교원 정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정원이 확보될 때까지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부는 비정규직 남용을 제한하는 기간제법, 교육공무원법의 입법 취지를 완전히 훼손했다. 이런 정책에 따라 전국의 수많은 강사들이 기간제 교사로 전환됐다. 기간제 교사들은 매년 재계약 불안과 온갖 차별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들의 채용권을 쥐고 있는 학교장에게 매년 재계약 때문에 잘 보여야 했으며, 근무평가 권한을 쥐고 있는 정교사에게는 불합리한 점이 있어도 말 한마디 못했다. 이런 문제 등으로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을 특별한 사유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나선 것인데 변죽만 울렸다.

기간제 교사 등의 정규직화는 갈등의 뇌관을 갖고 있다. 11월 예정된 1차 시험대비에 전념하는 사대·교대 졸업생, 교직이수자 등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수년을 준비해도 합격을 못하는 수험생을 생각하면 정교사로 채용될 뚜렷한 근거가 없는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대신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과 복지 등 양극화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전면 정규직화를 적용하기 곤란할수록 전환 추진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형편보다 형평의 기준에 맞아야 혼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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