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 운행 한대 뿐…그나마도 오후 5시까지만 운행
경기장 간 교통편도 없어…“체전 관람은 그림의 떡” 지적

15일 오후 충북 충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37회 전국장애인체전 식전 공개행사에서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이 태극기를 흔들며 합창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충북 충주시에서 열리고 있는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이하 장애인체전)가 장애인을 위한 교통편의 시설이 미흡해 정작 주인공을 홀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충주종합운동장을 오가는 버스 중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저상버스는 단 한 대에 불과했고 이 마저도 오후 5시면 운행을 종료했다.

경기장과 경기장을 연결하는 교통편도 없어 장애인 관람객은 큰 불편을 느꼈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장애계의 가장 큰 행사 중의 하나인 장애인체전에서조차 장애인이 배제되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서러움을 토로했다.

지난 15일 개막한 장애인체전은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체전보다 앞서 열려 시작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장애인체전은 전국체전 개최 후에 열려 곁들이 행사처럼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진행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도 사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장애인체전이 먼저 열렸고 장애인계는 이를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런 진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체전이 여전히 장애인을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기된 가장 큰 문제는 관람을 위해 경기장을 찾는 장애인들을 위한 대중교통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장애인들은 대중교통 지원이 없으면 경기장을 찾기도 어렵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기장을 방문하려면 저상버스가 운행돼야 한다.

하지만 개막식과 폐막식 장소인 충주시 종합운동장을 경유하는 저상버스는 단 한 대에 불과했다. 이 또한 경기장에 정차하는 노선이 아니라 기존 노선으로 운행하는 것이어서 장애인을 따로 배려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운행시간도 짧았다. 저상버스는 5시까지만 운행돼 이 시간 이후까지 경기를 지켜보고자 하는 장애인은 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개막식 공연은 오후 9시 이후에 끝난 것을 감안하면 장애인을 위한 교통지원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경기를 찾아도 또 다른 걸림돌을 만나야 했다. 한 장애인은 “한 종목의 경기가 끝나고 다른 종목의 경기를 보러 이동할 경우 교통편을 구할 수 없었다”며 “장애인 콜택시가 있지만 사전 예약제로 예약을 해두어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 콜택시는 예약 자체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충주 사나래장애인자립생활센터 현은주 소장은 충주시가 장애인 보다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교통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현 소장은 “충주시는 개막식 당일 장애인체전 관람객 편의를 위해 밤10시까지 1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정작 장애인이 주로 사는 충주시 연수동 지역은 경유하지 않았다”며 “장애인을 위한 노선이라기 보다는 일반인을 위한 노선이었다”고 밝혔다.

현 소장은 “대중교통편이 없어 종합경기장에서 연수동 집까지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했다”며 “집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30여분이 걸렸다. 어두운 길도 위험했지만 체전으로 인해 교통량이 늘어 평소보다 훨씬 위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대중교통을 전혀 이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장애인체전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며 “ 장애계의 가장 큰 행사 중의 하나인 장애인체전에서조차 장애인이 배제되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 소장은 “20일 열리는 폐막식 때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며 “10월에 충주시에서 전국체전열리는 만큼 장애인들도 관람할 수 있도록 시가 대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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