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채권단 태도 갈팡질팡
독자생존 불씨 “사그러드나?”

뭐가 뭔지 도통 분별이 안되는 뒤죽박죽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사회의 매각 MOU 부결이후 정부와 채권단의 하이닉스 반도체 문제에 대한 태도가 일주일이 넘도록 명확히 결정되지 않으면서 하이닉스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매각 MOU 부결직후 격앙된 정부는 “하이닉스는 시장원리에 따라 처리될 것”(이근영 금감위원장)이라며 법정관리 또는 청산 가능성을 들먹이고 나섰다. 채권단도 “더 이상의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며 하이닉스 측의 독자생존안 일축에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했나. MOU 부결에 흥분한 정부와 채권단의 초기 강경대응 태도가 서서히 이성을 찾는 듯한 기미를 나타내고 있다.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법정관리 등 극단적 결론을 정부가 선뜻 선택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그럴 듯 한 견해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때문에 독자생존에 거는 하이닉스의 바람은 소중한 불씨를 꺼뜨리지 않겠다는 간절함으로 조심스럽고도 절박하다.

시장은 뭐고 법·원칙은 뭐?

그러나 그렇다고 정부 방침의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 전윤철 재경부장관은 6일 “하이닉스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고 또다시 원칙론을 들고 나섰다. 7일엔 KBS라디오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부실기업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부추길 뿐”이라며 “(하이닉스는) 채권단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자기의 견해를 끊임없이 밝히고 있다.
이에대해 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의 분위기는 “시장원리에 따른다는 건 무슨 뜻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건 또 무슨 의미냐”며 고개를 내젓는 분위기다. “매각 MOU 부결직후 서슬퍼런 정부와 채권단의 모습 때문에 모두들 노심초사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여 동안 계속된 우여곡절 속에서 말 그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때문인지 동요라고 할까 불안감을 느끼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다만 좌절감과 미래 불확실성에서 오는 답답함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임계점 다다른 피로감

김완구 하이닉스 청주사업장 총무부장은 “직원 모두가 피로감 누적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다”며 “회사 이사회와 채권단이 구조조정 방안 등 하이닉스 해법안을 도출해 내기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빠르면 이번 주말(11일) 아니면 다음 주중으로 ▼독자생존이든 ▼매각 재추진이든 큰 물줄기가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매각 재추진으로 결론난다면 일괄매각일 지 분할매각일 지, 분할매각이라면 메모리를 팔 것인지 비메모리를 매각대상으로 할 것인지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은 최근 생산인력 확충에 나섰다. 4월초 780여명의 생산오퍼레이터 여사원 모집에 나서 350여명을 충원했다. 그동안 빠져나간 정원부족분을 채우지 않은데다 비메모리 라인의 경우 풀가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생존의 불투명성이 가져다 주는 불안감 때문에 희망한 만큼 인원 모집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기존에 남아 있는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꺾여 내심 술렁이는 상태다.
하이닉스는 정녕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이닉스 및 직원들은 물론 지역경제계의 조바심과 피로감이 인내 가능한 임계점에 점차 다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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