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박아롱 변호사

박아롱 변호사

과거 대전지방법원과 청주지방법원을 관할하는 대전고등법원이 대전에 위치하고 있어 충북도민들이 항소심 재판을 받으려면 비용과 시간을 들여 장거리를 이동하는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 2008년 9월 청주에 ‘대전고등법원 청주원외재판부’가 처음으로 설치되면서 충북도민들이 보다 가까운 곳에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항소심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원외재판부’란 고등법원 본원과 접근성이 좋지 않은 지역에 사는 재판 당사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하여 부득이 해당 지역의 지방법원에 설치·운영하는 말 그대로 ‘원 밖에 있는’ 재판부를 뜻한다.

그런데 이후 약 9년 동안 항소심 사건 수가 대폭 증가하면서 3명의 법관으로 구성된 한 개의 재판부가 몰려드는 사건을 모두 처리하기에 버거운 상황에 이르렀는데, 지금의 원외재판부는 법관 수를 2배로 늘리는 대신 청주지방법원장이 원외재판부 중 1개를 맡고 배석판사 역시 겸임을 하는 방법으로 다분히 형식적으로 2개의 재판부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다른 고등법원이나 원외재판부와 비교할 때, 청주원외재판부의 법관 1인당 처리 사건 수와 미제 사건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상태가 수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본분을 다해주시는 판사님들을 물론 신뢰하지만, 법관 1인당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많아지다 보면 재판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사건 하나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도 적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재판 당사자로서는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는 자체가 커다란 스트레스이므로 어떻게든 빨리 결론이 내려져 분쟁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또 한편으로는 판사님이 내 사건을 깊숙이 들여다봐주고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기를 원하는데, 현재 충북지역의 항소심 재판의 사정은 당사자들의 위와 같은 바람이 오롯이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는 판결의 객관적인 정당성이나 절차의 적법성과 별개로, 재판 당사자가 절차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느끼고, 결과에 얼마나 승복할 수 있는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지역적 편차가 적지 않은 만큼 도민의 입장에서는 지역 균형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충분한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느낄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원외재판부가 설치·운영되기 시작한지 이미 9년이 흘렀으나, 어떻게 보면 도민의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가 될 수 있는 충북지역 선거 사건과 재정신청 사건을 여전히 본원인 대전고등법원이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이 시점에서 재고가 필요한 사안일 것이다.

지방법원의 업무와 겸임하지 않고, 원외재판부의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의미의 재판부가 하나만 증설되더라도, 사건 처리 속도와 심리 집중도의 문제가 지금보다 훨씬 개선될 수 있고, 선거사건과 재정신청 사건을 원외재판부가 담당하고자 하는 논의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다행히 법원조직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 없이 대법원장의 결단으로 재판부 증설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생각보다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충북도민들에 대한 사법서비스의 질이 크게 고양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최근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원외재판부 증설을 위한 논의가 매우 반갑다. 충북지방변호사회는 김준회 회장을 중심으로 원외재판부 증설 TF를 꾸린 뒤 지난 7일 충북대학교 법학연구소와 공동으로 도민토론회를 개최했고, 충북도의회는 이에 화답하듯 지난 11일 도의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원외재판부 증설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으며, 국민의당 충북도당과 균형발전지방분권 충북본부에서도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어렵게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된 만큼 충북도민들이 힘을 합쳐 이번에는 반드시 원외재판부 증설의 결실을 얻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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